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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 초등생들 리코더 연주소리가 좋아요.

시원한 소나기 조회수 : 1,452
작성일 : 2017-07-28 23:42:07

초등학생들도 방학했는지 어제부터 우리집 천장이 쿵쿵 울리네요

후다닥 맨발로 뛰어가는 장난끼 묻은 발소리도 들리고, 찬장위의 옥수수 먹어도 되냐고 묻는 아이들 목소리도 들려오기도 해요.그런데 그 소리마저도 반갑고 좋아요.

얼마전에 이사온 아파트는 20년정도 되었는데 버스 종점 부근에 위치해서인지 무척 조용해요.

뒷베란다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중학교건물과 플라타너스나무가 오늘같은 선선한 바람부는 날엔 조용히 나뭇잎을 흔들면서 햇빛아래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면 정말 그 중학생시절의 제가 아련히 꿈처럼 떠오르곤 해요.

 

그리고 또 제가 사랑하는 한가지.

초등학생들이 서툴게 연주하는 리코더소리가 저는 좋아요.

다소 음정박자도 어긋나고 삑사리도 나고 간혹 어물거리기도 하지만 순수한 음색으로 울려퍼지는 리코더 소리를 듣고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러고보니, 82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소리, 피아노소리도 전 너무 좋아요.

이사오기전, 2년동안 살던 아파트도 20년 정도 되었는데 너무 낡고 지저분해서 청소를 해도 그리 깨끗해보이지 않던 집이었어요.

게다가 층수도 높아서 한여름, 아침 8시부터 햇빛이 앞베란다창문에서부터 거대하게 펼쳐져서는 베란다를 거쳐 거실을 완전히 뒤덮고 웬만하면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어두운 부엌싱크대까지 촤아악 드리워지기 시작할땐 머리도 콕콕 쑤시고 아파서 힘들었었어요.

 

창문도 낡고 비도 새던 아파트지만 그래도 한가지 위안은 있었던게

윗층이었던것 같아요. 아침 7시만 되면 조용히 울려퍼지던 피아노소리에 살며시 눈을 뜨고 아직 잠이 깨지않은 상태에서 제 체온이 남아있는 이불속에서 몽롱하게 들었던 그 음률들이 기분이 좋았어요.

음표한개씩,한개씩 날개를 달고 공중을 날아다니다가 마침내는 어우러져서 시냇물이 흘러가는 듯한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화장실에 가는 그 순간도 뭔지 생동감있어지던데..

그리고 이제 피아노에 입문한 아이들이 치는 동요도 서투르고 박자도 안맞지만, 듣고있으면 난간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같이 맘이 편안해지던데, 오히려 전 더 쳐주면 좋을텐데 하고 끝나면 너무 아쉽더라구요.

 

전 이렇게 서투른 악기소리도 너무 듣기좋은데 그건 왜 그런걸까용.

82맘님들은 저도 알수없는 제 맘 상태를 진단해주실수 있나요?^^

IP : 121.184.xxx.16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7.7.28 11:48 PM (210.219.xxx.237)

    그 무딘 신경줄 삽니다

  • 2. 와.
    '17.7.29 12:00 AM (112.150.xxx.194)

    원글님 마음이 참 예쁘시네요.^^
    아마. 순수한 아이들을 사랑하시는거겠죠.
    저도 아이들 서툰 리코더 소리좋아요.

  • 3. 구르미
    '17.7.29 12:01 AM (220.81.xxx.160)

    원글님 글을 잘 쓰시네요.
    갑자기 피아노 리코더소리 듣고 싶네요

  • 4. ㅇㅇ
    '17.7.29 12:03 AM (175.223.xxx.227)

    섬세한 감정이라 읽으면서 기분이 가라앉고 편안해요
    저두 리코더소리가 참 듣기좋던데..
    음색도 꾸밈없이 순수하고 소박하고요~^^
    예전의 음악시간의 그 리코더 소리가 그립네요.

  • 5. AA
    '17.7.29 12:08 AM (49.164.xxx.142) - 삭제된댓글

    저두요
    가끔 초등학교 출장갈일 있는데
    복도지나서 피리소리 나면 우리 일행들은
    피식 웃으며
    곧 '뱀들이 단체로 몸을 흔들며 올거야'
    그러고는 너무 웃기고
    알수없이 행복하고?
    집에 있는데 어느집에서 애가 넘 크게 울면
    .. 열정을 다해 울고 있네 ㅋ
    그러면서 제 어릴적 떠올리고 그러네요
    소소하게 조합되는 하루 조각들이지요

  • 6. 루비
    '17.7.29 12:09 AM (112.152.xxx.220)


    집앞 태권도 학원의ᆢ
    오전에 유치부들의 함성을
    들으면 세상을 집어 삼킬듯 해요
    귀요미들이 얼마나 열의에 차있는지 ㅎㅎ

  • 7. 원글
    '17.7.29 12:09 AM (121.184.xxx.163)

    길을 가다가 초등학교 창문너머로 들려오는 합창으로 부는 어머님은혜를 듣다가 저절로 가슴이 뭉클해졌던 기억도 있고 오늘은 에델바이스를 연습하는가본데 윗집 꼬마가 어느 한소절에서 자꾸 틀리고 우,,우,, 해서 저절로 웃었어요.
    오늘은 바람도 살짝 불고 하늘도 파랗던데 그 리코더 소리를 들으며 파란하늘을 보니
    파란하늘에 글씨를 써~~라는 노래도 어렴풋이 기억나고.
    오늘은 팬텀싱어도 황송하게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쩜 자막속의 노래들이 시적인지 감탄을 했어요.
    특히 사랑은 책같아라는 내용은 정말 환상인것같아요.
    그 노래구절속에서도 파란하늘이란 내용이 들어가던데. 다시 듣고싶어지네요^^

  • 8. ㅋㅋ
    '17.7.29 12:47 AM (182.225.xxx.22)

    그쵸. 저도 그래요.
    지나가다 애들 못부는 피리소리 들어도 웃음이 나고
    뚱땅거리는 피아노 소리 들어도 그걸 치고 있을 아이들 표정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요.
    내가 나이가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9. 저도
    '17.7.29 1:01 AM (1.234.xxx.114)

    피아노소리 리코오더소리 다좋아요
    못해도 좋아요

  • 10. 그전
    '17.7.29 1:21 AM (70.121.xxx.147)

    그 전 살던 아파트 플륫전공생인지 꽤 잘하는데 여름에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열린 창문으로 들리는 플륫연주 가끔 들었네요. 잘하니까 좋더라구요.
    전 여름저녁 늦게 애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소리도 좋던데요...

  • 11. ㅋㅋ
    '17.7.29 3:04 AM (191.184.xxx.154)

    저도 리코더 소리 좋아요..
    저희집이 학교 앞인데 아침에 늘 단체로 리코더 부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냥 웃음이 나요..

  • 12. 부럽다
    '17.7.29 5:13 AM (221.167.xxx.131) - 삭제된댓글

    전업이신가요? 집에서 어떤 일 하시나요?
    독서하시면서도 그 소리 들리면 독서 잘 되시나요?

    신기하긴 하네요
    플라스틱 리코더 소리가 좋은 음색이 아니라 뇌에 부드러운(좋은 파장과 연관된)소리는 아니라는 얘기 들었거든요. 오히려 소음이라고

  • 13. 좋아요
    '17.7.29 10:13 AM (211.108.xxx.159)

    저도요. 요즘은 피아노연습소리가 듣기가 어렵죠.
    창문열면 자동차소리, 사이렌소리 이런게 전부라
    리코더소리, 피아노연습소리 들리면 참 즐거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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