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5년전 중2때 학급문집을 지금 보면서 느꼈던건..

.. 조회수 : 1,103
작성일 : 2017-07-23 11:41:08
전, 그때 사실 약간 밥맛인 모범생 스타일 학생이었지요.
은테 안경, 올백 머리에 여드름이 난 외모에 이성친구는 당연히 관심없고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는.. 성적도 반에서는 1등 꼬박했고 전교에서도 3~10등 정도 했었어요.
근데 제 짝은 그때 반에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여자아이였는데, 외모는 좀 이쁘장하고 여성스럽게 생긴 스타일이었어요. 살짝 날라리 느낌은 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그런애는 전혀 아니고 그냥 조용한 스타일이었어요. 가끔 담배냄새가 났던걸로 봐서 담배는 피는것 같았지만요.
저는 짝이었지만 그 아이와 거의 말을 하지 않았어요. 공부를 못하니 왠지 나와는 맞지 않을 것 같았다는 것 때문이죠. 그런데 어제 방정리를 하다 15년전 학급문집을 정말 오랜만에 봤어요. 그런데 학급문집의 한 코너에 '내가 1달 뒤에 죽는다면?'이란 코너가 있었어요. 제가 쓴 것을 보니 웃기더군요. 부모님께 효도하고, 부모님과 같이 마지막 해외여행을 가고, 어디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 당시엔 제가 다 컸다 생각했지만 왜 이리 지금보니 유치한지.. 약간 덜 자란 아이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제 짝이었던 그 아이가 쓴 글을 우연히 보게되었어요. 그 아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 고백한 뒤, 나란 사람에게 미련갖지 않게 할 것이다. 그리고 같이 동해 바닷가를 놀러가 추억을 만들고,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라는... 굉장히 서정적고 쓸쓸한 이야기를 썼더라구요. 그때는 공부는 관심없고 남자에게만 관심갖는 그런 날라리스런 여자 애들이 한심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오히려 제가 어렸고, 그 애들이  어른스러운거였던거 있죠. 만약 서른인 지금의 저에게 만약 저 질문을 한다면 저는 저 아이와 똑같이 쓸 것 같아요. 지금 제 마음을 너무나 잘 대변해주는 문구 같아서요. 여하간 공부로만 사람을 판단했던 그 과거의 제가 좀 부끄럽게 느껴졌어요.공부를 못할거니 생각하는 수준도 낮을 것이라는.. 그런 편견에 휩싸여 있었전 저.. 오히려 그 아이는 제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15년 전에 느끼고 있었다는걸요.
IP : 62.210.xxx.3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7.7.23 12:14 PM (125.177.xxx.203) - 삭제된댓글

    님은 그런 모범답안(?)만을 알려주는 세상을 만나온거고, 님의 짝은 틀린답안(?)을 알려주는 세상을 만나온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님의 짝이 그 문집을 본다면 오히려 님처럼 부모님께 효도하고 부모님과 마지막 여행을 가고.. 그런 답에 더 공감하지 않을까요?

    사랑... 그 까짓거 해보니 별거 없더라.. 이런 생각으로요.

  • 2. rn
    '17.7.23 12:21 PM (1.211.xxx.156)

    공부로 판단하는거 진짜 어리석은짓이에요
    학생때 저도 모범생 전교권 다투다 대학갔는데
    교사가 된 지금 아이들뿐만아니라 사람들 모두가 배울점이 있고 정말 가치롭다는거 느낍니다
    교사라서 깨닫게된거같구ㅠ진짜 감사한 깨달음입니다

  • 3. 오 멋지네요
    '17.7.23 12:30 PM (121.185.xxx.67)

    고백까진.이해하는데.나에게 미련을.갖지 않게.한다는 건 상당히 어른스런 생각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39466 여의사한테 언니라고 20 J 2017/10/17 6,088
739465 전기스위치 직접 갈았어요. 7 다잘해씨 2017/10/17 1,015
739464 인테리어 업자분들과 직접 거래, 계약할 수 있는 사이트? 5 MM 2017/10/17 935
739463 무분별한 캠퍼스 포교행위.. 불신에 빠진 대학생들 샬랄라 2017/10/17 803
739462 친정엄마 식겁하며 다시 보여진 사건 같은거 있으세요??? 14 블링 2017/10/17 6,358
739461 목소리를 바꾸고 싶어요. 1 목소리 2017/10/17 1,094
739460 화장 안하는 여고생 자녀들 썬크림도 안바르나요? 2 궁금 2017/10/17 1,250
739459 재산세 및 세금 문의드려요 aa 2017/10/17 457
739458 대통령 바뀌고 가장 안 좋은일~~ 25 콩순이 2017/10/17 6,533
739457 남편의톡 20 궁금맘 2017/10/17 5,540
739456 운전할때 신발이요 10 운전초보 2017/10/17 2,769
739455 장애인 택시운전기사와 맹인 고등학생 사이의 경로이탈 트러블 14 글쎄 2017/10/17 6,374
739454 생강계피차 매일 마셔도될까요? 12 하늘 2017/10/17 3,167
739453 빈집이 잘나가나요? 살고있는집이 잘나가나요? 13 2017/10/17 4,015
739452 냉정한 잔인한 성격이요 9 ㅡㄷ 2017/10/17 3,679
739451 단독] 탄핵안 가결 뒤 박근혜 청와대 '서버' 82대 폐기 4 82나폐기여.. 2017/10/17 1,396
739450 옷 얼마만큼 사 보셨나요? 22 ........ 2017/10/17 6,167
739449 압력밥솥 내솥을 냄비로 약단밤 구워먹어도 될까요? ㅇㅇ 2017/10/17 419
739448 오늘자 문간지.jpg 2 기막힌짤 2017/10/17 1,331
739447 [국감현장] 김수민, 국감서 엉뚱한 성추행·자살 의혹 제기 눈총.. 4 고딩맘 2017/10/17 1,036
739446 이재* 보다 정*진이 낫네요 8 .... 2017/10/17 3,948
739445 결혼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2 선물 2017/10/17 672
739444 단기예금 카카오뱅크에 5천이상 예치해도 될까요? 3 ... 2017/10/17 3,032
739443 국내호텔 룸서비스 이용방법 문의드려요 급해요!!! 4 레레 2017/10/17 1,538
739442 진짜 거지근성도 아니고. . . 2 어휴 2017/10/17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