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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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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7회 (1부) 감상기

춘천편 조회수 : 3,781
작성일 : 2017-07-15 08:52:24
용산역에서 '청춘열차'를 타고 떠난 여행 춘천.
요즘 두 프로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인 유시민의 고백으로 기차 안 수다는 (알쓸신잡 아닌) '알썰신잡'이 되고 말았는데요, 
그들의 정치 언저리 수다가 굉장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 워딩을 거의 다 기록해볼 작정입니다.
어떤 정치 프로그램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종류의 정치토크였다고 봐요,  
(기록 량이 넌출거릴 것이므로 기차 안 대화와 춘천 수다편으로 나눠 올릴까 합니다. )

정재승이 뜬금없이 선거 토론 중 있었던 '군대 내' 동성애 문제에 관한 문재인의 발언을 화제로 꺼내면서

정재승/ 성소수자 이슈는 논란의 소지와 비판받을 부분이 있는 거잖아요~
김영하/ 그때 문 후보는 성소수자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군 내 동성애 문제에 대해 입장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발언하셨던 것 같음.
군에서 위계질서에 의한 강제적 성적 문제들은 동성이든 이성이든 다 문제인 것임. 성폭력은 어디서든 범죄인 것임.

(끼어들며) 유시민/ 그게 논리적 답변이지만, 대선 후보 토론에서는 논리적 답변을 하면 실패함.
유권자들에게 '군 내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하면 압도적으로 반대함.
즉 후보토론에 나온 사람은 토론을 잘 하는 것보다 표를 얻는 게 목적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답변을 해야 함.
황교익/ 아니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정치할 때 그렇게 바른말만 해서 욕을 먹었는지... 
유시민/ 원래 세계 바둑대회에서 우승을 잘하는 기사가 있고, 우승을 한번 못해도 해설을 잘하는 기사도 있는 것임. ㅋㅋ

유희열이 정치인으로서와 작가로서의 유시민의  대화법 차이점을 언급하자
유시민/ 정치할 땐 토론에서 유연하게 얘기하면 인기관리한다고 욕먹음.
정치는 진영이기 때문에 당을 대표해서 나온 토론자는 논쟁에서 강하게 상대와 맞서야 함.
그래야 그 당의 지지자들이 그런 발언을 양식으로 생활공간에서 반대 의견과 맞서게 되는 것임.
즉 지지자들에게 쓸 수 있는 무기고를 만들고 무기를 공급하러 나가는 게 TV 토론자의 임무임.

누구나 원만한 사람을 좋아하지 날카롭게 부딪치는 사람을 안 좋아한다는 걸 나도 알지.
부드럽게 토론하면 괜찮은 사람이란 평을 얻긴 하는데, 사실 그런 토론자는 아무의 신뢰도 못받음.
그게 정치논객의 묘한 아이러니임.

김영하/ 민주주의에서 '당'이란 갈등을 조직화해서 그것들을 잘 해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당원은 자기 의견이 있더라도 당의 입장을 내면화해서 지지자들이 즉각적으로 쓸 수 있는 견해를 공급해준다는 거죠?
유시민/ 그렇지!

정재승/ 우리나라 정치가 그렇게 갈등을 조직화하기만 했기 때문에, 
정치가 논리적 토론을 통해 타협으로 가는 길이란 걸 많이 경험하지 못한 것 아닐까?
김영하/ 그건 아님. 오히려 우리가 갈등을 너무 사갈시했다고 생각함.
우리가 국회의원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 '싸우지 마라~'인데, 
사실 국회의원은 나 대신 계층, 계급, 이익을 위해 싸워달라고 우리가 국회로 보낸 것임.
화합부터 할 거면 의회의 존재이유가 없음.

정재승/ 아니, 서로가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대의 의견을 듣고 일리가 있으면 양보하는....
유시민/ (단호하게) 그런 거 없음!
논리적으로 부딪치는 두 입장이 있는데 서로 얌전하게 주고받고하는 건 불가능함.
아주 싫어도 상대가 원하는 걸 하나 들어주고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걸 들어달라는 것뿐임.
김영하/ 전 세계 민주주의가 원래 다 그런 것임!

정재승/ 게임이론이 등장했을 때 우리가 열광한 건 내가 개입 안 해도 되는 적절한 솔루션이 있어서이 듯,
즉 그 솔루션을 찾는 게 건강한 토론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잖음.
영국 미국 정치인들이 토론하는 모습 보면 그게 비현실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음.
김영하/ 그 기대방향이 문제인 것임.
북유럽에 가보면 좌파 우파, 여야가 엄청난 토론을 벌이지만 사실 그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음.
국민들이 이미 합의를 이루고 있는 부분이 커서 선택지가 많지 않음.
하지만 한국사회는 어마무시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기 땜에 이들이 쉽사리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비현실적인 희망인 것임.
빈부 격차, 이념 격차가 모두 크고 그 트라우마를 간직한 사람들이 여야로 나뉘어져 있기 땜에 합리적인 결과 도출이 어려움.
갈등이 엄존하고 있기에 의회 차원에서 쉽게 결론을 내면 갈등을 가진 자들의 마음이 치유되지 못함.
유시민/ 그러면 딴 데에서 갈등을 표출하게 됨.

유시민/ 사실 청년들이 정치효능감을 못 느낄 수밖에 없고 하여 정치 참여도가 낮음. 그래서는 바뀔 게 없음.
70년대에 대학생들은 공정선거 감시운동을 위해 투개표 참관인 캠페인을 벌였음.
각자 배정을 받으면 여러 도시/시골로 내려가 감시했음. 그게 정당과 학생이 결합한 첫사례였음.
김영하/ 87년에 내가 그걸 해봤음. 투표용지 배부 순간부터 부정이 이뤄지기 땜에 몇 주를 따라다니며 온갖 과정을 감시했음.

유시민/ 정당이 지금 수준까지 되기까지 반세기에 걸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헌신과 눈물이 바탕이 되었는지 모름.
좌절,절망,실패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고 참여해 겨우 이정도까지 온 것임.
김영하/ 더디고 어려웠으나 탄핵과  새정부 탄생을 돌아보면 우리 정치, 잘해온 것임.

* 음. 아직 이분들 기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상태고, 방송 시간 15 분 정도에 나온 대화들임.
기억 쥐어짜느라 현재 허기진 상태임. 뒷부분은 '다시보기' 한번 더 해야 기록할 수 있을 듯. ㅋㅎ 
** 알바니 모니터 요원이니 의심마귀 들린 분들, 
종편 정치프로그램 패널들이 회당 10~15만원 받던데 알바비를 그 정도로 산정해도
저는 그 돈받고 이런 기록 안하겠음. 
어쨌거나 To be continued~

IP : 122.34.xxx.30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arco
    '17.7.15 8:56 AM (14.37.xxx.183)

    우리가 국회의원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 '싸우지 마라~'인데,
    사실 국회의원은 나 대신 계층, 계급, 이익을 위해 싸워달라고 우리가 국회로 보낸 것임.
    화합부터 할 거면 의회의 존재이유가 없음.

    이런 의식을 갖고 뽑았으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자기 정체성이나 자기의 포지셔닝과 아무런 관계없이
    우리가 남이가로 뽑았으니...
    요구사항은 그냥 잘하세요지요...

  • 2. . .
    '17.7.15 8:58 AM (59.12.xxx.242)

    와우 원글님 기억력 대단하십니다!

  • 3. ㅇㅇㅇ
    '17.7.15 9:00 AM (61.253.xxx.152)

    진짜..넘 수준높은 대화들인데 쏙쏙이해되며 공감되고...
    그어떤 예능이며 드라마 시사토론봐도 이렇게 빨려들어가 화면에 집중해보는게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 4. 나무
    '17.7.15 9:00 AM (175.223.xxx.22)

    원글님 엄지 척~~~~~^^

  • 5. marie22
    '17.7.15 9:12 AM (115.139.xxx.75)

    와~ 대단하시네요. 전 몇번 돌려보고 쓰신줄 알았는데.
    아뭏든, 이런 정리 능력 너무 부럽네요. 방송을 봐도 글로 읽는게 정말 감동이네요.
    유시민씨와 김영하 작가 사랑합니다^^

  • 6. 수수
    '17.7.15 9:15 AM (125.186.xxx.161)

    다시 보니 좋네요

    남편이 늦게 귀가해서 뒷부분만 같이 봤는데
    원글님 감상기 읽으면 감탄할 것 같아요 ㅎㅎ

    감사합니다

  • 7. 오~
    '17.7.15 9:15 AM (222.233.xxx.111)

    아직 못봤는데 이거 읽고 보면 더 이해가 잘 돨것 같네요~
    감사!!!

  • 8. 저도
    '17.7.15 9:23 AM (116.126.xxx.156)

    어제는 아하 하며 박수치며 봤어요
    회가 거듭할 수록 끝나는게 아쉬운 프로입니다

  • 9. 웃음보
    '17.7.15 9:41 AM (39.119.xxx.56)

    어제는 동생네가 와서 못봤는데 오늘 재방송 볼 때 귀에 더 쏙쏙 들어올 것 같아요. 원글님 대.단.해.요!

  • 10. phua
    '17.7.15 11:02 AM (175.117.xxx.62)

    원글님 엄지 척~~~~~^^ 222

  • 11.
    '17.7.15 12:11 PM (218.236.xxx.162)

    앞부분 조금 못봤는데 넘 고맙습니다~ 알쓸신잡 이래서 넘 좋아요^^ 중간에 황교익님 자리 잠깐 안계시다 돌아오신 것은 김어준 뉴스공장 인터뷰때문이었게죠~? 투개표 감시의 역사는 참 오래된 것이더군요 우리 국민들 진짜 고맙고 대단합니다

  • 12. ^*^
    '17.7.15 12:21 PM (211.228.xxx.170)

    원글님 대단하시네요~~
    전 감동하면서 보다가
    프로 끝나기가 무섭게 까맣게 잊어버리는데~~
    다시 한번 정리해 주셔서 감사해요~~~

  • 13. 아멋진분
    '17.7.15 12:23 PM (39.118.xxx.233)

    엄지척 고맙습니다....어제 못봐서 재방송 예약중

  • 14. 버드나무
    '18.1.9 6:31 PM (182.221.xxx.247)

    알뜰신잡 7회 - 춘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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