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이 따뜻하지 않아 내려올 수 없다면 그 입 다물라
특목고 외고 폐지에는 찬성하고(학비 비싸잖아요)
수능 정시 확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일보 36.5
내가 사는 서울 동작구의 작은 보습학원 앞에는 몇 년째 똑같은 현수막 하나가 내걸려 있다. ‘축! ○○고 ○○○양 서울대 ○○과 합격.’ 굳이 분류하자면 하위권 학과에 해당하지만, 최초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한 동네학원 원장님의 벅찬 보람과 긍지가 자간마다 흘러 넘친다. 출퇴근길 지나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삐져나오며 혼잣말을 다 중얼거릴 정도. ‘○○아, 공부는 잘하고 있니?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 한국사회의 역군이 되어다오. 강남 금수저들한테 기죽지 말고.’ 남들은 저런 플래카드가 눈꼴사납다지만, 나는 볼 때마다 대치동에 가지 않은 ○○양과 그 부모님, 학원 원장님의 어깨를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다. 학군 안 좋은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서 동네학원에 다니며 이룬 저 성취가 더 없이 대견하다.
어떤 반론들이 나올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서울대 입학이 성취의 잣대가 되는 구시대적 학벌 이데올로기를 타파해야 한다, 교육을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보는 저렴한 사고방식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보다는 살 만한 개천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등등. 말인즉슨 구구절절 옳다. 그러나 발화(發話)라는 행위는 그 내용보다 형식, 주체, 시점, 상황이 더 많은 정보를 발신한다. 누가 저 말을 하는가. 왜 저 말을 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대학교수들이며, 거개가 서울대를 나왔고, 자기 자식을 특목고와 로스쿨, 의전원에 보낸 사람들인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싫어한다는 사람들 중 개천 출신을 본 일이 없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다고 웅변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문장 뒤엔 ‘그러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저절로 용이 되고 말았네. 미안~’이 생략돼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악의적 생각마저 든다.
교육은 역사상 신분상승의 수단이 아니었던 적이 한번도 없다. 그것만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하면 옳지 않으나, 그리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위선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왜 교육만이 성공의 사다리인가, 교육 말고도 개천에서 강으로 거슬러 오를 더 많은 사다리들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지, 교육은 신분상승의 수단이 아니라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자신과 그 자식은 이미 올라온 사다리. 개천용 반대론자들에겐 개천의 정서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유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내는 논리적 전망만 승할 뿐 현재를 지배하는 가난의 울분을 너무 모른다. 그러니 내가 하는 사교육은 아이의 재능을 꽃피워주려는 고상한 욕망이고, 네가 하는 사교육은 신분상승에 목을 건 저렴한 욕망이 된다.
내 주제에 이만하면 용이지 생각하는 나로서는 개천에서 아등바등 기어올라 여기라도 와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곳은 살기가 이토록 좋구나. 내 가족, 친구, 친척, 이웃들도 다 건너오면 좋겠다, 나만 건너와 슬프고 미안하고 외롭다, 교육 말고 다른 방편으로 이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개천용들은 쉽게 개천을 저버린다고 ‘내추럴 본 드래곤’들은 함부로 말하지만, 떠나 돌아오지 않을지언정 한 명이라도 더 위로 올려 보내고 싶은 게 개천의 애틋한 마음이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 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몇 해 전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던 어느 유명인사의 문장들이다. 그의 말마따나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직 모두가 용이 될 필요가 없는 사회는 도래하지 않았다. 너희들은 올라오지 말라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라면, 개천용을 더 이상 꿈꾸지 말라는 말을 아직은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정히 그 말을 하고 싶다면, 당신들이 먼저 아이들 손 꼭 잡고 개천으로 내려오라. 아직은 개천이 따뜻하지 않아 올 수 없다면, 그 입 다물라.
박선영 기획취재부 차장대우 aurevoir@hankookilbo.com
1. ...
'17.8.3 4:48 AM (50.67.xxx.52) - 삭제된댓글그래서 조국 교수가 용이고 개천으로 내려오려면 서울대 교수직 그만 두라는 말인가요?
칼럼 작가 자체가 서울대가 용들이 가는데라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니 문제네요.2. 보노보노
'17.8.3 5:58 AM (218.152.xxx.164)음.... 서울대 교수를 그만두라는 얘기는 아니겠죠?!
3. ㅆㄹㄱㄷ
'17.8.3 7:40 AM (110.70.xxx.1)하나하나 너무 공감가요
그동안 뭔가 이상하고 답답했었는데
이 칼럼쓰신분이 제 속을 대신 풀어 주셨네요
선한 얼굴과 교양있는 말투로 신분상승따위 꿈꾸지 말라고 돌려깠던 조국이나 개천용 비하했던 서천석에게 이 글을 보내고 싶네요
이사람들 속으로 문재인도 비웃고 있을지 모르죠
문재인대통령도 개천용이니
본투비는 아니니까
자기 자식은 타고난 영재라 그냥 용인거고
남 자식은 개천것이라 그냥 개천에서 살아야 한다는거죠4. ㅡ
'17.8.3 7:49 AM (119.69.xxx.63)저도 구구절절 동감합니다.
5. ㅎㅎ
'17.8.3 7:56 AM (121.168.xxx.236) - 삭제된댓글그 사걱세 이사는 더 웃겨요.
자기를 가지고 그러는 게 문재인정부 흔들기래요.
현 교육에 답답한 부모들의 한풀이지 자기때문에 그런 게 아니래요.
그가 그럴만한 영향력이나 있는 사람인가요?
생전 잘 달지도 않던 답댓글 일일이 다느라
정신없더만요..동조해주는 댓글러에게 잘 보여야겠죠..
사걱세 대표는 이 고통을 이겨내서 이루리라..하나님이나 찾고 앉았고. .그들만의 세상..참 볼 만 하더이다6. 기독교
'17.8.3 8:16 AM (115.140.xxx.180)그래서 사걱세가 그냥 싫었던거군요 조국교수의 저말은 정말 어처구니가없었는데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대요 ㅋㅋㅋ
7. 아파트도 마찬가지
'17.8.3 9:17 AM (210.223.xxx.17) - 삭제된댓글아파트 여러채 가진 자들 부동산 정책 나올때 그냥 입다물고 가만 있길..
8. 0000
'17.8.3 10:06 AM (116.33.xxx.68)진짜 분노가 치밀어요
가진자들의 술수에 놀아나고 있는느낌
저같은 엄마는 진짜 죄인같아요9. 속시원
'17.8.3 10:23 AM (180.69.xxx.90) - 삭제된댓글누구신지 아주 속시원하네요
정말이지 본인들은 전혀 그럴생각이 없으면서
남의 자식은 개천에서 살라고 하네요...
내로남불의 대표적사례로 보여요
그런사람들이 요직에 많아서그런가요
이번정부는 교육문제 만큼은 귀닫고 눈감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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