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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기억 나는 어느 날의 아빠

,, 조회수 : 3,918
작성일 : 2017-08-23 14:05:03

오늘 길을 걷다가 문득 아버지의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 거예요.
그냥 그 모습을 정리할 겸 남기는 이야기예요.

엄마가 이른 나이에 병석에 눕고 아버지가 오래 간병을 하셨어요.
그러는 동안 저는 결혼을 했는데,
먼 데 사시는 시부모님이 그래도 사돈 얼굴 보고 인사해야 한다고 문병을 오셨어요.
엄마가 안 계시니 친정집에서 뭐 대접하기는 어려워서
음식점을 하나 예약하고 아버지랑 그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아버지는 병원에서 만나면 감정을 추스릴 수 없을 것 같다 해서요.
그런데 먼 데서부터 보이는 아버지 실루엣을 보니
생전 안 입는 양복에 구두까지 신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추운 날 밖에 계시더라고요.
평소엔 좀 격식 차릴 줄 모르는 면이 있어 역시 엄마 빈자리가 크다,라는 쓸쓸한 생각을 갖게 만들곤 했는데 말예요.
양복을 입을 일이 없어 오래된 디자인에다, 세탁도 깔끔하지 않은 편이라 좀 허름해보였지만,
딸의 시부모님을 만나는 날이라 최선을 다해서 갖춰 입었다는 느낌이었지요.
손에 든 건 시부모님께 드린다고 농사 지어 짠 참기름 병이었고요.
결혼할 때 부모님 도움이 거의 없어, 그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인데도 서운한 마음이 조금 있었는데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고 깨끗이 털어냈어요.

엄마 아파서 말로 다 못할 어려움이 많았는데도 한 번도 자식에게 먼저 뭘 요구한 적 없고
혼자 살게 된 지금은 설거지 하나도 쌓아두는 법 없이 최선을 다해 정갈하게 사시는 아버지.
가슴이 너무 뜨거워지네요 아버지 생각하니까.




IP : 121.131.xxx.35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7.8.23 2:07 PM (39.7.xxx.251)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원글님 부럽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요....

  • 2. 아흐
    '17.8.23 2:09 PM (123.215.xxx.204)

    저도 눈물이....

  • 3. ㅜㅜ
    '17.8.23 2:10 PM (210.94.xxx.89)

    뭉클.. 하네요...
    저도 아버지 사랑 많이 받은 딸인데..
    가끔 왜 그렇게 사소한 일로 잘못하는지..

    좀 전에 퉁명스럽게 전화 끊은 아버지에게
    하트 뿅뿅 문자한통 넣으렵니다..
    고맙습니다..

  • 4. ..
    '17.8.23 2:11 PM (121.131.xxx.35)

    저도 님
    저도 그렇게 생각한 일이 많아요.
    우리 아버진 왜 그랬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시간이 오래 지나고 보니, 그건 그거대로 밉고 서운하지만
    애틋한 마음이 더 커진 것뿐이에요.
    저도 님의 마음에도 평온이 찾아오길 빌어요.

  • 5. 어우.
    '17.8.23 2:11 PM (222.101.xxx.249)

    아버님 모습 표현해주신걸 읽다가,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합니다.
    아버님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기도합니다.

  • 6. ㅠㅠ
    '17.8.23 2:12 PM (211.199.xxx.199)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싶어지네요ㅠㅠ

  • 7. 아!
    '17.8.23 2:13 PM (118.218.xxx.190)

    아버지!! 건강 하시길!!

  • 8.
    '17.8.23 2:13 PM (58.140.xxx.144) - 삭제된댓글

    눈물나네요

  • 9. ....
    '17.8.23 2:14 PM (220.78.xxx.22)

    젊은시절 집나가 방황하다
    삼개월뒤 돈도없고 갈데도 없어 집으로 다시 들어갔어요
    아빠가 엄마한테 딱 한마디 하시더라구요
    쟤 밥차려줘
    그뒤로 정신차리고 대학도가고 직장도착실히 다니고
    아빠 그때 밥먹으라해서 고마워

  • 10. 쓸개코
    '17.8.23 2:34 PM (218.148.xxx.21)

    뒤의 글도 읽고 원글님 글마저 읽으니 목이 메이네요..ㅜㅡ

    울아버지도 오래 편찮으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셨거든요..
    네번정도를 환자복만 입고 나오시다가.. 저번달 꿈에 길을 가는데 맞은편에서 아버지가 걸어오시는겁니다.
    좋은 양복을 입고 환자가 아닌 건강한 모습으로..
    제가 '아빠 버스타고 나랑 같이 집에 가요' 하니 그냥 흐뭇하게 미소만 지으셨어요.
    그뒤 꿈에 안나오시네요.
    좋은 옷 입고 좋은데 가셨나봐요..

  • 11. 여긴 아빠, 아버지에 대해
    '17.8.23 2:42 PM (211.243.xxx.4) - 삭제된댓글

    안 좋은 글들만 올라오는 곳이라 이런 글들이 되려 어색할
    정도네요.
    부모 자식간 애틋한 마음들이 확인돼 좋아요.^^

  • 12. 아이린
    '17.8.23 3:48 PM (168.188.xxx.133)

    아버님 건강하세요

    원글님 글에 혼자 훌쩍거리고있네요
    원글님 그리고 아버님 모두 건강하시고 오래 행복하시길 마음으로 진심으로 빌어드립니다

  • 13.
    '17.8.23 4:24 PM (58.239.xxx.122) - 삭제된댓글

    존경할 만한 아버지를 두셨다는 사실이 너무 부럽네요
    우리 아버지는 평생 엄살에 소심에,,속도 무지하게 좁고, 지독하게 보수적인 양반..
    저런 남자하곤 절대 결혼 안해야지 다짐했던..
    아버지의 따뜻한 정이라는걸 느껴본적이 진심 한번도 없는 저로서는 부럽네요.

  • 14. 엉엉
    '17.8.23 5:19 PM (211.114.xxx.139)

    친정엄마 아프셔서 챙겨줄 여력도 없으셨을텐데
    원글님 결혼할때 아버님도 원글님도 같이 힘드셨겠어요.
    아빠에 대한 서운함을 말끔히 털어내셨다니
    저도 함께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 15. 첫댓
    '17.8.23 5:27 PM (39.7.xxx.251)

    제가 서른여덟인데....
    아빠란 이름을 100번 못 불러 봤어요.
    아직 살아있는것 같은데...

    한살어린 이복동생은 대학원까지 시켜주고,
    저는 알바하며 장학금받아가면 7년만에 겨우 졸업했어요.
    대학원 장학생으로 입학해서 20년만에 찾아갔더니,
    내앞에서 이복동생 자랑하던 아비라는 사람...

    그날로 저는 내 인생에 영원히 아웃했습니다.

    원래 아비없이 자랐지만, 마음속에 그리움은 있었는데,
    그날 그 그리움들 마저 헛짓이었다는 걸 느꼈지요...

    그냥 그렇다구요...

  • 16. 친정 아버지
    '17.8.23 6:02 PM (175.209.xxx.206)

    늘 딸에게 미안하셨을 마음이 느껴지네요.
    친정 엄마.아빠 .......
    저도 세상 무뚝뚝하고 말없으신 우리 아버지가
    저 결혼해 살림 싣고 떠나는 날
    엄마는 이것저것 계속 싸주느라 눈물 쏟으며 뛰어다니시고
    아버지는 잘가라! 한마디만 하시고 출근하셨는데
    잠시 후 눈물을 흘리시며 되돌아오셔서
    내가 오늘은 출근을 도저히 못하겠다! 하셔서 놀랐어요.
    아버지 공직 생활 30년 동안
    유일한 무단 결근이셨어요.
    남편은 그 모습을 잊지 못하겠다고 해요.
    당신이 얼마나 귀한 딸인지 그때 알았다구요.

  • 17. 지금부터
    '17.8.23 6:07 PM (223.62.xxx.93) - 삭제된댓글

    좋은 남자네요. 원글님의 어머님이었던 여성분에게.
    맨 처음엔, 볶닥거리더라도 아내랑 정 주고 받으며 살고 싶은 어떤 젊은 남자였을텐데요.

  • 18.
    '17.8.23 6:09 PM (211.51.xxx.158)

    원글님 글이랑 댓글 읽으며 눈물닦고 있네요..ㅠㅠ

  • 19. ...
    '17.8.23 6:53 PM (221.158.xxx.252) - 삭제된댓글

    가난했지만 점잖고 정많았던 선비같은 우리아빠가 생각나요
    아빠 제사가 한달도 안 남았네요

  • 20. 완소서
    '17.8.23 7:36 PM (175.223.xxx.43)

    글읽고 댓글 읽으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요.....

  • 21. 원글
    '17.8.23 9:31 PM (1.224.xxx.175)

    답글들 감사해요
    다들 가족과 각자의 사연이 있으시겠지요.
    저는 결혼 전에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나쁜 아버지는 아니지만 아버지도 나름대로 자기 슬픔에 갇혀 자식 많이 품어주지는 못했어요.
    아버지가 자식도 바라봐주길 원했어요 저는.
    그런데 인간적으로 과한 욕심이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는 것뿐이고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따듯한 성품이긴 하신 것 같아요.
    그날 멀리서 보이는 아버지가 초라해보이면서도
    아 나에겐 아버지가 있지! 든든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게 생생해요.

    정을 나눠준 아버지가 혹은 엄마가 없으신 분께는
    제 얘기가 쓰라리셨던 모양이에요.
    그 허전하고 아픈 마음 누가 알겠어요.
    누구에겐가 다정한 사람이 되어 행복하시길 빌 뿐입니다.

  • 22. 행복하다지금
    '17.8.23 9:38 PM (99.246.xxx.140)

    저도 아버지에 대한 좋은 가억이 없어 남자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있었는데
    남편을 보면서 남자도 여자만큼 사람나름이구나 생각 들었어요.

    병마만 아니었어도 어머니와 알콩달콩 예쁘게 사셨을텐데.. 님 아버님이 괜히 짠하고
    그런 남편을 보면서 아무것도 해줄수 없었을 님 어머님도 짠하고 마음 저리고... 그러네요.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없었으면... 바래봅니다.
    그런 아버님이 있는 님이 부럽네요.

  • 23. 아...
    '17.8.24 10:31 AM (58.231.xxx.118) - 삭제된댓글

    원글님.아버님과 행복하셨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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