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시인)]
'2017 미당문학상' 후보로 올리려 한다고 중앙일보에서 전화가 왔다. 적절치 않은 상이라고 했다. 미당의 시적 역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친일 부역과 5.18 광주학살과 쿠테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쓰고 그 군부정권에 부역했던 이를 도리어 기리는 상 자체가 부적절하고 그 말미에라도 내 이름을 넣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건 어줍잖은 삶이었더라도 내가 살아 온 세월에 대한 부정이고, 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 왔고, 살아가는 벗들을 부정하는 일이며, 식민지와 독재로 점철된 긴 한국의 역사에서 민주주의와 해방을 위해 싸우다 수없이 죽어가고, 끌려가고, 짓밟힌 무수한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의아스러웠던 건 내 시를 그들이 오독(물론 시는 읽은 이들의 것이지만)한 일이다. 내 시를 존중해 주는 눈과 마음이 있었다면 도대체 나와 '미당'이 어디에서 만날 수 있단 말인가. 때론 더 긴 시간 평행선을 달리며 만나지 말아야 할 아름다운 인연도 있다. 좀더 일찍 '미당'과 화해를 시도하고 만난 문우들, 선생님들도 있다. 그들에게 나의 잣대만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누구에게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라도 가야하는 길들이 있을 것이다. 조금은 외롭고 외지더라도 내가 걸어보고 싶은 다른 길이 있다고 믿어본다....
(이렇게 쓰고 났는데 3000만 원이라는 혹시모를 돈이 눈 앞에 자꾸 어른거리는 참 삼삼한 일요일 저녁 무렵. 축축한 비는 내리고... 당시 옥중에 있었을 김남주 샘도 오랜만에 떠오르니 동네슈퍼 가서 고급진 3000원짜리 청하라도 한 병 사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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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짜리 청하 한 박스 보내주고 싶은 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