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에게 탈원전 여부를 3개월 만에 결정하게 하자고?
2017.06.28
오늘 아침 신문을 펼치니 또 어이없는 기사가 올라와 있네요.
“정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하고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10인 이내의 중립인사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간 여론을 수렴한 후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키로”
정부는 독일의 여론수렴 방식을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독일은 탈원전 논의를 25년간 했고, 스위스도 33년간 탈원전을 논의 끝에 국민투표 5번 만(4번 국민투표에서는 탈원전 반대로 무산)에 탈원전을 선언했습니다.
정부가 벤치마킹했다는 독일의 공론화위원회가 논의하는 대상은 방폐장 부지 선정이고, 우리가 공론화 대상으로 하는 것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여부이지만 사실상 탈원전의 찬반을 결정하는 것으로 독일이 25년간, 스위스가 33년간 논의했던 것을 단 3개월 만에, 그것도 에너지 분야에는 문외한인 10인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혹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인데 왜 이것을 탈원전 찬반여부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느냐고 할 지 모르지만,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공론화위원회가 결정하면 건설 준비중인 신한울 1,2호기(울진, 용량 1400Mw*2, 2022년 12월, 2023년 12월 완공 예정)와 건설기본계획이 수립된 천지 1,2호기(영덕, 용량 1500Mw*2, 2026년 12월, 2027년 12월 완공 예정)는 자연스럽게 취소되어 사실상 탈원전이 이행되는 것입니다.
공정률 28%로 공사비가 이미 1.6조원이 들어갔고 중단시 보상비를 포함하면 2.6조원을 날리는 신고리 5,6호기도 건설을 중단하는 판에 착공도 안 한 신한울 1,2호기, 천지 1,2호기가 진행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취소되는 것이죠. 건설중인 것도 중단하고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취소되고 수명이 다해 오는 원전을 순차적으로 폐쇄하면 그게 탈원전이 아니고 무엇인가요? 지금 탈원전을 하고 있는 독일과 스위스가 딱 이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데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탈원전이 아니라고 주장하시렵니까?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이런 중차대한 일을 에너지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로 구성된 10인의 공론화위원회에게, 그것도 3개월 만에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미친 짓이지요.
문재인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 판단과 결정을 국민의 뜻으로 포장하면서 자신의 의도는 관철시키려는 무책임하고 비열한 짓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고 필요한 지를 여론에 흔들림 없이 고독하게 결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비판은 하되 대안 제시는 없고 책임은 지지 않는 시민단체(장)처럼 할 거라면 대통령의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도리입니다.
건설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건설 예정인 신한울 1,2호기, 천지 1,2호기 건설계획을 취소하면 어떤 대책이 있나요?
태양광, 풍력으로 대체할 것입니까?
원전 1400Mw 1기를 대체하려면 4천만평 부지에 태양광 모듈을 깔아야 합니다. 신고리 1,2호기, 신한울 1,2호기, 천지 1,2호기 총 6기의 원전을 대체하려면 2억5천만평의 부지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렇게 할 것입니까? 2억5천만평이면 서울시 면적의 1.4배, 여의도 면적의 284배, 축구장 10만개 규모가 됩니다. 온 산의 숲을 다 훼손하고 태양광 모듈 천지를 만들 셈인가요?
백만번 양보해 우리나라를 온통 태양광 모듈로 깔아 원전을 대체한다고 합시다. 그 대체비용은 어떻게 감당하렵니까? 태양광의 발전원가는 최소 170원/kwh입니다. 원전이 68원이니 100원/kwh 이상 차이가 나죠. 2016년 원자력 발전량이 161,990GWh였으니 이를 태양광으로 대체하면 추가 전력요금 부담이 연간 16조1990억원 이상이 될 것입니다.
이 추가 비용 부담만 있는 게 아닙니다. 태양광은 주간에만 발전이 가능하고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아예 발전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원전을 대체하려면 태양광이 주간에 발전한 것을 축전시켰다가 야간이나 흐린 날과 비오는 날에 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 축전에 필요한 장치가 ESS인데 이 장비가 얼마나 고가인지 아는 사람이 우리 국민 중에 얼마나 될까요? 참고로 제 회사가 2년 전에 1,500kw 용량의 ESS 장비를 12억(8억 정부 보조 포함)에 구입했습니다.
원전 대신 LNG로 대체하겠다구요?
jtbc가 문재인의 탈원전 계획대로 해도 2030년에 1가구당 전력요금을 연간 8,367원만 추가 부담해도 된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구요? jtbc의 순 엉터리 셈법에 속아 넘어가겠다면 제가 말릴 방법은 없습니다만, 아래에 제가 제시하는 자료는 한번 보시는 수고는 해 주시길 바랍니다.
* 최근 10년간 한전이 구입한 에너지원별 정산단가(원/kwh)와 가스공사가 수입한 LNG 가격(US$/톤, CIF)
연도 원자력 유연탄 LNG LNG 수입가격
2007 39.24 40.59 120.20 494.9
2008 46.12 65.88 190.63 726.6
2009 44.02 61.18 132.92 537.3
2010 34.66 59.89 147.91 521.6
2011 39.72 71.70 195.98 650.4
2012 39.61 66.34 210.11 756.2
2013 39.12 58.92 215.31 768.5
2014 54.96 63.36 155.77 846.3
2015 62.61 68.34 169.02 562.8
2016 68.02 73.93 92.73 363.8
평균 46.81 63.01 163.06 622.8
* 2016년 원전이 생산한 전력량 : 161,995GWh
만약 원전을 폐쇄하고 그 발전량을 전부 LNG로 대체할 경우, 2016년의 한전 에너지원별 구입단가를 적용하면 161,995,000,000kwh*(92.73원-68.02원) = 약 4조원의 발전비용이 증가하지만, 10년간 평균 단가를 적용하면 161,995,000,000kwh*(163.06원-46.81원) = 18조8319억원을 기업과 가정이 부담해야 합니다.
위 10년간 가격 현황을 보시면 알겠지만, LNG 가격은 2016년이 최저가이고 이에 따라 LNG 발전원가도 최근 10년 동안 최저였습니다. 그런데 LNG 가격이 장래에도 계속 이렇게 저가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원전 대체시의 발전비용 증가를 예측할 때 LNG 가격이 최저가였던 2016년 기준을 하는 것이 현실적일까요? 아니면 10년간 평균치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http://news.jtbc.joins.com/html/626/NB11484626.html
위 jtbc 뉴스의 기자는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이 이행될 경우 2030년에는 2016년에 비해 가구당 연간 8,367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자의 말이 맞을까요?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이 되면 전력요금(발전비용)이 21% 인상되어 11.6조원이 늘어난다고 했는데 이 돌 I jtbc 기자는 이 11.6조원이 2030년 한 해 늘어나는 금액이 아니라 2017~2030년간 누적된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11.6조원을 14년으로 나누어 연간 8,285억의 발전비용이 늘어난다고 계산했습니다. 이 8,285억원을 가정용이 13% 차지하는 것을 반영해 가정용 증가액은 1,077억원이라 계산하고 이를 가구수로 나누어 연간 가구당 전력요금 추가 부담액이 8,367원이라고 당당하게(?) 뉴스 시간에 떠벌린 것입니다.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도 국민들이 부담하는 추가 전력요금은 이렇게 미미하다고 jtbc는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죠.
2016년 우리나라 전력 총소요량은 가정용 66,173GWh를 포함해 497,039GWh이고, 한전의 전력판매수입은 가정용 8조181억원을 포함해 55조2,875억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가정용 고객수는 13,109천 호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전비용이 21%로 늘어나 11.6조원을 소비자(가정과 기업 등)들이 추가 전력요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저런 식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를 근거로 대략적으로 가구당 추가 부담금액을 계산하면 11,6조원*8조181억원/55조2,875억원/13,109천호 = 128,331원이 나옵니다.
문제는 실질적으로는 1가구당 추가 부담액이 128,331원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제가 위에서는 가정용 전력요금의 추가 상승분만 반영하고 산업용, 상업용 등의 상승분은 별도로 했습니다. 하지만 산업용, 상업용, 교육용 등의 부담을 기업이나 상점주, 학교 등이 지게 되지만 제품 원가나 서비스 원가에 반영되어 결국은 그 부담은 국민들에게 귀결됩니다. 따라서 1가구당 전력요금 추가 연간 부담액은 11.6조원/13,109호 = 884,888원이 되게 됩니다. 제가 위에서 10년간 평균치를 적용해 계산한 원전 폐쇄시 추가 부담액 18조 이상이 나오는 것을 기준하면 1가구당 143만원이 나옵니다.
연간 8,367원, 128,331원, 884,888원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확연히 다릅니다. 연간 8,367원 정도 부담이면 원전 모두 폐쇄해도 2만원을 넘지 않을 것 같으니 저 같아도 당연히 문재인의 탈원전에 적극 찬성하겠습니다. 그런데 연간 가구당 100만원이 넘는 전력요금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탈원전에 찬성할까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제가 원전 대체만 계산했을 뿐인데도 가구당 연간 100만원이 넘게 나오는데, 문재인이 석탄발전도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했으니 그에 따른 추가 부담을 합치면 150만원 이상이 나올지 모릅니다.
원전과 석탄을 대체해 LNG 비중을 높이면 추가 비용 부담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위에 제가 올린 최근 10년간 LNG 수입가격을 보시면 알겠지만 LNG 수입가격의 등락 폭이 매우 심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LNG 발전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한전뿐 아니라 기업들이 경영 불안정에 노출되게 됩니다. LNG 가격이 급등락을 하면 LNG 발전원가의 약 90%를 연료인 LNG 비용이 차지하기 때문에 전력요금도 이에 따라 급등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발전총량 중 원전이 30%, 석탄이 40% 담당하고 있어 LNG 발전 비중이 낮기 때문에 그나마 LNG 가격 급등락을 어느 정도 버퍼링해 줌으로써 전력요금을 안정화시키고 있지만, 원전과 석탄을 LNG로 대체하면 LNG 가격 급등락에 따른 전력요금 불안정에 완전히 노출되게 됩니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 시가 급한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고, 소규모 영향평가가 아닌 1년이 더 걸리는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재인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중요한 에너지 정책을 비전문가 10인에게 3개월 만에 결정하게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려 합니다. 통탄할 일지요.
* 원전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두 가지로 설명할 경우 국민들은 각각의 설명을 듣고 탈핵에 동의할까요? 아니면 원전의 불가피론에 동조할까요?
1)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에 의한 것이고 (방사능에 피폭되어) 사망한 사람이 1,368명이다. 그리고 문재인의 탈원전 계획을 이행하더라도 2030년에 1가구당 전력요금 추가 부담액은 연간 8,367원에 불과하다.
2)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에 의한 것으로 방사능에 피폭되어 사망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문재인의 탈원전 계획을 이행하면 2030년에 1가구당 전력요금 추가 부담액은 연간 10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은 문재인이 고리1호 원전 영구 폐쇄 기념식에서 말한 것, 그리고 jtbc가 방송한 것이고, 2)가 사실을 그대로 말한 것입니다.
문재인이 말한 사망자 수도 엉터리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발생 원인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습니다. 쓰나미만 없었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진도 9의 강진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쓰나미에 의한 침수가 원인이었지 지진에 의한 원자로의 붕괴가 아니었습니다.
최근 경주 지역의 지진이 강해지긴 했지만 일본의 지진에 비할 수도 없을 뿐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서에도 지진 피해 기록은 다수 있지만 쓰나미에 의한 피해 기록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쓰나미 안전지대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동해안에 쓰나미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후쿠 대지진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대부분 쓰나미에 의한 것임을 모르고 또 그 사망자들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오해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수 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지요.
일국의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국민들에게 원전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 하는 기제로 사용하는 것이 온당한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