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밥을 해먹이고 두 사람을 보내고 보낸후 음악을 켜놓고
잠시 그러나 급히 밥을 먹고 치우면
빠르면 10시반 늦으면 11시 가게에 갈 수 있다
나는 빠르면 6시나 7시 늦으면 9시 에 집에 올 수 있다
집에 오면 두 사람이 배고프다고 제비새끼처럼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본다
나는 두 사람의 간식을 챙겨주고 씻고 책 두 줄 읽고 잠을 잔다
아침이 되면 나는 어제 했던 일을 그대로 다시 한다
월화수목금이 흘러간다
토요일에 나는 아침에 일찍 나간다
그리고 저녁에 오면 집이 마치 일제시대에 독립운동하다 망한
양반가문같이 쇠락한 모습을 하고 너부러져 있다
나는 치울 엄두를 못 내고 샤워하고 하루종일 일했으므로 오늘은
너네들한테 간식 못 준다 하고 침대로 들어가 책 두 줄 읽다가 잠이 든다
일요일 아침이 된다
나는 일어나서 밥을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쓰레기를 담고 침대패드와 베개커버를 벗기고
밥먹으라고 두 사람을 부르고 설거지를 하고 어제 안 내놓은 물병 꺼내오라고 아이에게 한번 눈을 흘기고
남편을 데려다 주고 와서 나머지 일을 하려고 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그 놈의 레고와 베이블레이드와 카드와 벗어놓은 바지와 바닥에 누워있는 책가방에 이성을 잃고
초4를 불러내 때려잡은 후
내 방 의자에 와서 앉는다 그럴 때 피로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와서
내 어깨를 누르고 내 마음을 누른다 나는 몹시 슬프고 울고 싶다
이 슬픔에게 나는 일요일의 슬픔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일요일의 슬픔은 너무 슬프다
일주일 내내 애썼던 게 인어공주의 물거품처럼 쓸모없이 날아가버리는 것 같아 더 슬프고
참았던 것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방에 다 의미없어지는 것 같아 더 슬프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으려고 일주일 내내 읽었던 책들도 다 의미없어 지는 것 같아서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
이 슬픔의 이름은 일요일의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