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비내리는 날 씽씽카타고 달리는게 좋대요

잘가요,여름 조회수 : 1,371
작성일 : 2017-08-20 23:55:11

다섯살 늦둥이아들이랑

저녁 다섯시쯤에 밖에 나왔어요.

흐린 회색빛하늘을 살짝 받치고 서있는 나무들사이로

바람이 물결처럼 잔잔히 일렁이는 것을 보고

 

씽씽카를 타고 동네한바퀴 돌아다닐 생각으로

횡단보도앞에 서있자마자

굵은 빗방울들이 떨어지네요.

 

엄마, 코위로 한방울 떨어졌어.

오,그래~~ 그럼 집에 가야겠네. 이제 비가 더올텐데.

 

아니야, 난 이런날이 좋아.

비오는 날, 씽씽카타고 달리면 시원해.

 

결국

우리는 30분동안 비를 맞으면서

동네한바퀴 돌았어요.

전 두다리로 쫒아가고

아이는 씽씽카 타고 가고.

 

이슬비노래를 부르면서

저만치 씽씽카에 몸을 실고

멀어져가는 아이의 옷자락이

바람결에 부풀어오르는 모습이

자유로운 영혼같아요.

 

금새 머리도 옷도 다 젖었지만

홀가분해하는 아이.

 

집이 가까워질무렵 눈앞에 보이는 산등성이가

번개에 몇번 빛나고 참새들이 오르내리길 반복하는 동안

저녁도 그나마 빛을 잃고 땅거미가 지는 여름날.

 

그 폭염도 이젠 빛을 잃고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에도 가을이 실렸어요.

 

며칠전 버스에서 내릴때

미처 챙기지 못했던 아이우산이 더럭 생각나서

눈앞에서 사라진 버스는 이미 없는데

너무 안타까워 잠시 서있었던 그 언젠가도

아무렇지 않아요.

 

그 우산, 하루전에 샀던 18000원짜리 터닝*카드

아이도 저도 이틀은 버스의자등받이에 달려 떠나갔던

그 우산의 행방을 궁금해했었던 날도 이젠 희미해져가는걸 보면

 

이제 여름도 정말 종점인가봐요.

잘가요,여름.

 

너무 뜨겁고 더워서 눈물날정도였어.

아이랑 길을 걸을땐 그 산책이 고행인것만 같았는데

 

한편으로는 비오는 저녁날

아이와 함께 은행나무밑을 달려 간 오늘,

웬일인지 가슴아파요.

IP : 121.184.xxx.16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akflfl
    '17.8.20 11:57 PM (221.167.xxx.125)

    하동초등선상님글 같으오

  • 2. ..
    '17.8.20 11:59 PM (124.111.xxx.201)

    이쁜 글. *^^*

  • 3.
    '17.8.20 11:59 PM (49.165.xxx.192)

    비 오는 날 애들 킥보드태울때 조심하시길요 엄마도 못 쫓아갈만큼 빨리 가면 안되요 차 안다니는 공원 같은 데면 몰라도..

  • 4. 원글
    '17.8.21 12:02 AM (121.184.xxx.163)

    큰애가 14살인데 그아이때에도 비맞으면서 집에 온적있었어요.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둘이 신나게 뛰어왔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5살 짜리 아이 키우면서 또 그런 비슷한 일이 생기네요^^ 원래 그런건가요~?

  • 5. 멋진엄마
    '17.8.21 12:08 AM (175.223.xxx.55)

    그 순간을 기다려줄줄 아는 멋진 엄마네요.

    아이들은 좋겠어요.
    엄마가 너무 멋진 사람이라서!

  • 6. 원글
    '17.8.21 12:14 AM (121.184.xxx.163)

    큰애 세살때, 잘 갔던 문구점아줌마가 윗님처럼 그런 말 몇번 했었어요.
    순간을 기다려줄줄 아는 엄마라고.
    대개 엄마들이 빨리 고르고 가자고 재촉하고 짜증낸다는데 저는 아이가 뭔가 고를때까지 30분을
    기다렸거든요.
    한평정도 될까 싶은 그런 문구점인데 아저씨는 카운터에서 책을 읽고 아줌마는 게임기 정리하고
    아이도 팽이나 사탕 그정도 고르고 가곤했어요.
    그런데 아저씨도 제가 간뒤에 그랬대요.
    순간을 기다려주는 엄마맞다고..^^
    근데 저 반전 있는 엄마에요. 안돼~안돼, 하고 잘 타이르다가 갑자기 안된다고 했지!!하고 욱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땐 참 미안하죠~...

  • 7. 00
    '17.8.21 12:18 AM (180.70.xxx.101)

    잔잔한 수필 읽는 기분이에요
    어쩜 글을 이렇게 잘쓰시나요
    정독해서 한번 더 읽었어요
    저도 5살 아이 키우고 있는지라
    한문장 한문장...어떤 느낌인지..알것같아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 8. 그우산
    '17.8.21 12:25 AM (14.32.xxx.118)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몇번 버스 몇시에 탔는데 우산 두고 내린거 같은데
    있으면 보관해달라고 하세요.

  • 9. 은이맘
    '17.8.21 4:55 AM (86.99.xxx.20)

    이런 글 좋아요
    중고교시절 자전거로 학교다녔는데 하교 후에 쏟아지는비 쫄딱 맞으며 집에 가곤 했어요 젖어서 축축하지만 그 기분 정말 좋아요
    한번은 체육시간에 반 전체가 비맞으며 축구한 적도....
    그땐 산성비 이런 거 없었고
    한번 의도치 않게라도 비 마구 맞으며 뛰고 싶네요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기분이랑 비슷해요~
    샤워하고 옷 갈아 입으면 끄읕~
    아 그립다...그시절

  • 10. ㅎㅎㅎ
    '17.8.21 8:23 AM (222.233.xxx.7)

    우리 어린 시절엔
    소나기가 추억 한자락의 필수였죠.
    좋아하던 친구들과 교복치마 입고,
    맨발로 아스팔트위를 달려 집에 갔던...
    그냥 꺅꺅 대며...
    그순간에도 짧게나마
    이순간을 그리워할것 같은 예감이 스쳐지나갔었죠.
    원글님과 보낸 그 시간을
    엄마가 부재인 시간에 아이가 떠 올리며,
    눈물겨워할듯한데...
    4살이면 너무 어린걸까요?
    아깝네요.
    동화같은 순간인데...

  • 11. 아이들이
    '17.8.21 10:14 AM (211.206.xxx.50)

    엄마와 함께한 좋은 추억을 많이 간직하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21072 수능개편안은 국민대담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9 이건 2017/08/21 872
721071 좋은시모 만나신분 부러워요 9 2017/08/21 2,749
721070 선배님들.. 냉동실 정리 노하우 좀 공유해주세요 11 뱃살겅쥬 2017/08/21 3,341
721069 이참에 일본 수입산에 대한 검토도 해봤음 하는데 어디다 건의해야.. 5 .... 2017/08/21 555
721068 원래 이런건가요? 몰라서 못받은 지원금 2 2017/08/21 1,466
721067 미국에서 새 상품 사면 정말 새 상품? 5 믿어말어 2017/08/21 1,354
721066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 매수, 지혜를 부탁드려요 6 머리가 아픕.. 2017/08/21 3,124
721065 그냥 속상하네요.... 2 여기에다 2017/08/21 1,056
721064 얼굴리프팅밴드를 하다가 문득 1 .... 2017/08/21 1,526
721063 여친한테 목걸이 선물할때.. 5 여친한테 목.. 2017/08/21 1,340
721062 싱글매트리스에 슈퍼싱글 커버 씌우면 많이 보기 싫을까요? 6 ... 2017/08/21 978
721061 대한민국 청와대 유트브 채널이 있다는걸 이제야 알았네요^^ 2 청와대 유트.. 2017/08/21 579
721060 육개장을 망쳤어요 7 헤헤 2017/08/21 1,763
721059 노브랜드 생리대역시 1 alice 2017/08/21 3,354
721058 예지미인 생리대는 괜찮나요? 4 블루밍v 2017/08/21 3,900
721057 로맨스소설이나 웹소설, 웹툰 추천 부탁드립니다. 3 로설이 좋아.. 2017/08/21 2,139
721056 워킹맘 분들은 자녀학원 라이드 어떻게 하시나요? 문득궁금해요 7 Soo 2017/08/21 2,388
721055 풀ㅁㅇ 계란은 괜찮을까요? 9 ㄹㄹㄹ 2017/08/21 2,674
721054 그랜저 랑 제네시스G70 중 어느게 나을까요? 9 차량문의 2017/08/21 4,191
721053 뭇매 맞는 수능개편안 17 난 반댈세 2017/08/21 2,060
721052 질문) 위기의 주부들 6 위기다 주부.. 2017/08/21 2,971
721051 신발 잃어버리는 꿈 9 궁금이 2017/08/21 2,658
721050 폐장한 해수욕장엔 가지 말아야하네요 ㅠㅠ 29 ㅠㅠ 2017/08/21 26,212
721049 생리대는 생각도 못하고 한의원 다니고 있었네요 4 ㄹㄹㅇ 2017/08/21 2,460
721048 82 부동산대책 언급할때마다 6 2017/08/21 1,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