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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의 학살

김남주 조회수 : 4,050
작성일 : 2017-08-04 22:09:14
대학 1학년 때 처음 이 시를 알았습니다.
김남주는 김승우 부인인 줄만 알았는데...
시는 이쁜 말만 쓰는 줄 알았는데...
시 낭송은 낭랑한 목소리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시가 있더군요. 이런 세상이 있었더군요.

김남주 시인이 쓰고 직접 녹음한 육성시집도 있는데
첨엔 너무 거친 목소리에 듣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시는 김남주 시인의 목소리가 아니면
느낌이 오지 않는 것 같아요.

==
학살 1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찰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들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 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들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일천구백팔십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은 핏빛의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집 건너 울지 않는 집이 없었다
밤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 올려 얼굴을 가려 버렸고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 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IP : 175.223.xxx.6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17.8.4 10:22 PM (124.59.xxx.247)

    전두환 개새끼
    사람의 탈을 쓰고 이땅에서 평생 잘먹고 잘살았으면
    죽은듯이 살지
    자서전을 내다니.........


    다행히 법원에서 판매금지했네요.ㅠㅠ

    정의는 살아있다.

  • 2. ㅠㅠ
    '17.8.4 10:23 PM (124.59.xxx.247)

    해남 김남주시인 생가에 가본적 있어요.

    이 평화롭고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위대한 시인이 탄생하셨다니.........

  • 3. .....
    '17.8.4 10:27 PM (221.164.xxx.72)

    김남주가 직접 녹음한 학살2를 들으며 두 손이 꽉 쥐어지고 눈에서 불꽃이 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광주 관련 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518 백일장에서 한 여고생이 쓴 그날 이라는 시입니다.
    한 10년쯤 전이니 지금 그 여고생은 20대 후반쯤 되었겠군요.
    그날 이라는 시를 읽다가 마지막 구절에서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네요.

  • 4. ...
    '17.8.4 10:50 PM (1.243.xxx.193)

    그놈은 아직도 살아 숨을 쉬는데...
    억울한 죽음들은 눈이라도 제대로 감으셨는지...

  • 5. ....
    '17.8.4 11:14 PM (61.99.xxx.108)

    대구에선 누군가가 비웃는 말을 들었어요.
    아직도 광주는 5월이면 난잡해진다고...

    그당시엔 그말이 무슨말인지 몰랐는데...

    올해 좀 제대로 알게 되었네요..

    아직도 대구시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많은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은 변하지 않는것 같아요...또 그 아래서 자란 20대 30대 40대도 그 부모와 비슷한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더라고요.

    안타갑습니다. 하지만 전 광주 희생자 분들이 매우 감사해요..안그럼 아직까지 전두환이 대통령 자리에 있었을테니까요.

  • 6. 저 대구
    '17.8.5 12:04 AM (175.223.xxx.66)

    님 말 맞고요.
    근데요. 이 글 쓴 저 대구 토박이예요. ㅎㅎ
    그러니 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7. ....
    '17.8.5 5:38 AM (96.246.xxx.6) - 삭제된댓글

    김남주 ㅜㅜ 국민은 이 분께 감사하지만 슬퍼요.
    정말 전두환 회고록이 법원에서 판매금지 했나요!
    정말 감사할 일입니다.

  • 8. 김남주
    '17.8.5 5:56 AM (59.5.xxx.186)

    시인이 쩌 중2때 담임선생님과 옥중결혼식을 하셨어요.
    어느날 선생님이 학교에 안나오기 시작해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도 없고.
    중3이 되었는데 친구가 군인 삼촌 얘기를 하던데 어른이 되어오월 광주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죠.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도대체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일까
    국민의 목숨을 미물만큼 생각안하는 악이라는 생각밖에..
    절대 자한당 바른당에 표를 줄수없는 근거입니다.

  • 9. ...
    '17.8.5 1:30 PM (112.154.xxx.174)

    광주, 노무현, 세월호만 생각하면 자동으로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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