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제 남편이랑 싸우고 냉전인데 생일이라고...

조회수 : 2,730
작성일 : 2011-09-06 11:08:16
글 올렸었는데요.
심심하니까 후기 올려볼께요.ㅎㅎ

정확히 그제 저녁에 남편의 말투 때문에
싸움이 불거져서  심하게 말싸움을 했고
말한마디 없이 냉전 상태가 되었는데 
(어떤 분은 하루도 넘기지 않는 건 냉전도 아니라고.ㅋㅋㅋ)
하필 어제가 또 남편 생일이라 이걸 어째야 하나..싶다는 글 올렸는데요.


남편이 저랑 약속한걸 잊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해서
상대방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실수를 했던 것은 정말 아직도
화가 나긴 해요.


많은 분들이 그냥 화해하고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하셨는데
남편은 퇴근이 늦어서 밖에서 외식하기 좀 그렇고
사실 저희가 생일을 그렇게 챙기는 성격들은 아니에요.ㅎㅎ
기념일이나 생일이나 뭐 이런거에 유난 떠는 걸 싫어 하거든요.ㅎ


어제는 퇴근길에 안챙기고 쌩~하기도 찝찝하고 해서
마트엘 갔죠.
어제 카레를 해먹을 계획이었던 터라 재료들은 다 있었고.
마트에 가서 당근 하나 하고  보름딸 빵 하나 하고
복숭아 몇개 샀어요. (남편이 과일 먹고 싶다고 했었거든요)

집에가선 씻고 쉬고 있다가
평상시보다 일찍 밥 해놓고 카레 해놓고.
미역도 불려서 미역 국도 끓였어요. (그래도 미역국은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남편 퇴근하고 오면 휘리릭 챙겨서 먹을 수 있게 해놓고.
동그란 접시 위에 보름딸 빵 하나 올리고
보관해 뒀던 생일초 하나만 꽂아두고
전 TV보며 쉬고 있었어요.


핸드폰을 보니 남편이 언제 전화를 했었나본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고
집에 올 시간이 다 되어갈쯤 남편이 또 전화했길래
냉랭하게 받았어요.  (확실히 풀어진게 아니라서 아무일 없었던듯 전화받긴 힘들었죠)
역시나 남편은 아무렇지 안은척, 별일 없었던 것처럼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더라고요.
낮에 전화를 왜 안받았냐 하는데 제 핸폰이 고물이라 그런지 사람 가려서 울리네요.ㅋㅋ
전화 안왔다고 했더니만 전화 했었다고~  흠.. 사기일지도 몰라요.ㅋㅋ
제 핸폰 고물인거 알아서 .ㅎㅎ

여튼 전화로 조용히 남편이 실수한거에 대한 제 생각도 말하고
이런저런 서운한 점들 얘기하면서 통화가 길어졌죠.
뭐..이런 얘기는 그전에 수도없이 했던 거에요.  새로울 것도 없죠. ㅠ.ㅠ

여튼 남편은 늘 그렇듯 미안하다고 하고
저는 통화하다 예전 일들 생각에 (좀 힘들게 시작했거든요)  울컥해서
눈물..콧물이...
드...드럽게 콧물이 자꾸 나와서.  ㅠ.ㅠ 


갑자기 현관문에서 똑똑 소리가 나는거에요.
문 앞에 바로 남편이...통화하면서 집에 다 온 모양이에요.
그래서 남편보고 5분 있다가  오라고 콧물 범벅인 채로 울컥 거리며 말했더니
남편은 제가 뭔가 심각한 줄 알고 알겠다고 하고는 계단을 내려가는 거 같더군요.

후다닥  보름달 빵 위에 초 불 붙이고는
거실 불 끄고  현관문 앞에서 접시 들고 서 있었죠.
잠시 후 남편이 똑똑! 하는 거에요.   안열리면 키로 문 열고 들어오는데
그러고는 제가 아직 화가 안풀려서 문을 안여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는지
평소엔 키로 잘만 열던 문 열 생각을 안하고 들어올 생각을 안하데요.. 답답~

전화해서 왜 안들어오냐고 했더니 들어가...하면서 다운되어 있더니
역시 똑똑 하고는 안열리니까 그제서야 키로 열고 문을 열었네요.


뭐..
800원짜리 보름달 빵이지만  
폭신폭신 빵에 딸기맛 크림도 발라져 있으니 
초만 꽂으면 케익이죠 뭐. ㅋㅋㅋㅋㅋ

남편은  생각지 못하다 
촛불 꽂힌 보름달 빵을 보더니 활짝 웃네요.ㅋㅋ
이야...역시 여보 밖에 없구나~ 하네요.
이럴때만...


대충~ 이렇게 화해 했어요.ㅋㅋ
IP : 112.168.xxx.63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9.6 11:11 AM (1.225.xxx.71)

    아웅 이뽀라. ㅎㅎㅎㅎㅎㅎㅎㅎ

  • 2. 남자들은
    '11.9.6 11:16 AM (211.57.xxx.106)

    굉장히 단순해요.
    뻥을 좀 많이 쳐서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면
    정말 잘해요.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란 말 괜히 있는게 아니에요.
    결혼 20년차.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3. 그 담은요?
    '11.9.6 11:18 AM (119.70.xxx.218)

    그 다음 얘기도 써주셔야지 ㅋㅋㅋㅋㅋ 농담... 잘하셨어용

  • 원글
    '11.9.6 11:31 AM (112.168.xxx.63)

    그 다음요?
    카레 먹고요. 보름달 빵 먹고요.
    그담에 맥주에 과일 먹고 TV 보다가 잤어요~ 끄~읕. ㅋㅋ

  • 4. 흰둥이
    '11.9.6 11:44 AM (211.246.xxx.93)

    잘한다 잘한다 하니 진짜 자기가 잘하는 줄 알고 자기 정도면 상위 2% 아니냡니다 어처구니없어서,,,,

  • Irene
    '11.9.6 11:51 AM (203.241.xxx.40)

    푸하하하하ㅋㅋㅋㅋ

  • 원글
    '11.9.6 11:52 AM (112.168.xxx.63)

    어째요..ㅠ.ㅠ 근데 저희 남편도 그럴 거 같아요.ㅋㅋ

  • 5. .....
    '11.9.6 12:00 PM (14.50.xxx.51)

    남자들은 참 단순해서 좋아요 그쵸? 조금만 정성을 보여도 되니까,,

    제가 남편과 싸우고 만약 초코파이 이런데 초 꽂아두고 축하해주면 "당장 케익 사와~! 나 이런 거 안 먹어.."
    그럴 거거든요. ㅎㅎ 잘 하셨네요.

  • 원글
    '11.9.6 12:06 PM (112.168.xxx.63)

    이왕 할거 초코파이 한 상자 사다가 할걸...ㅋㅋㅋㅋㅋㅋㅋㅋ
    급 후회되는데요.ㅎㅎ

    저나 남편은 그런거에 별로 신경을 안써서 서로 편할거에요.ㅎㅎ

  • 6. ...
    '11.9.6 2:31 PM (116.43.xxx.100)

    ㅋㅋㅋ완전 시트콤보는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108 인간극장...네쌍둥이.... 27 .. 2011/09/09 16,160
13107 세상에 딱 2사람만 있다면요.. 7 논할 가치도.. 2011/09/09 2,094
13106 검찰 “조선 1일자 1면 톱기사 오보”! 실제 내용도 15억원.. 1 참맛 2011/09/09 2,152
13105 명절때마다 항상 고민입니다 18 명절비용 2011/09/09 2,887
13104 오세훈님...싸랑한데이.. 4 .. 2011/09/09 2,149
13103 양모이불 어떤가요? 8 잘하고파 2011/09/09 7,218
13102 시조카 함 들어오는날 가야하나요? 9 에휴. 2011/09/09 2,422
13101 "부드러운 현미" 라는 현미 드셔보신 분!!! 4 저기 2011/09/09 2,225
13100 대한민국은 인권이 너무 많고, 근데 너무없는 나라인것 같아요, 3 sukrat.. 2011/09/09 1,995
13099 9월 9일 미디어오늘 [아침신문 솎아보기] 세우실 2011/09/09 1,282
13098 문과에서 6등급이면.. 12 수능 2011/09/09 3,491
13097 명절때만 되면 아픈 동서,,, 54 속상 2011/09/09 14,376
13096 곽노현 유죄100%안 이유 20 법원 2011/09/09 2,845
13095 현미밥을 처음 해 보려 해요 7 초보 2011/09/09 1,606
13094 교복 무상 배급을 인권조례에 넣어라 15 차라리 2011/09/09 1,396
13093 명절 증후군...친정마저도...가기 싫어요..ㅡㅡ; 17 추석.. 2011/09/09 3,969
13092 고향길은 나는 꼼수다와 함께 1 밝은태양 2011/09/09 1,521
13091 4~50대에게 드릴 행사기념품 3만원대로.. 뭐가 좋을까요? 6 르바 2011/09/09 2,752
13090 처음에는 안그랬는데... 문석맘 2011/09/09 1,451
13089 미쓰아줌마 11 ... 2011/09/09 2,912
13088 이런 엄마의 심정은 1 뭔가요 2011/09/09 1,411
13087 7세수학, 구몬, 재능, 눈높이, 씽크빅 3 예비학부모 2011/09/09 9,516
13086 9월 9일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프레시안 만평 세우실 2011/09/09 1,379
13085 챔프 봐야 할가봐요 wlqwnd.. 2011/09/09 1,281
13084 시댁과의 종교적인 문제 (명절때마다) 15 글쎄 2011/09/09 3,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