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내년이면 30대 중반이되는 비혼여자 입니다.
주말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저보고 "너 얼굴 피부 왜그래? 확 간거갔다! 관리시작해야해. 나이를 생각해봐라" -_-
등등의 말을 하며 관리의 중요성에 열변을 토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거울에 제 얼굴을 자세히 보니 정말 주름이랑 기미도 보이고 얼굴에 탄력없는 왠 아줌마 스러운
여자가 절 보고있더군요.
외국에서 10년 정도 살다 한국에 귀국한후 외모때문에 많이 스트레스가 오네요.
거기서는 출퇴근할때도 그냥 운동화 신고 걸어다니고 화장도 잘 안하고 명품은 커녕 쇼핑도 최소한 그리고
채러티샵에 가서 중고물건 구해서 쓰고 내가 안입거나 안쓰는것도 기부하고 그랬거든요.
원래 꾸미는데 크게 연연해 하지도 않고 다행히도 키 중간에 운동은 꾸준히 해서 대충 아무옷이나 걸쳐도
봐줄만한게 다행이예요.
근데 먹는거랑 책사는거에는 항상 돈을 안아꼈어요. 책은 읽고 싶은거 좋은거는 무조건 사서 읽어야 되고
영화도 좋은건 소장해야 하고 먹는건 좀 욕심이 많아 안아꼈구요. 2년을 아르바이트를 세개를 뛰어서 그돈으로
20대 중반에 세계여행 하고 그랬어요.
근데 요즘 들어.....거리에 나가도 이쁜여자가 넘쳐나고 어디를 가도 남자들은 날 쳐다도 보지 않는구나..
난 초라해진 노처녀 인가? 그런 생각이 부쩍들어요.
저 한국와서 돈도 그냥 평범하게 벌고 빛나는 20대때 내가 내 외모에 너무 투자를 안한게 지금 이렇게 나타나다
하는 생각도 들고요.
친구들 만나고 명품백 이야기에 시댁, 애들 이야기들에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공통된 이야기.
아...한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외모가 엄청난 이점으로 작용하는구나...
살도 찌면 안되고 돈도 없으면 안되고 얼굴도 못생기면 완전히 루저가 되는구나...
물론 제가 외국에 있을때도 거기 사람들도 관리 하고 노력하는거 봐왔지만 한국만큼 남들이 갖은것은 나도 꼭
가져야 한다는 열망(?)같은건 없었던 것 같아요.
내면이 아름다워 지고 싶은 사람이 꿈인데 외면까지 아름다워져야 살아남으니 참 힘드네요. ^^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얼굴에 한번 돈 좀 써보자 하고 마사지샾 갔다 그냥 돌아왔어요. 수십만원을 쓰기에
내 수입이 거기에 못미치는것 같고 피부 안좋다고 내가 불행해지는건 더 말도 안되고...근데 아직까지 고민이예요.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살기 힘들어서 그냥 하소연 했어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답글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네요.
조금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모든 사람이 저같이 생각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글을 올린것이 아니고
외적인 아름다움이 천박한 욕망이거나 하위개념이라는 생각 당연히 없습니다. 당연히 저역시 외모가 멋진
사람에 끌리지요. 본능이니깐요.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고(내면이든 외면이든) 개성이 있는데
모두들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것 같았어요. 본인의 선택이니 제가 왈가불가 할수 없지만
제가 살아왔던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 비해 많이 구분되어진것도 사실이고요. 특히 그 미모의 잣대가 여성에게
더욱 엄격히 적용되는것과 수백만원 가방들과 옷들을 평균적인 수입에 갖기 힘든 사람들이 스스럼 없이 사는것도 조금 놀라게 했구요. (남이사 사던말던 무슨 상관이냐 하면 할말 없구요 ^^ )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 중의 하나이며 MB가 대통령이 된 나라 세계에서 명품소비 최다국중의 하나라는 사실이
외모지상주의와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 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말해주는것 아닌가 했습니다.
답글 주신분들 감사해요. 저역시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있는게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