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먼 거리도 아닌데 사는 게 바빠서, 혹은
제 마음이 미처 닿지 못하여 늘 가야지,가야지...하고만 있었답니다.
엄마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여 저를 낳으셨어요. 시골에서 태어나 일찍 어머니(외할머니)를
여의고 많은 고생을 하셨답니다. 안타깝게도 학교조차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답니다.
정규교육은 초등 몇학년까지 정도 받은 게 전부. 한글을 읽는 게 전부고 받침이 엉망이라
한번도 저에게 보여주신 적이 없었어요.
이런 엄마를 저는 나이가 들면서 부끄러워 했습니다.
오래 전 혼자되신 엄마의 형편조차 제가 헤아리지 못하고 저는 참 나쁜 딸이었어요.
엄마와 서로 감정이 격해질 때는 "무식한 엄마. 답답해"라며 서슴지 않고 못난 말을 내뱉은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마흔 줄을 넘기면서 엄마를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이해하고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오늘 엄마로부터 쪽지를 받게 되었어요.
친정에서 음식꾸러미를 박스에 넣어 가지고 왔는데 박스 안에 종이봉투가 있더군요.
돈 30만원과 엄마가 직접 쓴 쪽지요. 틀린받침까지 그대로 적을게요.
우리딸 00아. (옆에 날짜와 시간)
내일 온다고 이 엄마는 몇칠전부터 기다러저 알고있니
정말 이세상에서제일 사랑하는 우리딸
항상 거기계단조심하고
요번추석에도 나혼자야.
정말 우리딸 보고심구나
인간이 태여나
한번 살다가는걸
그리도 고생하고 신혼생할도 못하고 앞으로 좋은세상 살았으면 좋겠다
기죽지말고 항상 명랑하게 살아 정말사랑한다.
너도 니지식이 가장 소증하지 나도 내자식이 정말 소증해
너이 아빠보다더 앞으로 몸건강히 살자
엄마가 지켜주게
정말 사랑한다 내딸아.
추스릴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요.
엄마의 화장대에 몰래 올려 놓고 온 돈 10만원도 부끄러웠습니다.
엄마는 자식에게 퍼주고 또 퍼줘고만 싶어하는 영원한 사랑의 샘물인 걸.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 .
엄마 정말 미안했어. 나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항상 건강하게 지내. 그래야 오래오래 나랑 같이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