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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날 씽씽카타고 달리는게 좋대요

잘가요,여름 조회수 : 1,450
작성일 : 2017-08-20 23:55:11

다섯살 늦둥이아들이랑

저녁 다섯시쯤에 밖에 나왔어요.

흐린 회색빛하늘을 살짝 받치고 서있는 나무들사이로

바람이 물결처럼 잔잔히 일렁이는 것을 보고

 

씽씽카를 타고 동네한바퀴 돌아다닐 생각으로

횡단보도앞에 서있자마자

굵은 빗방울들이 떨어지네요.

 

엄마, 코위로 한방울 떨어졌어.

오,그래~~ 그럼 집에 가야겠네. 이제 비가 더올텐데.

 

아니야, 난 이런날이 좋아.

비오는 날, 씽씽카타고 달리면 시원해.

 

결국

우리는 30분동안 비를 맞으면서

동네한바퀴 돌았어요.

전 두다리로 쫒아가고

아이는 씽씽카 타고 가고.

 

이슬비노래를 부르면서

저만치 씽씽카에 몸을 실고

멀어져가는 아이의 옷자락이

바람결에 부풀어오르는 모습이

자유로운 영혼같아요.

 

금새 머리도 옷도 다 젖었지만

홀가분해하는 아이.

 

집이 가까워질무렵 눈앞에 보이는 산등성이가

번개에 몇번 빛나고 참새들이 오르내리길 반복하는 동안

저녁도 그나마 빛을 잃고 땅거미가 지는 여름날.

 

그 폭염도 이젠 빛을 잃고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에도 가을이 실렸어요.

 

며칠전 버스에서 내릴때

미처 챙기지 못했던 아이우산이 더럭 생각나서

눈앞에서 사라진 버스는 이미 없는데

너무 안타까워 잠시 서있었던 그 언젠가도

아무렇지 않아요.

 

그 우산, 하루전에 샀던 18000원짜리 터닝*카드

아이도 저도 이틀은 버스의자등받이에 달려 떠나갔던

그 우산의 행방을 궁금해했었던 날도 이젠 희미해져가는걸 보면

 

이제 여름도 정말 종점인가봐요.

잘가요,여름.

 

너무 뜨겁고 더워서 눈물날정도였어.

아이랑 길을 걸을땐 그 산책이 고행인것만 같았는데

 

한편으로는 비오는 저녁날

아이와 함께 은행나무밑을 달려 간 오늘,

웬일인지 가슴아파요.

IP : 121.184.xxx.16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akflfl
    '17.8.20 11:57 PM (221.167.xxx.125)

    하동초등선상님글 같으오

  • 2. ..
    '17.8.20 11:59 PM (124.111.xxx.201)

    이쁜 글. *^^*

  • 3.
    '17.8.20 11:59 PM (49.165.xxx.192)

    비 오는 날 애들 킥보드태울때 조심하시길요 엄마도 못 쫓아갈만큼 빨리 가면 안되요 차 안다니는 공원 같은 데면 몰라도..

  • 4. 원글
    '17.8.21 12:02 AM (121.184.xxx.163)

    큰애가 14살인데 그아이때에도 비맞으면서 집에 온적있었어요.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둘이 신나게 뛰어왔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5살 짜리 아이 키우면서 또 그런 비슷한 일이 생기네요^^ 원래 그런건가요~?

  • 5. 멋진엄마
    '17.8.21 12:08 AM (175.223.xxx.55)

    그 순간을 기다려줄줄 아는 멋진 엄마네요.

    아이들은 좋겠어요.
    엄마가 너무 멋진 사람이라서!

  • 6. 원글
    '17.8.21 12:14 AM (121.184.xxx.163)

    큰애 세살때, 잘 갔던 문구점아줌마가 윗님처럼 그런 말 몇번 했었어요.
    순간을 기다려줄줄 아는 엄마라고.
    대개 엄마들이 빨리 고르고 가자고 재촉하고 짜증낸다는데 저는 아이가 뭔가 고를때까지 30분을
    기다렸거든요.
    한평정도 될까 싶은 그런 문구점인데 아저씨는 카운터에서 책을 읽고 아줌마는 게임기 정리하고
    아이도 팽이나 사탕 그정도 고르고 가곤했어요.
    그런데 아저씨도 제가 간뒤에 그랬대요.
    순간을 기다려주는 엄마맞다고..^^
    근데 저 반전 있는 엄마에요. 안돼~안돼, 하고 잘 타이르다가 갑자기 안된다고 했지!!하고 욱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땐 참 미안하죠~...

  • 7. 00
    '17.8.21 12:18 AM (180.70.xxx.101)

    잔잔한 수필 읽는 기분이에요
    어쩜 글을 이렇게 잘쓰시나요
    정독해서 한번 더 읽었어요
    저도 5살 아이 키우고 있는지라
    한문장 한문장...어떤 느낌인지..알것같아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 8. 그우산
    '17.8.21 12:25 AM (14.32.xxx.118)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몇번 버스 몇시에 탔는데 우산 두고 내린거 같은데
    있으면 보관해달라고 하세요.

  • 9. 은이맘
    '17.8.21 4:55 AM (86.99.xxx.20)

    이런 글 좋아요
    중고교시절 자전거로 학교다녔는데 하교 후에 쏟아지는비 쫄딱 맞으며 집에 가곤 했어요 젖어서 축축하지만 그 기분 정말 좋아요
    한번은 체육시간에 반 전체가 비맞으며 축구한 적도....
    그땐 산성비 이런 거 없었고
    한번 의도치 않게라도 비 마구 맞으며 뛰고 싶네요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기분이랑 비슷해요~
    샤워하고 옷 갈아 입으면 끄읕~
    아 그립다...그시절

  • 10. ㅎㅎㅎ
    '17.8.21 8:23 AM (222.233.xxx.7)

    우리 어린 시절엔
    소나기가 추억 한자락의 필수였죠.
    좋아하던 친구들과 교복치마 입고,
    맨발로 아스팔트위를 달려 집에 갔던...
    그냥 꺅꺅 대며...
    그순간에도 짧게나마
    이순간을 그리워할것 같은 예감이 스쳐지나갔었죠.
    원글님과 보낸 그 시간을
    엄마가 부재인 시간에 아이가 떠 올리며,
    눈물겨워할듯한데...
    4살이면 너무 어린걸까요?
    아깝네요.
    동화같은 순간인데...

  • 11. 아이들이
    '17.8.21 10:14 AM (211.206.xxx.50)

    엄마와 함께한 좋은 추억을 많이 간직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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