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이 전혀 까탈스럽지는 않지만 자기 취향은 확실한 사람이예요.
본인의 기호나 취향에 맞게만 하면 나머지는 모두 덤덤하게 지내고요.
그런데 저는 저 개인적으로나 사회생활에서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무척 꼼꼼한 사람인데
이런 제가 봤을 때는 남편이 참 무심하고 둔하기까지 합니다.
어제 남편이랑 등산을 갔는데
등산 시작 전에 남편이 등산화 끈을 조절하고 있을 때 저희 부부 모두 아는 어떤 사람이 보이더라구요.
제가 그분하고 인사하고 있는데 그분이 남편에게도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데도
전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끝까지 자기 등산화 끈만 조절하고 있는거에요.
내가 여보.. ** 이분이 말씀하시네.. 이렇게 말해도 묵묵부답..
자기 등산화 끈 다 조이고 매듭을 묶고
두번이나 반복해서 더 조이고 확인 후에야 상체를 들고 아..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하는거에요.
그 분이 기다린 시간은 15초? 20초? 정도이지만 외면하고 있다가 인사의 답을 듣기에는 먼 시간인건 분명하죠.
어쩌면 이렇게 배려 꽝인지.
또 남편이 제 옆에서 자기 스틱을 조절하면서 그 끝을 내 얼굴에 몇번이나 부딪혔어요.
저는 다른 곳 멍하니 보고 있다가 갑자기 스틱 끝이 내 얼굴을 찔러서
저는 그때마다 휙휙 피하면서 남편에게 또 그런다고 말해줘도, 어? 그랬어? 미안.. 이게 다예요.
고쳐지지를 않아요.
한번은 제 선글라스에 정통으로 맞았는데 정말 제가 참을성이 많아도 참 싫더라고요.
만일 제가 선글라스 안 썼다면 눈에 찔렸을 거예요.
옆에 사람을 1도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가 뭘 하고 싶으면 옆 사람과의 공간이 어찌되는지 상관도 안하더군요.
남편이 자기가 수건으로 땀 닦거나 하고 수건을 자기가 자기 배낭에 넣거나 챙기면 되는건데
내가 뭘 하고 있건 바로 나에게 받으라고 줘요.
아니 눈 뜨고도 내가 뭘 하고 있는거 못 보나요?
그낭 팔을 옆으로 뻗어서 내게 쭉 내미는거예요. 받으라고.
내가 나 지금 이거 하고 있어서 못 받아. 당신이 당신 배낭에 넣어... 이렇게 말해야 응.. 그렇구나.. 이럽니다.
제가 어제부터 등산하고나서 사우나 간다고 갈아입을 옷 미리 챙기라고 그랬거든요.
등산후에 차에 등산배낭은 두고 갈아입을 옷만 챙겨서 사우나 가려는데
남편이 자기 배낭에서 옷가지를 주섬주섬 들더니 나보고 그거 넣을 작은 가방을 달랍니다.
내가 지금 가방이 어디 있냐고, 필요하면 집에서 떠나기 전에 말하지 그랬냐고 했죠.
내복이니 양말이니 주섬주섬 들고 사우나 어떻게 가냐고 묻네요.
제가 간식 넣어두었던 검은 봉지를 비우고 거기에 넣어서 가라고 했어요.
원래 그렇게 약간 답답한 구석이 있었는데 나이 들면서 더 심해진거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뭐 결정적으로 크나큰 단점이라고 하기엔 뭐하고요..
그냥 함께 하는 일상은 매우 피곤하고요.
이 남자를 어찌 고쳐서 살아야할지 암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