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해줘도
자진해서 아이하고 놀아주고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주면
내가 뭐라고 하는 일이 없을 거다.
근데 왜 이 인간은 그게 안 되는지..
아무리 말해도 못 알아먹으니 머리가 그렇게 나쁜 건가..
아무리 말해도 뭘 고쳐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길래
전에 몇가지로 요약해서 말해준 적도 있는데.
제발 아이랑 있을 때는 휴대폰 티비 인터넷 좀 하지 말고 온전히 놀아달라고..
왜 못알아듣죠
도대체??
놀아주기는커녕
왜 이렇게 뭐 하나에 빠지면 그거밖에 모르는지
주기적으로 뭔가에 계속 빠져요.
일주일은 기타
일주일은 피아노
일주일은 라라랜드
일주일은 턴테이블과 LP
일주일은 비치보이스
일주일은 스타크래프트..
일주일은 만화책
일주일은 카메라
일주일은 보사노바
일주일은 우쿨렐레
이번에는 카세트와 카세트 테이프..
그러면서 끊임없이 뭔가를 사요.
좋은 거 사려면 원래 갖고 있던 것 중 값나가는 거 팔고 사고
아니면 일이만원짜리 자잘한 것..
사려면 그냥 사나요?
계속 알아보죠. 핸드폰 들여다보고
어쩌다 핸드폰 안 보고 애랑 놀아준다 싶어 흐믓해하고 있으면
5분 후에
우리 카메라 살까? 하나 있으면 좋겠지?
이러더니 핸드폰 들고 카메라를 막 알아보죠
그러는 와중에
책이라든가
아니면 아이의 성장과 교육에 관한 정보라든가
그런 건 한번 찾아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맞벌이인데
아이 데리고 셋이 같이 집에 오면
뭔가 산 날은 집에 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가서
켜보고 조립해보고 만져보고
애 얼굴은 보지도 않고..
씻기고 재우는 건 아예 하려고도 안하고
항상 그러다가 맥주 마시고 뻗어서 자던가
제가 아이 재우고 있으면 새벽까지 컴퓨터 하던가
분리수거랑 쓰레기 가끔 차면 버려주는 것
자기 빨래 돌리고 너는 것
아침에 아이 등원
이것만 하는 듯하네요
아빠의 역할은 안중에도 없고
얼마전부터는 김생민의 영수증을 그렇게 줄창 다 들으면서(누군 듣고 싶어도 시간 없어 못 듣는데 참 시간도 많지)
자기는 물욕 절제가 너무 힘들다고
저보고 사고 싶은 거 별로 없지 대단하다 그러네요
저랑 저희 오빠는 장인어른 닮아서 잘 배워서 그렇다고, 부럽다고..
저희 아빠는 교사 33년 후 퇴직하셨는데
큰 벌이는 없었지만 크게 뭐 지르지 않으시는 스타일로 사셨죠
아끼는 게 몸에 배있으시고..
지금은 연금으로 노후 걱정 없고
마련하셨던 아파트는 세월이 흘러 올라서 6억 정도
오빠 결혼할 때 1억 2천을 척 보태주셨고
저 결혼할 때도 모아두셨던 걸로 결혼자금 걱정 없이 해주시고 제가 모았던 돈은 너 들고가서 써라 해주시고
저랑 오빠 대학 등록금도 한번 걱정 없이 다녔고..
(둘이 겹칠 때가 있었는데 그때 걱정하시던 모습이 기억나긴 함)
남편은 자랄 때 엄청 유복해서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하고 자랐대요.
그러다 6학년쯤 집안 엄청 기울어서 바닥까지 갔었다고..
전 결혼 전, 시댁 처음에 엄청 부자인 줄 알았어요.
사업하시는데 만날 때마다 돈 엄청 잘 쓰시고
몇십만원은 항상 척척 쓰시고
근데 결혼하고 나중에 보니 목돈이 없는 집이더군요..
작은 빌라 얻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2년 후에 보니 전세가 아니라 월세를 시댁에서 내주고 계셨던..
(남편이 결혼 전에 시어머니께서 계에 넣어 관리해주신대서 벌던 돈 다 드린 걸로 아는데, 빌라의 보증금은 그거에 훨씬 못미치는 금액이고)
어쨌든 그때야 맘 상했지만 지금은 저희 집 살 때 도움 안 받았다 오히려 자부심이에요. 대출을 억억 소리나게 빌렸지만....
그 와중에 저희 친정에서는 저희 집살 때 천만원 보태주시고ㅠ (평소에 전혀 낭비 없이 사시는 분들.. 돈을 언제 모으셔서 갑자기 주시고)
시댁은 평소에 펑펑 쓰시는데 큰 일에서 목돈이 없는 스타일이에요. (큰 일 치러야할 때 돈 없으시면 저희에게 가끔 몇백 빌렸다가 다시 주시기도 하고)
물건 사주시기도 잘 사주세요. 뭐 한번 사러 가면 몇십만원 아무렇지 않게 쓰시고.. 시엄니 여장부 스타일. 지금도 일하고 계세요. 사업 같은..
전에 한번은 하시는 말씀이 한달에 5백만 들어오면 일 안할 수 있는데
그 이하로는 절대 못줄인다고 나는 돈 쓰는 재미로 사는데 하시며
(이번달은 지출 2천만원이라고 하신 적도)
노후준비는 이제 시작 중이심.
대출 보태서 건물 사시고 세 받으실 계획으로..
암튼 남편이 자기는 그렇게 자라서 절제가 힘들다고
먹는 것도 한번에 엄청 먹고
뭐에 빠지면 그것만 계속 하고
지금 자기가 사는 건 일이만원짜리 싼 것만 사는데
나 우리 엄마 아들이야~ 하면서 얼마나 참고 있는지 모른다고 하네요(사람 성향이 어릴 때 결정되어서 계속 가는 건가)
저희 부모님은 아끼면서 그렇게 사신 거 제가 배워서 저는 물욕이 없어 좋겠다며
근데 우리 엄마 보라고, 남들은 일년에 여행 몇번 갈까 말까인데 돈도 있고 하니 저렇게 맨날 좋은 곳 여행 다니며, 물건도 막 사고 그런다고
(은근히 우리 아빠 맥인 건가;;;)
오늘은 토요일.
저는 출근 안하고 남편은 퇴근하고 4시에 집 왔습니다. 어제 회식해서 피곤해하길래 자라고 냅뒀어요.
아이와 쿠키 만들고 어쩌고 하다 저녁밥 먹으려니 8시.
남편 그때 일어나 식탁에 셋이 앉아 밥 먹는데 카세트테이프로 옛날 앨범 틀어 놓고는 계속 그 얘기만 하는 겁니다. 아이가 하는 말들은 듣지도 않고, 이게 몇년도에 나온 거지? 맞나? 핸드폰으로 찾아보더니 아 맞았다~~ 어쩌구저쩌구
저도 한계가 와서,
나는 아무 관심 없다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알았어~ 이랬어요
그랬더니 한심하다는 식으로 쳐다보냐며 버럭합디다.
근데 사실이었어요.
진짜 한심해서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본 거고.
혼자 살아야 할 사람이 도대체 결혼을 왜했는지, 한심한 거 맞는데.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고 말로 하래요.
그래서 사람이 좀 정도가 있어야지 정도껏 해야지
해줬어요.
돌려말했으니 또 못알아들었겠죠?
집안일 안 도와줘서, 아니면 제가 제 시간을 못 가져서 그랬는 줄 알 듯요.
니가 하고 싶은 거에만 빠져 있지 말고 아이랑 놀아줘라(상호작용 좀 해라)
이 말 했으면 그말 좀 그만하라 하며 더 큰 소리 날테니 그냥 안했어요.
아이와 놀아주면 진짜 다른 거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고... 제발 니가 아빠라면 시키기 전에 좀 못하겠니.
지금 이 원망이 너무나 깊어서
나중에 잘해준다 해도 마음이 돌아올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또 지금 이런 사람이 나중에 잘할까 싶고
최고로 예쁜 우리 아이만 안됐음
그러면서 또 맨날 하는 말이 그거예요.
지금이 제일 예쁠 시기래.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끝이겠지..
그 말 할 때마다 그럼 좀 놀아주라는 말이 턱까지 차오르다가 참아요.
진짜 지금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그런데 아빠라는 사람은 항상 본인 취미로 바쁘네요..
짧게 쓰고 말려고 했는데
또 길어짐;;
쓰고 나니 속은 좀 풀리는데
이런 거나 쓰고 있어야 했던 내 소중한 시간이 아까운..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도를 모르는 남편
스튜핏 조회수 : 2,343
작성일 : 2017-09-02 23:46:34
IP : 112.170.xxx.7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ㅠ
'17.9.2 11:51 PM (182.239.xxx.226)살아온 가닥 어쩔 수 없음
저도 유복히 자라고 딸 하나라고 다 해주고 비위맞춰 사고픈거 웬만함 다 사고 살아요
이제 친정에서 못대주는데 버릇이 그래서 저축을 못해요 ㅠ
멋 엄청 부려 다들 부자로 아는데 빚좋은 개살구ㅠ
걍 이러케 살다 죽을래요2. ...
'17.9.2 11:51 PM (122.43.xxx.92)어제 중딩 아들 두명 둔 집이랑 비슷 하네오 그분은 맞벌이도 아닌데 남편이 자기 취미 생활 하느라 중딩 애들 밥 안먹였다고 한심 하다고 하던데 원글님네도 구구절절 쓰셨지만 되게 비슷해 보여요 그집이랑 다른건 애들 나이하고 원글님은 전업이 아니라는거?
3. 나무안녕
'17.9.3 12:10 AM (39.118.xxx.156)가난한사람은 이유가 있더라구요.
저축이 뭔지를 몰라요.
생기면 생기는데로 써요.
울 남편도 결혼하고 저 때문에 적금들고 집도사고 했죠
우리 시댁도 부자였다 망해서 가난해졌는데 여전히 누구보다 잘ㅇ써요.
울 남편도 계속 사요~못사게하면 다이소라도 가서 사더라구요 ㅡㅡ4. ㅐㅐㅐㅐ
'17.9.3 12:15 AM (110.70.xxx.196) - 삭제된댓글음.... 주변 남자들에게
들은건데
남자들은 취미라도 안가지면
바로 바람핀다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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