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일을 모두 마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건을 처음부터 찬찬히 써보려고 해요.
저는 자치구 육아종합센터(자치구에서 육아, 어린이집 관리 등 위탁을 줌)에서
대체교사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대체교사란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휴가를 가거나 아프거나, 교육을 가면 그 공백을 매꾸는 교사를 말합니다.
대체교사를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나름 까다로워서
보육교사들이 신청할 수 있다고 다 대체교사를 받는게 아니랍니다.
가정어린이집교사들 1순위
민간어린이집 2순위
구립어린이집 3순위
그래서 상대적으로 구립선생님들께 순서가 자주 돌아가지 못해요.
저는 이번에 가정 영아전담어린이집에 배치를 받고 나갔습니다.
제가 맡은 반 아이들의 수업을 하는 것이 제 업무인데
휴가를 갔다고 신청서를 낸 교사는 휴가를 가지 않고 있었고, 원장이 의도적으로 아이들의 명단을 제게
건내지 않았으며 제가 가야할 해당교실엔 들여보내지도 않고
한 교실에 아이들을 모두 몰아넣고(영영아 제외)
수업을 진행하지도 않고 그냥 데리고 있으라고 해서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육아종합센터로 보고를 드렸더니
지난 주에 다른 가정어린이집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며 이번주 참으라고 하더군요.
다음날 저는 그 어린이집 교사 중 한명에게 여쭤봤어요.
"선생님 저는 **반을 맡기로 했는데 왜 애들 전체를 다 보게 되는 건가요? 휴가를 가신 반만 보는거 아닌가요?"
그랬더니
"아녜요. 저희 휴가 간 사람 없어요. 그냥 교실 환경미화 하는 동안 애들보시라고 대체교사 부른거에요."
라고 하고 아이들은 모두 한 교실에 몰아넣은채로
저와 교사 1명을 더 투입하여 아이들을 돌보게 했으나 역시 보육과정운영은 전혀 되지 않고
너무나 더럽고 낡은 장난감만 쥐어줬습니다.
아이들의 밥을 먹이고나서
낮잠시간이 되어 저는 드디어 저도 점심을 먹고 쉬겠구나 했지만
영영아반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돌보라고 하더군요.
너무나 배가 고팠고 힘들었지만
센터에서 나온 사람이 센터 얼굴을 먹칠하고 싶지 않아 영영아반으로 또 가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영영아반 교사가 돌이 아직 안 지난듯 싶은 여자 아이를 유모차에 머리가 마구 부딪히여 앉히며
유모차에서 내릴때에도 머리가 바닥에 먼저 떨어지도록 함부러 하는 모습을 보고
센터에 얼른 보고해야지 싶어서 보고했고
아이들 한 교실에 몰아넣는 것 역시 아동학대라고 판단하였으며
112에 퇴근 후 신고를 하였습니다.
센터에다가 아동학대 인지해서 보고했는데 왜 아무런 액션을 안 취하냐 했더니 하려고 했다네요.
그리고 자기네들이 신고 하려고 했다하니 그 문자 받고 최초 신고자는 저로
신고 처리 하는 곳은 원래 그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업무이기에 넘겼습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체교사 제도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편의를 보려고 범법을 저지른 행위도 묵과할 수 없어
서울시 보육과에 문의를 하였는데 서울시에서는 담당공무원이 그런 경우 세금환수조치를 하고
지금 대체교사로 나가있는 저는 그곳에서 근무를 중단해야 된다 하더군요.
문의 내용을 센터에 보고하니 센터 담당자가 그렇게 서울시처럼 원리원칙대로 하면
센터와 원장들과의 관계가 어긋나진다고 센터로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센터로 복귀하여 센터장과 면담하니, 너무나 인자한 얼굴로
아동학대 목격해서 마음이 힘들겠다면 오늘 집에가서 푹 쉬고 내일 센터로 출근하라고 해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출근을 하니 센터장은 없고 실무자가 연차휴가서와 사직서를 가져다대며
이거를 쓰고 나가라더군요.
그때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너무 강요를 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때려칠까보다하는 생각에 강요하며 받아적으라는대로
사유를 개인사정이라고 썼는데 나중에 이게 아무리 협박을 받아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더군요.
그래서 저는 서울시에 민원을 넣고 기다렸습니다.
구청에도 민원을 넣었죠.
지역구 의원에게도 전화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구청에서 구청 보육과로 출근을 하라고 하더군요.
가보니 공무원 2명, 육아종합지원센터 대체교사 실무자(사직서 강요한)가 있더군요.
저더러 그 어린이집의 열악함을 이해해달라 하기에 "이해"라는 단어가 혹시 "묵인"과 같은 거냐? 되물었습니다.
구청도 제 편은 아니더군요. 이미 알고는 있었습니다.
저를 왜 부르셨냐 하니 대화로 잘 풀라고 하더군요. 원칙대로 하면 너무 각박하다면서요.
저는 강요에 의해 사직서를 잘못 썼지만 계속 일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고
실무자는 끝까지 잡아 때더군요.
저한테 서울시에 문의한걸로 인해 센터와 원장들과의 관계가 어긋난다라고 했던 것까지 부인하더군요.
이미 구청 공무원들은 제가 가진 증거자료(문자)는 볼 생각도 안하고
그냥 자꾸 잘 지내라고 계속 센터에 다니고 싶은거냐고 묻더군요.
그리고 제가 물었습니다. 제가 계속 대체교사 일을 하면서 저는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하는거냐 메뉴얼이 뭐냐? 했더니 센터에 보고 하랍니다. 이번처럼 묵살되게요? 했더니 그럼 자기네 구청에 신고하랍니다.
참나~ 신고하면 이번처럼 어린이집 원장을 이해하라고 할거면서~
제가 서울시랑 메뉴얼이 왜 다르냐~ 했더니 지자체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네요.거짓말도 참~
이미 그 실무자가 이 사건 일어나기 전 첫날에
다른 가정어린이집 이름을 언급하며 거기도 불법을 저질렀다 하기에
혹시 구청에 그곳도 보고 되었냐 하니 안했다고 이젠 하겠답니다.
세상에
이렇게 세금이 마구마구 이상한 곳에 쓰이는데도 아무도 감시 안하고 그냥 묵인해주는거네요.
이게 봐주면 봐줄 수 있지만 정작 보육교사들은 이 제도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버립니다.
교사들은 휴가 못가게 해놓고 일손 대체교사 불러다가 교사들은 다른 일을, 애들은 대체교사한테 왕창 맡겨놓고
이게 시스템이 이런 취지로 시작된 것이 아니고
한둘 봐주면 다른 곳도 이럴텐데.....
그 지역 세금내는 분들과
그 지역 그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구청도 어린이집 아이들보다 원장을 먼저 챙기는구나 싶어서 대체 저 범법자 원장이 뭐가 불쌍하다는 거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불쌍하면 차라리 다른 업종을 권하던지요.
아무튼 제가 이리저리 들쑤셔 놓으니 조용히 해놓고 싶었단 모습들이 역력했고
월급날이라 월급은 제대로 들어왔는데
월요일에 센터로 출근하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솔직히 악마를 본 것 같아서 그 센터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사직서 내용을 어떻게 다시 수정해서 보낼지 아시는 분들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