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다음달 발표할 용역보고서에
'경유세를 휘발유세의 95%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어제 일부 언론이 취재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 없습니다.
그러나 그 언론은 <단독> 타이틀을 붙여
'경유값 최대 1400원까지 오른다.
정부, 경유세 인상 검토중' 이라고 써버립니다.
'국책연구기관 = 정부' 라는 공식이 해괴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단독>이니까.
당연히 오늘 하루종일 경제뉴스는
'경유세 인상' 논란으로 도배됩니다.
모든 언론들이
운수업계와 자영업자 다 죽는다면서 난리치고,
야당은 국회에서 호통치고, 종편 패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서민들부터 잡는다'고 조집니다.
그런데 문제의 연구용역은 작년 박근혜정부 때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발주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현 정부는 경유세 인상을 검토한 적 없다고 급히 발표합니다.
그러면 언론은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할까요?
'경유세 인상 검토한 적 없다'고 써야 합니다.
그리고 이같은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도
설명해 줘야 합니다. 이게 팩트입니다.
그런데 지금 나오고 있는 기사들 좀 볼까요?
- "경유세 인상 안한다" 서둘러 진화
- 정부 경유세 인상 백지화
- 경유세 인상 방침 철회
- 경유세 인상 반발 여론에 화들짝
'진화' '백지화' '철회' '화들짝' 같은 단어를 써서
현 정부가 경유세 올리려고 했다가
반발여론에 밀려 두 손 든 것처럼 쓰고 있죠.
거의 모든 언론이 비슷한 제목을 뽑았네요.
일단 조져놓고 앞뒤가 안 맞아도
그냥 밀어붙이는 거죠.
그런 거 아니라고 팩트를 제시해도 무시합니다.
차라리 '아니면 말고' 식으로
입이라도 다물면 좀 나은데
오히려 백지화 했다고 의기양양 또 속보를 씁니다.
이쯤되면 말장난을 넘어선 왜곡입니다.
잊지 맙시다.
언론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그리고 언론개혁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