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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정부모와 사이 안좋은 걸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 조회수 : 3,593
작성일 : 2017-08-04 23:40:24
친정부모와의 사연은 참 많아요. 
하나하나 풀어놓으면 우리 엄마에 대해서 ㅆ욕 달릴만한.

제 나이 서른중반이 넘도록 속으로는 곪았지만 겉으로는 좋은 모녀관계를 유지하다가
올해 초에 일이 터졌어요.
한꺼번에 모아서 터뜨린 제 얘기를 부모님이 받아들이기에 벅찼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엄마도 저한테 황당하게 대했어요.

그 이후로 어버이날에 내려가겠다고 했더니 오지 말라더군요.
알았어. 하고 저도 연락끊었습니다. 

그런데..
참 하루하루 힘들더군요.
내가 왜이렇게 힘들까 생각해봤더니
저는 쭉 엄마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다 라는 생각을 어릴때부터 하고 살았는데 
그게 뭐랄까 완전히 확인받았달까요.
아 이제 친정엄마랑은 완전히 끝났구나. 라고 딱 확인받은 느낌인거예요.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데
그게 서러움의 눈물이더라고요.
그동안 엄마한테 당했던게 한꺼번에 몰려와서, 서러워서 눈물나는거.
엄마한테 미안한 것도 없고..

차라리 남남이면, 시어머니랑 그랬으면 100% 화만 났을텐데
피붙이에 대해서 그렇게 인정하려니 참 힘들더라고요.
미워하면서도 내가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동시에 드니까
그게 아쉽고 마음아프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요즘 결론을 내리고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는데요
아 내가 너무 많이 가지려고 했구나..
세상엔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자식간도 많고 부부사이도 많은데
나는 내 부모자식관계가 좋아야 하는데 그게 충족되지 않아서 마음에 걸렸던거구나..
어떤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이 내 것이어야만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게 아니어서 힘든거였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라고요.

저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이고,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 엄마한테 한 번 버럭했다가 완전히 버림받았고
우리 엄마는 욕심많고 자기중심적인 할머니구나. 그게 객관적인 사실이구나..
겨우 이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친부모지만 모른척하고 살아도 되고..
그걸 남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내 부모와 나의 관계는 그런 것이구나..

이 생각이 왜 갑자기 들었냐면
얼마전에 시부모님이 오셨는데
그분들이랑 같이 있으니 참 따뜻하고 편안하더라구요.
우리 시부모님이 특별히 저한테 엄청 호의적이라거나 그런건 없거든요.
무덤덤한 평범한 시부모이신데
결혼연차가 좀 되어서 그런가.. 이틀 같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편안하더라고요.
시부모님 가시고 나서 갑자기 친부모한테 받은 상처가 아무는 느낌이 들면서
우리 엄마아빠는 인격이 저렇지 못한 것이고,
그건 아쉽지만 다행히 시부모님들은 그런 인격들을 만났구나.
내 친부모였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아니어도 어쩔수 없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저는 제 남편도, 시부모도, 동료도, 친구도, 그리고 부모도
저를 좋아해야 한다고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나봅니다. 
다행히 남편은 참 좋은 사람을 만났는데
남들에겐 참으로 당연한 부모의 사랑과 지지가
제게는 없었던거죠. 그게 아쉽고 속상하고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나한테 그게 없을 수도 있지.. 나한테 그게 결핍일수도 있지.. 
왜 나한테 그게 당연히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을까. 

여기까지 오면서 인정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막상 생각하고 나니 편안해지네요.

IP : 1.233.xxx.126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그래요. 3개월을 울고
    '17.8.5 12:11 AM (125.184.xxx.67)

    마음아파하고 괴롭다가 이제 정리했어요.
    사과를 받고 싶었는데 절대 그럴 사람 아니라는 거 알고
    내려 놓으니 편하네요.

  • 2. 47528
    '17.8.5 12:18 AM (218.237.xxx.49)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마음고생 많이 하셨을터죠?

    가족과 관계가 안좋으면 사는게 많이 힘듭니다.

    원글님이 이 깨달음을 얻었을지라도 문득문득 올라오는
    서러움과 외로움, 분노 때문에 또 괴로우실 겁니다.
    그래도 마음을 다독이는 법을 배우셨으니
    서서히 나아지겠지요..

    인연을 끊든, 기본 도리만 하든,
    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세요.
    다시 친정엄마랑 연락하고 지내더라도
    내가 다시 휘둘리는구나 라고 생각하지 말고,
    최소한 내 마음이 편할만큼만 도리를 하는게
    내 정신건강에 이롭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돼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건 맞을텐데
    그게 작은 사랑이냐, 비뚫어졌냐 이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원글님 친정엄마도 안타깝게
    큰 사랑.. 제대로 된 사랑을 주실 만한 그릇은 안되셨던 것 같아요.
    그건 그 사람이 태어난 성장환경을 살펴보면
    인간적으로 공감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아빠한테 많이 맞고 자라서 아빠를 미워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저희 아빠도 할아버지나 삼촌들에게 많이 맞고 자라고,
    할머니도 어린시절 집 나가시고,
    10대 중반 나이에 독립해서 가정을 부양했고,
    겨우 30대 초반의 나이에 네 아이의 아빠가 됐는데
    그 네 아이들이 어찌나 까불고 통제가 안되는지..
    그래서 자신이 아는 방법(체벌)로 훈육한거였나보다 하고 이해하니
    미움이 조금 사그라들었습니다...

    모쪼록 마음에 평화가 오기를 기원합니다..

  • 3. 맞아요.
    '17.8.5 9:54 AM (206.174.xxx.39)

    내 부모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모였으면 좋겠지만
    그렇지않은 분들이란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부모가 범죄자인 경우까지도 있겠죠.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은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하잖아요.
    괴로운 것은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 4. 지금이라도
    '17.8.5 4:44 PM (121.200.xxx.126)

    참 좋은글입니다
    저도진즉에알았더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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