길게 쓴 거 날라가서 허무하네요. 쓰다보니 좀 정리가 돼서 간략하게 다시 써보겠습니다.
갱년기는 일찍 와서 50대 초반에 호르몬제 드셨어요. 그때의 짜증과 다른 것 같아 걱정입니다.
나를 낳고 길러준 엄마여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엄마를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합니다.
엄마의 짜증에 화가 나다못해 황당해도 이해하고 싶어요. 요즘 호르몬제는 드시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식 봉사도 몇 년 째 하고 계시고, 여행 가실 때는 따로 정보 찾고 책보며 공부도 하십니다. 지금도요.
그냥 짜증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게,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찰이 생기는 양상이 달라져서 그래요.
대놓고 말하겠습니다. 엄마가 멍청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치매까지는 아니어도 사람이 늙으면서 이렇게 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안 그러던 사람이 설명을 제대로 못합니다.
뭐 대단히 복잡한 상황도 아니고요, 그래서 일이 꼬여 다툼이 생기고, 그 상황을 다 알게 되면 어이가 없습니다.
이걸 그렇게 말한 거야? 싶어서요. 엄마가 인터넷도 해서 혹시 몰라 자세히 쓰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간단한 앞뒤 상황을 연결지어 제대로 얘기를 못해주니 상대는 잘 못 알아듣게 되고, 그래서 싸우다보면
엄마도 자기 잘못, 실수인 걸 알겠나봐요. 끝이 늘 "너 잘났다"식이거든요.
단순 무식한 사람이 바로 이 다음에 올 일도 예상하지 못한 채, 눈 앞의 일만 보고 하는 아주 단순한 실수 있잖아요.
그런 거라, 딱 드는 생각이..사람이 멍청해졌나? 입니다. 그게 갱년기 증상인지, 노화 증상인지, 아니면 정말
치매 같은 건지..나이들면 기억력 같은 건 감퇴해도, 사고력 자체가 죽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겁이 납니다.
엄마 스스로도 자기가 안 그랬는데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게 당황스럽지는 않을지, 그래서 더 짜증 부리는 건 아닐지
- 차라리 다 제 오버였으면 좋겠네요.
멍청한 사람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해 핵심을 제대로 얘기 못하잖아요. 똑똑한 사람은 한 문장이면 되는데.
- 멍청한, 똑똑한, 다른 표현도 마땅치 않아요. 우리 엄마 얘기라 저도 거슬리는데, 대체할 말이 없다는 게 더 슬프네요.
독립 앞두고 있으니, 자주 안 보면 그만입니다. 가족 전체는 다 화목하게 사이 좋고, 대화도 많이 합니다.
엄마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요 몇 년 사이, 엄마도 늙는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자식 끼고 있고 싶어 하고, 여유있게 돈 쓰고 싶어 하고, 예전과는 달라졌어요. 그런 건 자연스럽게 이해할 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앞을 내다보는 게 확 좁아졌고, 눈 앞의 것에 바로 즉흥적이 되었달까요?
엄마를 이해하고 싶어요. 엄마한테 마음의 거리를 두고 싶지 않고, 실망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절박합니다.
손자도 있으니 할머니 맞지만, 이제 엄마가 노인이 되어 간다는 거, 앞으로 계속 이상한 짓을 할 거라는 걸 서서히
받아들여야 할까요? 차라리 돈 문제에 집착한다든지 그랬으면 좋겠네요. 많이들 그런다고 들어서 받아들일만 하게요.
전업주부이고, 아직 살림에 큰 문제 일으키거나 살림하는데 문제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주변에서 본 경우들 좀 들려주세요.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