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일이에요.
이젠 희미해질때도 되었는데.
더운 바람이 콧끝을 간지럽히는 계절.
잊고 살았던 심쿵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니 써볼게요.
오래전이에요.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났죠.
처음 본 순간.
찰나의 그 순간에 마음을 뺏겨 버렸어요.
한참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볼에 살짝 홍조가 띄어질만큼 강렬했던 심쿵의 순간이었죠.
이마를 살짝가린 왁스로 잘 정돈된 깔끔한 헤어스타일.
하얀 얼굴에 부담스럽지 않은 쌍꺼풀. 맑고 투명한 눈동자.
부드럽지만 날렵했던 콧날과 앵두같이 새빨간 입술.
피아노가 취미였던 길고 가늘던 손가락.
옆에 있으면 은은하게 느껴지던 시트러스 섬유유연제 향.
다정한 부모님 아래서 사랑 받고 자랐고.
원하는 목표가 뚜렸했고
대학원을 가고 논문쓰고 박사까지 되었죠.
중저음 보이스에 말투엔 느긋함과 섬세했고
눈을 맞추며 부드러운 미소를 잘 짓는 친구였어요.
누구나.
누구나 탐내하던 사람이었죠.
제 기준에선 말도 안되게 완벽했던 그 친구.
그 친구 앞에 서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던 제 자신..
그는 내가 혼자인게 믿을 수 없다 했지만.
그건 오히려 내가 너에게 묻고 싶었지.
정말로 믿을 수가 없다......
몇번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되었어요.
영원히 놓고 싶지 않은 부드러운 감촉과 따스함.
그리고 자연스레 입맞춤도 하게 되었어요.
진심으로 행복하고 이 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이었지만
저는 이제 그만해야겠다.
마음의 결정 하던 순간이기도 했어요.
이 친구와 미래까진 가지 못할거다.
사랑에 더 깊게 빠져들면 나만 더욱 힘들어지고
나만 괴롭고. 나혼자 미저리가 될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이후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을 꾹꾹 누르며 애써 태연한 척 했고.
내 눈빛과 뛰는 가슴은 진심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몸짓과 행동들은 그를 밀쳐냈죠.
그 친구는 제게 말했어요.
너도 내가 좋긴 한거니.
좋은 것 같다가 또 아닌것도 같다며
희망고문 시키는거야? 물으며 저를 애처롭게 바라보았어요.
아. 정말로 그만해야겠다.
이제 그만 해맑은 저 친구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겠다.
그날 아찔했던 입맞춤은 가슴에 간직하기로 하고.
다음날 저는 친구에게 이별을 얘기했어요.
모든 부분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단단한 친구는
저를 존중하며 그대로 저를 놓아주더군요.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난 사랑.
이후 그렇게 완벽한 이상형은 만나지 못했죠.
오래 지난 일이지만. 아직 생각해요.
그 친구는 나를 많이 좋아하지 않았어...
정말로 좋아했다면 그렇게 쉽게 나를 놓아주진 않았을테니....
그냥 한번쯤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찌질해서 좋은 사람 놓쳤던 기억..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냥 한번쯤 쓰고 싶었던 글.
지난기억 조회수 : 557
작성일 : 2017-06-21 14:46:21
IP : 114.204.xxx.6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모지?
'17.6.21 4:20 PM (121.152.xxx.239)왜 그런 병신같은 짓을 하셧죠???
혹시 그가 여자였던거??
못 먹어도 고 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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