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화도 하지않는 사이가 되어버리고
가끔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시큰둥해져버린 동갑내기 엄마가 있었는데.
한때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지냈었어요.
과하다 싶을정도로 남편자랑도 많이 하고
10억,20억씩의 매출을 1년마다 올린다고 만날때마다 자랑하는게
흠이긴했지만 늦둥이까지 키우느라고 그리 젊지도 않은 나이에
커피한잔 하자고 전화할 친구도 마땅히 없는 처지에 우연히 제삶에
들어온 그 친구가 고맙고 황송했지요.
그러다가 그친구가 약속을 번번히 잘 뒤집고
한시간뒤에 만나서 칼국수 먹자는 말에 급하게 준비다한뒤
전화를 하니깐 후다닥 끊어버리기도 하고
그런 똑같은 일들을 횟수가 생각나지않을정도로 잘 당했어요.
그리고 한동안 연락없다가
잊혀질즈음이면
다시 전화와서 얼굴이나, 보자 ,밥한번 먹자,
요즘 너는 무슨 반찬해먹니.
가끔
그 친구는 내게 했던 지켜지지않았던 약속들과 그 후의 일들을 한번
생각이라도 했을까.
의구심이 종종 들었죠.
그런데 그친구는 전혀 개의치않는듯
전혀 그런적이 없었다는듯
제게 전화할때마다 혹은 길거리에서 만날때마다
제손을 부여잡고 너무 반가워하는거에요.
그런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저는 그런 친구에게 원망하는 맘도 가졌었지요.
그러다가, 아직 손많이 가는 늦둥이도 두었고
사실 43세나 되는 나이가 되다보니,
이젠 그런 일에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많이 없어졌어요.
그보다는 비가 올때
미처 걷지 못한 빨래들이 젖어있는것에
더 발이 동동 굴려지더라구요.
그렇게 일년쯤 지나고 나니까
그 친구에 대한 생각들은 완전히 뇌리에서 없어진것같았어요.
한번 맘을 쏟으면 세심해지는 지난날의 제 성격에서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같은 동네이다 보니까
우연찮게 그 친구를 마주치게 되는거에요.
예전같으면 무척 반가웠을텐데
갑자기 예기찮게 마주친 그 상황이
저는 싫고
그러면서도
허울껍데기뿐인 인사치례만 하는것도
너무 힘들어서
며칠동안은 그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거에요.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또렷이 생각나는 그 친구 전화번호.
끈질기게도 지워지지 않네요.
이제 한살만 더 먹으면
등뒤에 선 귀신도 본다는 44세를 앞두고
애기도 둘이나 낳아보고
결혼생활도 15년동안 하면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보았으면서도
아직도 그 친구에게 전화해보면 받지않거나 끊어버리던
일들이 생각나서 괴로운거에요.
앞으로 그 친구를 보더라도
그런 허울뿐인 인사도 집어치우고
정말 관심없으면 좋겠는데
번번이 맘에도 없는 인사를 하고
억지로 웃어야 하고.
그런 제자신이 참 비굴해 못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