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경미한 뇌졸 증세로 입원후 퇴원하셨어요
올해 70이 넘으셨구요
가벼운 뇌졸이 몇 년 간격으로 세 번째랍니다
그래도 후유증은 다행이 하나도 없네요
이제껏 어머니는 저희하고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의 시골에서 혼자 살고 계셨어요
아버님은 몇 년전에 돌아가셨구요
한달에 2~3번은 저희가 살고 있는 쪽으로 동창회나 계모임 병원 정기진료 등의 이유로 나오셨구요
나오시면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일주일 안으로 묵고 가셨어요
나오실때마다 거의 공평하게 형님댁과 저희집에 골고루 계시다 가셨어요
하지만 얼마전부터 형님댁에 그동안 쌓였던 부부간의 갈등이 폭발하면서 둘의 사이가 안좋아졌답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겠지만 그중에서도 돈문제가 가장 컸었어요
저희도 형님댁에 여러번에 걸쳐 2억 가까운 돈을 해줬답니다
물론 한푼도 다시 받지는 못했구요ㅠㅠ
형님댁 두 분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니깐 평상시에도 형님을 곱게 보시지 않던 어머님이 큰집에 가기를 꺼려하셔요
그래서 어제 퇴원하셨는데 아주버님이 퇴원 수속하면서 큰집으로 모시고 갈려고 하니깐 저희집으로 가신다고 하셨나봐요
저희 아주버님이 효자시라서 어머님이 그리로 안갈려고 하시니깐 기어코 모시고는 갔는데 오늘 저희집으로 오셨어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네요
저는 남편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쉴 새 없이 일하고 들어오면 집에서 꼼짝도 하기 싫답니다
그래서 저녁에 밖에서 식사 해결하고 들어갈때도 많구요
아침도 간단하게 빵같은걸루다 넘깁니다
그래도 어머님이 계시면 아침저녁 식사 신경써 드려야 하구요
청소나 빨래 미루기도 좀 그렀더라구요
집에 저희 출근하고 애들 학교 다녀올때까지 혼자 계실때는 안방에 들어와서 장농도 다 열어보시고
냉장고나 다용도실 같은데도 다 둘러보세요 물론 어질러져 있어도 치우지는 않으셔요
심지어 어떤때는 저녁에 퇴근해서 들어오면 점심때 잡수신 그릇도 안치우고 개수대에 담궈놓고 주무시고 계세요
낮동안 저희 없을때는 전화수첩 꺼내놓고 몇시간씩 전화하시거나 아님 주무세요
그리고 저희애가 중3인데 저녁시간에 거의 거실에 계속 티비 틀어놓고 보시고 안그럼 들어가셔서 애 침대에 누워 애들한테 이것저것 말거시고 아님 했던 말씀 또하시고 그러세요
하지만 한 달에 두세번 오실때는 가끔이니깐 하고 참았는데
이참에 저희보고 모시라는 소리까지 나오니깐 제가 가슴이 답답하네요
마음 한편으로는 우리 엄마처럼 생각하고 잘 모셔야지 하면서도
아! 나도 하루종일 가게에서 쉬는 날도 없이 일하고 집에와서까지도 쉬지 못하고 어머님 수발들 생각하니깐 속상하기도 하고...
돈뼈빠지게 벌어서 저는 별로 써보지도 못하고 시댁 뒤치닥거리도 많이 했는데 이제 조금 여유있어질려니깐 이런일이 생겨서 마음이 슁숭생숭합니다
술도 못하는데 시원한 맥주 한 잔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