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의 시가 생각나는 오늘

적폐청산 조회수 : 678
작성일 : 2017-06-16 14:21:44



하…… 그림자가 없다

                                                           김수영(1960.4.3)


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

우리들의 적은 커크 더글러스나 리처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
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
그들은 선량하기까지도 하다
그들은 민주주의자를 가장하고
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선량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
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
요릿집엘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웃고 잡담하고
동정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
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
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애교도 있다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

우리들의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우리들의 전선은 당게르크도 노르망디도 연희고지도 아니다
우리들의 전선은 지도책 속에는 없다
그것이 우리들의 집안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직장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동리인 경우도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의 모습은 초토작전이나
「건 힐의 혈투」모양으로 활발하지도 않고 보기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언제나 싸우고 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거리를 걸을 때도 환담할 때도
장사를 할 때도 토목공사를 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울 때도 웃을 때도
풋나물을 먹을 때도
시장에 가서 비린 생선냄새를 맡을 때도
배가 부를 때도 목이 마를 때도
연애를 할 때도 졸음이 올 때도 꿈속에서도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수업을 할 때도 퇴근시에도
사이렌소리에 시계를 맞출 때도 구두를 닦을 때도……
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있다
민주주의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식으로 싸워야 한다 
하늘에 그림자가 없듯이 민주주의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 
하…… 그림자가 없다 
 
하…… 그렇다…… 
하…… 그렇지…… 
암암 그렇구 말구…… 그렇지 그래…… 
응응…… 응…… 뭐? 
아 그래…… 그래 그래. 

IP : 122.45.xxx.12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제가
    '17.6.16 2:31 PM (175.213.xxx.182)

    가장 좋아하는 김수영....좋은 시 다시 읽고 갑니다.

  • 2. 풀이 눕는다만 알았어요
    '17.6.16 2:35 PM (203.247.xxx.210)

    이 시는 처음 봅니다
    저 시인의 사진 형형한 눈 빛이 떠오릅니다

    위로받는 것 같기도 하고
    들키는 것 같기도 하네요....

  • 3. ..
    '17.6.16 2:40 PM (122.45.xxx.126)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시인

    혹 시간 나면 [김수영 평전] 함 읽어보세요.

  • 4. lush
    '17.6.16 4:07 PM (58.148.xxx.69)

    저 김수영 평전 읽었는데
    너무 어려웠단 기억 뿐 ~~

    근데 다시 읽으면 나으려나요 ?

  • 5. ...
    '17.6.16 4:45 PM (122.45.xxx.126)

    최하림이 쓴 평전 말하는 거죠?
    어렵지 않은데...
    제가 평전 덕후인데. 이 책만큼 잘 쓴 평전도 보기 어렵다고 봐요.
    매우 냉철한 접근입니다. 과장하지도 않고.

    김수영은 민음사 전집과 평전 이게 거의 다죠.

  • 6. lush
    '17.6.16 5:22 PM (58.148.xxx.69)

    민음사 전집은 빌렸다가 너무 좋아서 사버렸어요 !!
    원글님 올리신 시를 전 왜 못본걸까요 ? ㅋㅋ
    봤는데 휘리릭 ㅋ

    아마 평전도 그때 뭔가를 위해 휘리릭 읽어야 할 상황이어서
    그랬으리라 짐작해봅니다

    김수영시 해설판을 보고도 암호 같다는 기억은 선명 ~~

    오늘 다시 김수영을 꺼내보렵니다~~
    원글님 덕분에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98884 무시칸질문.법무장관 박영수특검은 안되나요?? 19 자요발목당 2017/06/16 1,850
698883 친언니 장례 치르고 올라오다 참변..음주 차량에 9명 사상 4 샬랄라 2017/06/16 7,070
698882 이름 (회사명)지어주세요~~~ 14 안수연 2017/06/16 1,000
698881 엽떡 땡기네요 3 동대문 2017/06/16 955
698880 니 아들 살좀 빼라.친구의 조언 9 나 유치해 2017/06/16 2,445
698879 편한 샌들 어디 없나요? 20 샌들 2017/06/16 5,762
698878 얼마 전 중2 아들이 계속 살이 빠진다고 걱정하던 글 있었는데... 4 ........ 2017/06/16 2,622
698877 퇴사하면서 부장님 엿드시라고 편지와 선물 (기사 펌) 4 dd 2017/06/16 3,562
698876 목이 아파 침을 못삼키는데요..ㅠ 11 자취샛 2017/06/16 4,470
698875 세탁소에 파카 맡겼더니, 엄청 깨끗해졌네요 2 2017/06/16 1,856
698874 안경환 사퇴 106 .... 2017/06/16 13,980
698873 병문안때 뭘사가면 좋을까요? 3 슬픔 2017/06/16 1,283
698872 이런 인간이 법무무장관 후보? 7 한심 2017/06/16 1,719
698871 고교내신 - 당분간 상대평가랍니다. 15 ㅇㅇ 2017/06/16 2,094
698870 친정 엄마 영정 사진을 찍어서 1 보내주셨어요.. 2017/06/16 1,991
698869 여러분, 됬어요(x) 됐어요(0)입니다 12 오늘도 다시.. 2017/06/16 1,534
698868 의사가 마음의 준비를 하라네요. 24 조언 2017/06/16 11,961
698867 노현정 오늘사진보니 김태희닮았네요 35 .. 2017/06/16 11,023
698866 마포 상암, 연희동, 홍제동, 상도동.. 중에서 중고등 아이 데.. 4 거주 2017/06/16 2,508
698865 막걸리 3 은비 2017/06/16 572
698864 나이 마흔에 앙증맞고 작은 크로스백 매고 다니는거 좀 그럴까요 16 ddd 2017/06/16 5,879
698863 수박샀는데 망함 ㅜ 7 2017/06/16 2,223
698862 현역 국회의원이 성매매 현장 단속에 걸려 - 13 ... 2017/06/16 4,382
698861 문득 생각나서 쓰는 글. 전지현 스타일 친구가 있었어요 4 ... 2017/06/16 2,448
698860 안경환 피해여성 어머님 잃고 집안 혼란스러운 틈 타 몰래 혼인신.. 32 ㅇㅇ 2017/06/16 8,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