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요...
어쩌면 시어머니와 잘 지내고 싶지 않았는 지도 모릅니다...
시어머니가 좀 서운한 말을 하거나 맘에 안들 땐 남편에게 직방 일렀었거든요.
또 어떤 때는 시어머니가 잘해 주실 적도 있어요 저를 생각해주는 행동을 보여주실 때도 있고...
요건 남편에게 고하기가 망설여지는 겁니다, 참....
저도 제가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었지요...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고 제가 이만큼 나이를 먹으니...
이제는 좀 보이네요 제가 왜 그런건지, 뭐가 잘못하고 잘한건지...
지금 보니, 저는 저 자신을 너무 아낀 나머지, 시어머니와 친해지면 부과될지도 모를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고 싶었나봐요.
시어머니가 제가 좋다고 같이 살자면 어쩌나... 이뻐해주는 만큼 나도 보답을 해야 할텐데 엄청 귀찮겠군....등등.
그런데 살다보니 저도 아줌마가 되어 뱃짱이 두둑해 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 맘대로 하는게 답이라는 걸.
시어머니가 제게 바라는 게 뭣이던 간에 저는 저 하고싶은대로 합니다.
얼굴을 마주칠 땐 싹싹하고 친절하게 간을 빼 줄듯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드려요. 뚱하고 있은 적은 한번도 없어요.
그러면 어머니도 웃으며 좋아하시니 저도 참 좋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를 투명인간 취급을 해라는 둥...그냥 네네 짧게만 대답하라는 둥... 그런 말들은 이상하게 들립니다.
다정히 말하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다만 기분 문젠데... 그건 저의 문제죠.
시어머니가 말도 안되는 말씀을 하거나 심통을 부리는 걸 알게 될 때는 저도 심통을 부립니다.
전화도 안하고 뜸한 거죠.
그러면 시어머니가 전화를 하세요... 아마 뿔이 나셨겠죠.
그 땐 또 다정히 반갑게 전화를 받아서는 어쩌고 저쩌고 어머니~ 해가며 알랑방구를 뀝니다...이게 작전이 아니고 진심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최소한 웃는 얼굴에 침 뱉는 경우없는 할머니는 아니었어요.
그럼 또 그렇게 지나가고...
돈도 좀 여유있을 땐 더 보내고 그렇지 않을 때는 덜 쓰고... 담에 돈 많이 들어오면 어머니 호강 시켜 드릴께요~~~
이러면 좋아하시데요... 그 때가 언젠진 우리 서로 다 모르지만...
저도 아들이 나중에 엄마 잘 모시고 행복하게 해 드린다면 괜히 속절없이 좋은 것처럼요.
그냥 말로 효도를 대신 합니다.
시어머니가 싸 주시는 건 뭐든지 이렇게 귀한걸... 어쩌구 설레발을 치면서 가져옵니다. 일단 가져옵니다.
대단한 걸 주시는 것도 아니지만 주실게 그것 밖엔 없어서 그러려니 합니다.
시어머니에게 효도도 호강도 시켜드린게 없어요...
그러나 한가지 어머니가 전화하시거나 만나면,
언제나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살살 거려 드립니다.
저의 진심을 요사스러움이라고 생각하시는 지는 저는 몰라요. 그건 어머니 몫이죠.
앞으로도 제가 뭔 큰 효도를 할 지 말 지 모르고요... 아마도 딸이 더 하겠죠,효도는...
요즘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에게 바라는 효도는 활짝 웃어주는 거 말고 별거 없을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더 바라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못할 건 못해 드리는 거죠 뭐....어쩌나요?
시어머님이 싫어서 안 해 드리는 게 아니라 친정어머니도 못해드리는 건 못해 드리잖아요...
저도 젊은 날 시집식구와 갈등도 많았었어요.
뚱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뭐라고 말을 해야 옳을지 몰라서 어리벙벙 하다고 하는게 더 비슷했지요.
눈치를 살피다가 피곤해져서 짜증이 나기도 하구요.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저의 젊은 시절 명절이 훨씬 질이 좋았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새댁님들 맘 편한 명절길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