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온 집 거실에서 학교로 가는 길이 잘 보여요.
500미터 정도 떨어져있는데도 시골이라 논과 밭 밖에 없고 지그재그 길이라
아이가 저희 아파트 1층에서 나와 학교까지 걸어가는 걸 볼 수 있거든요.
아침에 학교 다녀오겠다고 인사하면 전 커피 한 잔 들고 베란다 앞에 서서
아이가 슬렁슬렁 걸어서 등교하는 모습을 보는게 아침 시간의 소소한 즐거움인데요.....
몇 달 보다보니 제 아이 포함, 남자아이들은 정말... 정말....
일단 학교까지 가는 길은 도로가 잘 되어있어요.
차가 다니지 않는 안쪽으로 길을 새로 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발이나 옷 버리지 않고 말끔하게 다닐 수 있는 상태인데요,
일단 남자 아이들은 그 길로 안 가요.
굳이굳이 높이가 1미터 50센티 정도되는 아파트 주변 울타리를 넘어요.
그 울타리를 넘기 전에 먼저 가방을 휙! 반대쪽으로 던지고
그 높고 위험한 울타리를 기어올라서 넘어가요.
자기가 먼저 넘고 다음 친구(나중에 물어보니 모르는 애래요. 그날 처음 봤다고..) 가방 받아주고
그리고 나서 밭을 가로질러 가거나 논두렁으로 가요.
다행히 지금 봄 배추가 끝나고 밭들이 비어있는 상태이긴한데
주변에 물어보니 작물이 자라고 있으면 자라고 있는데로 고랑을 뛰어 넘으며 집에 온대요.
오이나 토마토가 높게 자라면 그 안에서 미로찾기하면서 등하교하고요.
농사지으시는 분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걸 안 하셨더라고요.
아이들도 농사짓는 걸 오가며 보니까 농사가 힘들다는걸 아는 지 작물 자체를 밟거나 하지는 않고
고무줄 넘듯이 생강이나 양파 위로 폴짝폴짝 뛰어넘어요.
그 와중에 농사지으시는 집 멍멍이에게 간식 챙겨주고 놀아주고,
밭일하다 잠시 쉬시는 분들께 질문폭탄, 그러다가 배추 뽑는거 잠시 돕다가,
애호박 가지 올리는 거 도와드린다고 같이 막대같은 것 잡아드리다가.
선물이라며 집에 송충이 가져오고.... ㅠ ㅠ
여자아이들은 곧장 학교로 가고, 집으로 와요.
그런데 남자아이들은 집으로 오는 듯 하다가 다시 우다다다 뛰어서 학교로 가는 듯 하더니
다시 집으로 오다가 실개천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뭔가를 건졌다가
소리를 지르며 집어던지고...
잠깐 걸으면 될 거리인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려서 집에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