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대통령제하에서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지는 야당으로서는
의회에서 단독이든 연합을 하든 과반을 차지한 정파의 우두머리가 총리가 되어
실권을 휘두르는 내각제가 구미에 맞겠지만, 87년 전두환 무리로부터 직선제 개헌을
찾아온 국민으로서는 제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제도에 애착을 가지고 있고, 현재의
국회의원에게 불신감을 가지고 있어 내각제에 대해 거부감이 강합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아마 분권형 대통령제 형태를 갖춘 개헌을 추진하고자 할 것입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얼굴마담으로 놓고, 총리가 실권을 장악하는 제도라고 보면 됩니다.
제2공화국의 윤보선과 장면을 생각하면 됩니다.
국민들의 대다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습니다. 그리고 현재 여당인
민주당이 120석을 가지고 있으므로 야당이 무슨 짓을 하든 개헌을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여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 박원순, 안희정, 이재명등이 전부 지자체장으로서
국민적 인지도와 인기는 높지만 여의도 정치에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고 당내에 자기세력이
적습니다. 당내에서 다선의원으로 자기 휘하 무리들을 거느릴만한 보스들은 이제 국회의원도
해볼만큼 했고, 인생의 최종목표는 결국 왕한번 해보자는 것일텐데......현행 대통령제 하에서는
본인들이 어려운것을 알고 결국 의회중심의 개헌을 원할것입니다.
그들에게 국민의 열망보다 더 앞서는게 개인의 출세욕과 명예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세균, 이종걸등이 분권형 개헌에 찬동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결국 돌아가면서 실권총리
한 번 해보자는 것이지요. 어쩌면 당내에서 힘좀 쓰는 다른 다선의원들도 이들과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더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민주당에서도 몇몇만 야당과 손잡으면 대통령 중임제가 아니라 분권형 개헌으로 개헌안이
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 개헌안을 국민투표로 붙이기로 했는데 사전에 국회에서
개헌안 작업을 할 때 민주당에서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아니 제 생각에는 꽤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대통령중임제를 원하기에 분권형 개헌은 국민투표에서 부결될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들에게는 그건 둘째문제고 안될때 안되더라도 한 번 밀어붙여 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하고 온 국회의원들과 모든 언론에서 새로운 개헌안만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제도인 것처럼 떠들어대면 쉽사리 부결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503을 탄핵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 놓은걸로 끝난게 아닌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내년 지선때까지 갈길이 험합니다.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