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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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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끝을 시부모님과 보냈어요

아이두 조회수 : 5,466
작성일 : 2017-08-07 11:41:59

20개월 아기 키우면서 맞벌이하는 워킹맘이에요.

아이 어린이집 방학에 맞추어 제가 1주일 휴가를 냈고(월~금) 휴가 끝나는 금요일에 2박 3일 일정으로 지방에 사시는 시부모님이 올라오셨어요.

점심상 집에서 차리기로 했는데, (사실 제가 요리 잘 못해요..ㅎㅎ 집에서는 남편이 거의 전담..) 한식은 어머님이 워낙 베테랑이시니.. 폭립이랑 가지말이쌈밥이랑 무쌈말이, 샐러드, 오이냉국. 이렇게 준비했어요.

일흔 넘으신 분들이라 입맛에 안맞으실 수도 있는데 연신 맛있다, 맛있다, 간도 딱 맞고 고기도 부드럽고 냄새도 안난다. 맨날 가지 사와도 해먹은 게 가지볶음 뿐인데 우리 며느리 이렇게 센스가 있다. 하나하나 손 가는 것만 어떻게 이렇게 준비했니, 맨날 집밥만 먹다가 이렇게 근사한 거 먹으니 너무 좋구나... 연신 칭찬하셔서 오히려 제가 더 부끄러웠어요.


밑반찬할 시간 없어서 깻잎김치를 사다두었는데 (남편이 사온 거라고 말해버렸어요 ㅋㅋ) 아이고 그래 잘했다. 이거 손 많이 가고 나도 만들어봤는데 맛도 없더라. 어디서 샀니, 나도 사다 먹어야겠다. 이러시고요...(사실 어머님 깻잎김치 너무너무 잘하시고 저희가 가져다먹을 때도 많은데...저 민망할까봐 그러신 거 같아요)


주무실 때도 부부침실 내드렸는데 방 갑갑하다시면서 거실에서 굳이 주무시고요. 원래 아버지께서 아침 7시반 정도에 꼭 식사하시는데 저한테 늦게늦게 푹 자고 아침 10시 넘어서 먹자면서... 절대 미리 일어나서 밥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시더라고요.

애기가 보통 9시쯤에 일어나는데 제가 옆에 없으면 잠을 잘 안자서... 꼼짝없이 미라 신세로 누워서 귀만 쫑긋하고 있었는데... 아버지 냉장고 문 여닫는 소리가 들려서(시장하신 거 같았어요ㅠㅠ) 8시쯤에 나가서 얼른 밥 하려고 했더니 얼른 다시 주무시는 척 하더라고요...


집에 계시는 내내, 옷장 한번, 서랍 한번, 싱크대장 한번 안 열어보셨어요. 혹시 몰라서 정리 싹 해두었는데 한번을 안 여시더라고요...


솔직히 오시기 전에는 2박 3일동안 어떻게 지내야 하나 걱정되었는데.. 정말 즐겁고 편안하고 유쾌하게 보내고 가셨어요. 내려가시는 길에 기차 앞에서 손 흔드는데 제가 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내려가실 때 용돈으로 30만원 봉투에 넣어드렸는데 뭐 필요한 거 사라시면서 다시 봉투 하나를 주셨는데..

열어보니 200만원이에요..ㅠㅠ


집에 돌아와서 남편한테 말했어요.

여보, 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가시고 나니 더 잘해드릴걸, 후회만 남는다고....

남편은 별말 없이 고생했어, 이러고 방에 들어갔어요.남편도 생각이 많아보였어요...


결혼 5년차인데 결혼하고 한 번, 아기낳고 한 번, 이번이 딱 3번째 방문이셨는데 1년에 한두번씩이라도 오셨으면, 하는 맘이 들었네요.


주신 돈은 남편이랑 한참 만지작 거리다가 아이 통장에 할머니할아버지라고 써서 입금해주었고요.


나이 들수록, 저렇게 넉넉하고 긍정적이고 여유롭고 넓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늘 다짐케해주시는 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휴가 끝나고 오늘 회사 복귀했는데 하나도 안 피곤하네요.^^;;





IP : 118.33.xxx.141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7.8.7 11:43 AM (220.75.xxx.29)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보오...

  • 2. 모모
    '17.8.7 11:47 AM (110.9.xxx.133)

    시부모님도 최선을 다하셨네요^^
    수고 하셨어요

  • 3. 그러게요
    '17.8.7 11:48 AM (182.224.xxx.174)

    원글님 복이 많으시네요

    저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안돼는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 지

    답답해요

  • 4. 크롱
    '17.8.7 11:49 AM (125.177.xxx.200)

    진심 부럽네요.

  • 5. ..
    '17.8.7 11:55 AM (223.62.xxx.33)

    기승전돈
    애쓰시네요. 효부강박 과해보여요. 후회만 남는다니..

  • 6. 건강
    '17.8.7 11:58 AM (211.226.xxx.108)

    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가시고 나니 더 잘해드릴걸, 후회만 남는다고....
    ============
    이말이 가슴에 남네요
    다들 부모님께 더 잘해드릴걸 하고 후회해요
    그래도 원글님이 최선을 다하셨으니..
    잘하셨어요
    시부모님들이 좋은분들이세요
    원글님도 좋은분이세요

  • 7. ㅎㅎㅎ
    '17.8.7 11:59 AM (59.29.xxx.37)

    헐 .. 윗님은 정말 저게 돈때문으로 보이나요? 효부강박??
    상대를 배려해줘서 덜 불편하게 해주려고 마음써주신게 고마운데
    돈까지 왕창 주셨으니 더 고맙기도 하면서 죄송스런 마음이 드는건데

  • 8. ./
    '17.8.7 12:12 PM (218.38.xxx.74)

    며느님이나 시부모님 모두 좋은분들 같아요 걍 맞벌이에 아기까지 있는데 외식하고 그냥 가셨으면 베스트 시부모신대
    베스트는 아니고 나쁘진 않으신 분으로 ㅠㅠ

  • 9. ......
    '17.8.7 12:19 PM (211.179.xxx.60) - 삭제된댓글

    이왕 가족으로 묶였으면 며느리나 시부모님이나 서로 좋게 생각하고 위해주면
    서로 좋을텐데 왜 그리들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들인지.........
    근데 참 원글님은 진심으로 글을 쓰셨는데 심술궂은 댓글들은 뭔가요?

  • 10. ...
    '17.8.7 12:33 PM (220.120.xxx.158)

    굳이 베스트니 아니니 하는 댓글 보고...
    제가 보기엔 베스트에요
    자녀 결혼하면 발길 딱 끊어야 되나요?
    솔직히 친정부모 지방서 오시면 외식만 하고 바로 내려가시는게 맘 편하겠어요?
    제 눈에는 서로 배려 해주는 시부모랑 아들 내외 손주까지 2박3일 정이 넘쳐나는 휴가 정말 좋아보이네요

  • 11.
    '17.8.7 12:40 PM (175.124.xxx.186)

    부럽네요.
    이렇게 좋은 관계일 수 있는것을
    저는 연락도 없이 아무때나 들이닥쳐서는
    뒷짐 지고 앞베란다 뒷베란다 방
    다 보고 아이들 양육부터 음식 , 전화 매일
    안한다 등등 폭풍잔소리만 가득한
    시부모님과 24년을 지냈는데요
    우리 딸은 이런 부모님 만났으면
    좋겠네요 얼마나 의지가 될까요

  • 12. 행복
    '17.8.7 1:06 PM (110.9.xxx.115)

    참 이쁜 가족이야기를 효도강박이니 돈 이야기니 외식해야 베스트니 하는 댓글들은 왜 그런건가요
    저도 시댁 불만 하늘 찌르지만, 남편 부모님과 남보다 못한 사이처럼 살고 싶진 않아요
    원글님 집처럼 조금씩만 서로들 배려하면 참 좋은데....
    부럽네요

  • 13. 원글
    '17.8.7 1:07 PM (118.33.xxx.141)

    에고.. 위에 기승전돈이라니..ㅠㅠ
    그런 답글 달릴 거 알았다면 돈 얘기는 안쓸걸 그랬네요.
    그저 저희도 최선으로 대접하고 용돈 드리고 했는데, 돌아온 금액이 너무 크다보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만큼 더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지라 쓴 거였는데 말이죠...

    2박 3일 동안 내내 밥 차린 건 아니에요.
    첫날 점심 차리고 저녁은 외식(시누네와 함께. 시누네는 바로 내려가셨어요)
    둘째날은 아침 차리고 점심은 저희끼리 나가서 어머님 옷 한벌 사드리고 가족 사진 찍고 외식. 저녁은 저희 부모님과 외식(친정이 근처라서 친정부모님이 멀리서 오셨다고 저녁 대접하셨어요)
    셋째날은 피곤하시다고 하셔서 아침은 밥 차리고 점심은 간단히 비빔국수했고요.

    남편이 고생했다고 하는데 정말 고생한 느낌은 전혀 없고요.
    결혼한지 5년쯤 되니..시부모님도 내 부모님처럼 애틋한 느낌이 들어요.
    한창 이쁜 손주인데.. 자주 오셔서 보시면 좋겠다, 싶고요.

    조금 전에도 어머님께 카톡이 왔어요. 막내며느리 덕분에 잘 먹고 잘 쉬고 즐거우셨다고요. 카톡 보는데 괜히 울컥하네요...
    어른들께 잘해야겠어요~

  • 14. ㅡㅡㅡ
    '17.8.7 1:22 PM (61.254.xxx.157)

    좋은 부모님에 아름다운 자녀들이네요.
    우리딸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원글님같은 시부모님 만나게되길 바래봅니다~~~^^

  • 15. 맞아요
    '17.8.7 1:23 PM (175.194.xxx.214)

    서로 배려해주면 시부모라도 보고싶고 그럴거 같아요..
    그래도 2박3일 소중한 휴가를 긴장으로 보내셨을텐데 원글님 마음이 많이 예쁘네요...

  • 16. ㅇㅇ
    '17.8.7 1:36 PM (116.37.xxx.240) - 삭제된댓글

    이런집도 저련집도 있고

  • 17. 원글님
    '17.8.7 2:14 PM (73.13.xxx.192) - 삭제된댓글

    이쁘고 멋있어요.
    이 담에 저희부부도 원글 시부모처럼 되도록 노력할거고 원글처럼 사랑을 받을 줄 알고 감사할줄 아는 사람이 우리 아이들의 배우자이길 기원합니다.

  • 18. 저희 시부모님과 비슷하시네요
    '17.8.7 2:19 PM (220.81.xxx.2)

    아마 시부모님들도 오시기로 결정했을땐 상당히 긴장하시다가 즐겁게 보내서 뒤돌아보고 너무 행복하셨을거에요 원글님이랑 똑같이요
    서로 조심하고 그런 가운데 정을 쌓아가는 과정 참 좋은거 같아요
    소중한 여름휴가의 2박3일.. 그거 아무나 못하는 겁니다 ㅎㅎ
    더 잘해드려야지 아쉬워 할 것 없으세요 상위5프로 며느리예요!

  • 19. 집 안 자체가
    '17.8.7 3:31 PM (121.168.xxx.123)

    점잖은 집 안인거죠
    집 분위기 중요해요
    넉넉한 집에서 인심이 후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현실

  • 20.
    '17.8.7 3:48 PM (58.140.xxx.194)

    나도 저런 시어머니가 되어야지 .꼭..

  • 21. 와우~~!!!
    '17.8.7 5:00 PM (58.231.xxx.118) - 삭제된댓글

    넘 넘 멋진 부모님이시고 원글님도 맘이 이쁘시네요~^^
    진심 부러워요~~
    전 아들이 없고,저런 시부모님 만나지못했지만
    저희 딸들이 만날 시부모님 모습이길 바래봅니다.
    앞으로도 부모님과 행복하게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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