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이 끝난 후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한·미 FTA가 체결된 2011년부터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훌륭한 협정이 아니다”며 재협상론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자동차나 철강 무역 문제에 대해 지난밤 이야기를 했다. 문 대통령도 저의 우려 표명에 대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북핵 협상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등 전향적 입장을 드러낸 한·미 공동성명과는 결이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작심 발언이었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 통상전문가들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싸늘한 반응이다. 한·미 간 오랜 논의를 거쳐 발효된 FTA를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한다는 것이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트 대통령이 혼자 앞서가는 것이다. 일방적인 발표”라고 지적했다. 커틀러는 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다.
MSNBC방송도 “한·미 FTA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니라 부시 전 대통령이 서명한 것으로 공화당 의원들도 지지했던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협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이 손해를 보는 무역 협정은 무조건 거부해야 한다는 단순한 전제를 갖고 있다”고 힐난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도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 기고문을 통해 “대한 수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미 FTA 폐기 같은) 성급한 움직임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미 관계에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 북한 문제와 관련한 안보협력을 더 복잡하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