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에도 글 올렸었는데요,
생각지도 못하게 애가 들어섰어요.
생각지도 못했고 기다리지 않던 아이였지만...저는 몸도 약하고 말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의 생활 속에서
마음도 점점 약해지고 무기력증이 오고 있었지만
미혼도 아니고, 생긴 아이를 어떻게 하겠어요. 기르기로 맘먹고
주변에도 알리고 그랬습니다.
더불어 아이를 별로 기다리는 맘 없던 남편은 뜻밖에 동네방네 자랑스럽게(?)알리더군요.
제게 부드럽게 잔정을 보여주지 않던 평소 모습과는 달리
제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이 생기면 외식도 흔쾌히 하구요(여기는 외식비가 한국의 두배예요)
나름 배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힘들어요.
끽해봐야 4주 정도 되었을 텐데,
아직 입덧 오기는 이른 때 아닌가요?
그런데 벌써 속이 너무 안 좋아요.
제일 괴로운 게...제가 그전에도 체기가 있으면 주변의 냄새나 공기에 굉장히 민감해지고
그런 상태를 견디기 너무 괴로워했는데
지금 제가 계속해서, 매일매일, 그 상태예요.
가장 괴로운 상태가 매일매일 계속된다니...무엇보다 앞으로 더 심해질거라니,
너무 끔찍해서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아요.
뱃속에 있는 아이가 무슨 죄며, 오히려 좀더 조심하지 못했던 저희들 책임이지만
솔직히 아침마다 속은 아프고 안 좋은 생각들만 들 때마다 뱃속 아이가 원망스러워요.
그렇다고 다른 방도도 없고...
다른분들 다 하는 입덧인데 왜 이렇게 유세냐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안 그래도 유약한 상태에 있던 제가 이 모든 걸 감당하긴 너무 힘이 들어요.
솔직히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랄까, 모성애 이런 것보다도,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단 마음으로 참고 있어요.
어젯밤에는 남편과 비계가 살짝 붙은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어요. 먹을 때는 김치랑 맛있게 먹었지요.
일어났는데 돼지 냄새가 식탁 주변에서 막 떠도는 것 같고, 아침 준비하려고 싱크대에 갔더니
돼지기름이 눌러붙은 고기팬하며...고기를 손질했던 도마 하며...정말 속이 울렁거리더군요
앞으로 고기요리를 할 수나 있을까 싶어요
남편은 고기없이는 밥 못 먹는 사람인데...
참외나 김치 같은 맵고 신선하고 기름기라곤 하나없는 그런 것만 먹고 싶어요.
솔직히 지금같아서는 한국으로 가서 익숙하고 그립던 음식들 먹고,
식사준비(음식 조리)할 의무에서 좀 벗어나서 쉬고 싶은데
아직 임신테스트로밖에 임신을 확인한 상태가 아니고, 병원가기는(초음파검사) 아직 이른때라고 하고,
친정 엄마도 아직은 이르다고 지금은 오지 말래요.
무엇보다 남편 두고 떨어져 있기가 영 불안하고 싫어요.
유치하지만, 저 고생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똑똑히 보여 주어야 애 기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체감할 것도 같고...;;;
매일매일 나쁜 생각만 나고 괴롭네요
사각지대에 갇힌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