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한번 안 해보고 외고 보낸 간 큰 엄마입니다.
다행히 아이는 중학교때 성적까진 아니지만 그럭저럭 버티고 있습니다.
잠깐 아이 중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말씀을 드리자면,
다니던 중학교는 말 그대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였어요.
애들이 정말로 집보다 학교를 더 좋아했고 애들이 '학교에 와 주는 것'만으로도 선생님들이 고마워하는...
학교에 안 오는 애들도 맛있는 급식 먹겠다고 점심때만큼은 학교에 오는.....
...혹시 이런 학교에 보내고 싶으신가요?....
공부하는 걸 제외한다면 이런 곳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내도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우리 나라 모든 학교들이 이렇게 되면 어떨까요.
아마 교육 당국자들은 이런 학교를 꿈꾸는 건 아닐까 싶은데..
워낙 애들이 공부를 안 하니 선생님이 내주시는 프린트만 봐도 내신관리가 될 정도로 문제가 쉬워요.
이 중학교 애들, 다 착한 애들이에요.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항상 엄마들, 선생님들이 하는 얘기는 "얘네들이 공부만 좀 하면 정말 좋을텐데" 였지요.
수업 분위기가 정말 아니올시다였거든요.
수업 분위기 흐리는 애들이 꼭 마음씨 나쁜 애들이란 법은 없으니까요.
착하지만 정신이 사나운 애들이 주류였으니...
선생님이 계신데도 시끌시끌해서 수업 중에 선생님도 아닌 반장이 "야, 조용히 해!"하고 몇 번이고 소리지르는 교실.
아이는 3년 내내 그런 곳에서 수업을 들으며 도를 닦다시피 했고 결국 도인이 되어 졸업했어요.
도 닦은 게 표가 나는지 지금 반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서도 맘 좋고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아이로 통합니다.
아이는 지금 다니는 학교를 아주 맘에 들어합니다.
쉬는 시간에 막 떠들다가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게 어색할 정도로 엉망인 학교에 다니다가
(소위 ‘만만한 선생님’ 시간에는 조용해지기는커녕 책상을 두들기며 에에에에~~ 하는 곳에서 3년을 있었으니)
수업 분위기 좋고 착실한 애들 속에서 생활하니 긴장감도 있어서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고 해요.
엄청난 영어 진도 따라가려니 힘들지만 1학기 새에 많이 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합니다.
물론 영어쯤은 다 떼고 온 아이들이 포진해 있으니 아이 성적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쫓아가고 있어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아이 학교 커리큘럼을 보면 왜 외고가 유리한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편법 수업?? 어유 그런 거 없던데요. 다른 학교는 있는지 모르겠는데 아이 학교에는 정말 그런 거 없더군요.
외고가 대입만을 위한 학교??? 지금 이 시점에 다니는 애들한테는 결코 아니에요.
정말 대입만을 위한 학교라면 고3 음악 수행평가를 보고서로 갈음한다고 하진 않을 거에요.
오히려 대입에 필요한 수학이나 과학 시간은 다른 일반고보다 부족하지만(그 시간에 영어와 전공어를 하니까요)
양만큼은 똑같으니 오히려 수학 과학 선행을 해야 공부를 따라가기 쉽겠더군요.
외국어에 할애된 시간은 쓸데없이 많으니(영어는 절대평가고 대입에서 외국어 특기자 수도 점점 줄여가고 있지요)
외국어 좋아하는 애들한테야 천국이 따로없겠지만 멋모르고 들어온 사람들은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모든 불리한 사항을 다 알고 있는데 왜 외고가는 걸 말리지 않았냐 하면
이 동네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건 중학교 시즌 2와 다를 바 없어서였지요.
주변의 고등학교도 아이 중학교 애들(반은 특성화로 빠져나갔다지만
오히려 성적되는 애들은 좀 나은 특성화고등학교를 가니까 정말 오갈데 없는 애들이 일반계 고등학교에 갑니다)이 가는 학교라 중학교때보다 학업 분위기가 나아질 가능성이 없거든요.
특목고 자사고 폐지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 엉망이 된 일반고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게나마 들립니다.
영재고 준비 때문에(원래 아이는 수학과학에 더 취미가 있습니다. 하고 싶어하는 공부가 문과라서 그렇지요)
이래저래 자료를 모으다보니 영재고 과고 입시야말로 깜짝 놀랄 정도로 비정상스런 사교육의 주범이더군요.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저역시 뭐가 옳다고 말을 하긴 어렵습니다. 그저 내 아이 상황에 맞췄을 뿐.
만약 동네 일반고 분위기가 아이가 다니던 중학교의 연장선상에만 있지 않았다면
일반고를 가라고 설득했을지도 모릅니다.
수업 분위기가 엉망인 것. 과연 누구 문제일까요?
사실 아이가 중학교 3년 다니는 내내 선생님이 불쌍하다, 애들이 너무하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오더니 그 말이 좀 달라지더군요.
“다른 중학교 다닌 애들하고 얘기해보니까 우리 중학교 선생님들은 가르치고자 하는 열의가 정말 없었어.” 라고요.
저는 아이의 이 말은 현재 무너진 공교육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일반계 고등학교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대대적인 변신 없이 자사고와 특목고만 없애서 우수한 애들을 여기저기 넣어놓는다고
과연 복구될까요?
아이가 다니던 ‘일반’ 중학교의 분위기가 엉망인 이유가 많은 애들이 국제중학교로 흡수되어서였을까요?
만약 일반고로 그들을 흡수한다 치면 지금 교육분야에 쌓여있는 문제가 해결되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 게 맞나요?
어차피 대학 가는 길은 항상 ‘입시 지옥’이었어요. 일반고라고 좀 편한 지옥이 되진 않는다는 겁니다.
그 ‘편한’ 상황이 과연 후세를 위한 편함인지 고민하고 나온 결과인지요?
0.1점 가지고 줄세우기 안 된다고 난리치며 등급제 했더니 또 아우성이었지요?
점수 가지고 줄세우지 말고 꼭 공부뿐만이 아니라 다른 걸로도 아이들을 뽑겠다고 나온 정책이 지금의 정책이지요?
그리고 수시를 아예 100% 확대 하자고 하고 있고요.
이렇게 이리저리 교육정책이 뒤집어질때마다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건
그 정책에 콧김을 넣을 위치에 있는 기득권이었어요.
그 사이 디디고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는 하나씩 둘씩 치워졌고 교육격차는 말도 못할만큼 벌어졌고요.
무엇이 이 땅에서 우리보다 더 오래 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일지,
교육 당국자들은 정말정말정말정말 깊게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