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화가 좀 많은 사람이에요.
신혼일 때 인터넷으로 고스톱을 치다가
주먹으로 서재 벽을 부순 적도 있고,
역시 신혼일 때 일본 여행을 갔어요.
남편은 그냥 앉아 있자고 하고 전 면세점 들러보겠다고 하면서 말다툼이 생겼는데
그 공항에서
정말 제 뒷덜미를 잡아서 마구 흔들면서 "그래, 가라! 가!!" 하고 마구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고,
첫째가 아기일 때, 명절 전날 시댁에서 자게 됐는데
한밤중에 애가 깨서 우니까
시끄럽다고, 자다 깨선 방바닥을 주먹으로 친 적도 있었죠.
새벽까지 음식 준비하다가, 그 껌껌한 새벽에 밖에 나가서 울면서 애 업고 재웠어요.
자기 밤에 TV 보는데 애 울어서 안들린다고 소리지른 적도 많고,
운전하다 조금이라도 거슬리거나 방해한 차가 있으면
꼭 옆으로 지나가면서 째려보고 욕하거나
앞에 가서 속도를 늦추고 그 차를 막아야 직성이 풀려요.
여름 휴가 여행지에선
중학생들이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횡단보도를 빨리 안지나간다고
정말 그 아이들 옷깃에 닿을 정도 거리를
엑셀을 마구 밟아 지나가더라구요. 겁이라도 주려는 듯이요.
뭐 그간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지만
최근 들어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터울 많이 지는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요즘은 그 화가 6살짜리 첫째에게 집중되고 있어요.
침대에서 남편이 큰아이가 좋아하는 베개를 깔고 앉아 있다가 실수로 찢어버렸는데
아이가 울고 불고 하는데 달래주지도 않다가
나중에 한다는 소리가 "아빠는 이거 갖다 버리고 싶다"...
그래놓고 애가 운다고 또 애를 혼내요.
허구헌날 애한테 소리지르고 혼내지만
결정적으로 그제는,
아이가 앉아 있는 아빠 등에 올라타다가
실수로 등인지 옆구인지 어디를 아프게 했나 봐요.
평소에도 아이가 자기를 조금이라도 아프게 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편이지만..
그제는 "으이씨!" 하면서 애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살기가 확, 느껴지는 게- 정말 애를 칠 뻔 했어요.
6살짜리 딸아이를요.
물론 그랬다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만...
그래놓고 늘 나중에 후회하거나 사과는 해요.
어제도 회사에서 전화해서는 자기가 애한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후회하길래
당신, (정신)병 있는 사람 같다고 해줬어요.
원체 집안의 기질 자체가 불같은 데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지라 그런 양육방식이 투영된 것도 있을 테지만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말 정도가 너무너무너무 심해졌네요.
휴우..
회사를 그만두면 나아질까요?
대학교 동기라 알고 지낸 것도 정말 오래 됐는데...
결혼 전엔 이렇게 불같은 사람인 줄 왜 몰랐을까요.
가족여행을 가도 회사 일로 계속 짜증에 화에..
아무리 회사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는 해도
남편은 스스로 화를 만들어내는 사람 같아요.
화낼 일이 아닌데도 화를 내는...
남편의 화가 저한테도, 아이에게도 축적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도 요즘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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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다정다감한 아버지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달에 한번씩은 주말에 첫째만 데리고 영화도 보러 가고
역시 한달에 한번씩-_- 놀이터도 가고 하는데
한달에 한두번 잘해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평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닌가요?
시아버지가 원체 바쁘셨고, 아들들만 키우시면서 너무 엄하셨던지라
남편은 '자상한 아버지상'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듯 해요.
그런데 또 불가사의한 게, 어떻게 시동생들은 그렇게들 자식들에게 지극정성 자상한지...
시댁에서 모일 때마다 정말 너무 비교되니 속상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