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가 종종 아니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딸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때부터 워낙 가난했고 그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큰 부자가 된 셈이예요.
십년전까지만 해도 전세 삼천오백만원 주택에 세 들어 살았고
부모님이 그동안 모아두신 돈, 아버지 사고 보상금에 집값의 삼분의 일에 달하는 제 돈을 모아서
지금 아파트로 이사했어요.
아버지 환갑에 첫 집이었지요.
그 전에 주택청약이라도 넣었더라면 백퍼센트 당첨되었을텐데
부끄럽게도 그때는 그런 정보도 관심도 없었어요.
돈도 없는데 무슨 집이야.. 했으니까요...
우리집이 생겨서 정말 좋기도 했지만
텅빈 통장에 마음이 헛헛할때도 있더라구요. 어쩔 수 없는 제 맘이. 좀 그랬어요...
직장 생활을 오래 했으니 모아둔 돈이 좀 되지 않겠냐는 주변에서는 아파트를 전세끼고 아파트를 사두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 중 한건이 지금 재건축 확정되어 집값이 정확히 두배가 올라 속이 쓰리지만 ㅠㅠㅠ
그래도 부모님집이 생겼으니 부모님집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억이나 올랐으니
아유~ 그때 집 안샀으면 우리 부모님 평생 집 못사셨겠구나 생각하면
그 아쉬운 마음 잠깐이더라구요.
칠순의 나이에 아버지는 아직도 일을 하세요.
제가 생활비를 다 드릴 수는 없으니 그만 하시라 할 수도 없어요.
그런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돈을 모으려고 애쓰시는 엄마가 안쓰러워
부모님께는 아끼지 않고 할 만큼 한다고 했어요.
간식이며 외식이며 그동안 여행도 제대로 못다니신 부모님
어디로 모시고 갈까 궁리하면서 나들이도 여행도 자주 다녔어요.
명절에도 보너스는 안받은 셈 치고 용돈 넉넉하게 드렸고
나이 들수록 잘 입고 다녀야 한다며 옷도 백화점에서 아울렛에서 브랜드로 사드렸어요.
생활비를 안내는 대신 부모님의 보험료, 통신비를 제가 내고 있구요.
실비 보험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어요 ^^
그런데 엄마는 항상 이렇게 얘기합니다.
딸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고 저 집은 딸 많아 좋겠다. 딸들이 얼마나 잘하겠어.
나는 딸 많은 집이 제일 부럽더라.
그러려니. 그냥 푸념이니 하려고 합니다만,
어쩔때 그 말이 확 맺힐 때가 있어요.
엄마는 그냥 순수하게 말씀하셨을 거예요.
내 딸이 잘하니 이런 딸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셨겠지만
저는 이제 그 말이 너무 듣기 싫어요.
나는 한다고 하는데 엄마는 뭘 더 바라시는 건가.
아니 내 딸이 이렇게 잘하니 좋다라는 말을 달리 하시는거라면
나는 다른 집 열딸 안부럽다. 이러시면 안되는건가.
왜 저런 말을 하는건지
저희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다들 하는 말이 엄마가 미인이시고 살림 너무 잘 하시는것 같다고,
이사 온지 얼마 안된 집처럼 어쩌면 이렇게 깔끔하냐고 할 정도로
살림도 잘 하시고 자신 몸 아끼지 않고 자식들 챙기려고 하세요
엄마도 고생 많았고 여자로서 엄마의 인생이 참 안됐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가끔 엄마의 저런 말은 진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들어요.
아이고 나중에 내 통장에 잔고 보며 한숨짓지 말고
내 돈이나 모으자 이런 생각이 들게 해요.
어제 미용실 같이 갔다가 계산하고 나오는데
또 말씀하시길래 모든 딸이 다 그렇지 않다
하고 틱틱 거리며 나온 후 맘이 더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