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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2회 감상기

순천편 조회수 : 3,856
작성일 : 2017-06-11 14:59:10
서울역에서 황교익이 노룩패스를 유시민에게 시전하는 걸로 시작된 순천행. 
선암사, 순천만 습지의 일몰, 야생 차밭, 조정래 김승옥의 문학관. 일식가옥 보성여관의 조합이 우릴 자극했죠.
저는 보성여관의 숙박동에서 꼭 하루 자보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됐어요. 

KTX 안에서 시시콜콜- 알아봐야 쓸데없으나 귀동냥이 즐거운- 수다들이 이어졌는데요. 
이후 두 팀의 여정 영상과 수다들도 좋았으나
저녁, 보성여관에서의 식사 중 대화가 참 유익하고 좋았어요.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기록해놓는 어록/수다들.

# 식사가 시작되면서 화제에 오른 유시민의 항소 이유서.
그 집필 과정과 소회를 집요하게 묻는 정재승에게 
유시민: 항소이유서는 교도소, 법원, 검찰청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세 부를 만들어야 함.
미농지 넉장에 중간중간 먹지를 깔고, 안 나오는 볼펜으로 눌러서 쓰는 형식인데 그러면 먹지 1,2,3에 눌려서 글자가 찍힘.
초고도 없고 자료를 취할 수도 없음. 교정하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다 해야 함.
누워서 첫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수정하는 식으로
원고지 100장 분량을 머릿속에 집어넣어 14 시간에 쓴 글임. 
꼼꼼한 성격상  중간에 한자 표기를 하는데, 오자 안 나게 미리 획을 연습했음.
다 쓰고 나선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는 정도의 기분이었음.
(이때 김영하가 끼어들며 "감옥은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에요~ 아티스트 레지던스로 최고예요~" ㅋㅎ )

# 언제 자신의 영재성을 인지했냐는 유시민의 질문에 정재승이 답하던 중
유희열이 '겸손한 척 마잉~'이라고 찌르자
정재승: 저 겸손하지 않아요! 어느 정도 잘난지 알고 있기 때문에.... (박장대소) 

# 정재승이 꺼낸 화제 중 코끼리와 팬더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데, 
팬더 응가는 섬유질 과다로 물에 뜰 정도라고 함.
근데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이 채식주의자라길래 니 응가가 뜨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가 변태 취급받고 차였다고 함. ㅋ

# 마지막 질문, 알파고 vs 알파고의 경기는 어떻게 될까?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중. 
나 피디가 "나중에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지배받아요?"라는 뜬금포 질문을 날리자
정재승:그럴 일은 없음.  왜냐면 지배하려는 욕망을 넣어주기가 어려움. 
기계가 지배 욕망이라는 고등한 기능을 얻을 확률은 원숭이가 타자기를 막 두드려서 햄릿을 쓸 확률인 것임.
(유시민이 끼어들며 "큰 자루에 항공기 부품들을 넣고 흔들어서 열었을 때 항공기가 완성돼서 나올 확률임.")

# 정재승: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려면
1. 자기 자신을 의식해야 됨.
2.지배하고 싶은 욕망을 가져야 됨.
3.인간이 위협적인 존재라 생각하고 적대감을 가져야 됨. (저는 이 설명에 굉장히 뭉클했음.)
4, 근데 우리도 우리가 왜 감정, 의식, 욕구를 가졌는지 모름.
5. 인간의 뇌가 수학과 언어를 쓴 게 겨우 만 년밖에 안 되고 
의식 감정 욕구는 동물과 더불어 수십 만년 이상 만들어진 정교하고 고등한 기능임.
그래서 우리도 어떻게, 왜 그걸 가졌는지 모름. 그러니까 인공지능에게 넣어줄 수 없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덧붙임;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는 검색하면 전문이 다 뜹니다.
저는 이 프로 중간에 제작진이 소개한 단락들을 속기해봤던 터라 붙여봅니다.

# 제작인 자막으로 소개한 항소이유서 문장들.
1, 본 피고인은 1985년 4월1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받고 이에 불복, 
다음과 같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합니다.

2. 현 정권은 정식으로 출범하기조차 전에 도덕적으로 이미 파산한 권력입니다.

3.정권의 주장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불신은 과연 누구의 책임이겠습니까?

4. 바로 여기에서 정의로운 사회에서라면 존재할 수 없는
법과 양심의 상대적인 모순관계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그 누구도 이 상황에서 법과 양심을 모두 지키기란 불가능합니다.

5. (이 부분 속기 못함. -_-)

6. 소년이 폭력배처럼 비난받게 된  것은 결코 온순한 소년이 포악한 청년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가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내는 부정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7. 본 피고인은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싯구로 이 보잘것 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1985/5/27/ 유시민

IP : 122.34.xxx.30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요점정리에
    '17.6.11 3:05 PM (110.70.xxx.114) - 삭제된댓글

    박수 ㅎㅎ
    기차에서 빵 안먹겠다고하더니 더달라는 황교익씨도 웃기고 각자 다닐때 유시민이 유희열 떨어뜨리고 혼자 간다고 한것도 웃겼어요.
    통영에서 같이 다녀보니 기동력이 떨어지고 뭘 일일이 설명해주는게 본인도 힘들었나봐요ㅎ

  • 2. ㄱㄴㄷ
    '17.6.11 3:53 PM (61.253.xxx.152)

    이분 요약왕~~~

  • 3.
    '17.6.11 4:06 PM (125.177.xxx.62)

    쓸데없는 신변 잡기가 아닌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말들 같아요.
    새롭기도 하고 되새기기도 하고 자극을 받아 나도 책을 이것저것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도 하구요.

  • 4. ....
    '17.6.11 4:09 PM (59.15.xxx.86)

    좀 있으면 재방하는데 보려고 예약해 놨거든요.
    이 글 읽으니...안봐도 비디오네요.
    유시민 만큼 영특하신 분임...ㅎㅎ

  • 5. 아쿠아
    '17.6.11 4:25 PM (175.117.xxx.30) - 삭제된댓글

    댓글 별로 없어서 재밌다 뭐 이런 단순 후기인거 같아 클릭안하려했는데..
    대단해요~ 엄지척입니다~^^
    정리 정말 잘하시네요..

  • 6. 훌륭~합니다
    '17.6.11 5:01 PM (218.50.xxx.219)

    안 봤는데 딱 본 느낌
    님 대단~
    땡큐~

  • 7. 원글님, 무슨 일 하세요?
    '17.6.11 5:25 PM (165.225.xxx.69)

    요약 엄청 잘하시네요. 그 능력 배우고 싶고, 원글님 같은 분과 일하고 싶습니다.

  • 8. ㅎㅎㅎ
    '17.6.11 5:38 PM (14.39.xxx.232)

    우와 요약 여왕이십니다.

  • 9. ,,
    '17.6.11 6:14 PM (182.221.xxx.31)

    님 좀 짱인듯요~~ㅎ

  • 10. 좋아요
    '17.6.11 7:36 PM (178.190.xxx.112)

    겸둥맘님 이니실록처럼 님도 요약본 써주시면 안될까요?

  • 11. 원글
    '17.6.11 8:24 PM (122.34.xxx.30)

    ㄴ 그런분들 같은 소명의식은 없고요~ (일개 예능프로에 불과하잖아요. ㅎ)
    그래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 한, 간만에 접하는 품격있는 수다라 매회 감상기를 기록해보려고 해요.

  • 12. 원글
    '17.6.11 8:24 PM (122.34.xxx.30)

    1회 감상기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359793

  • 13.
    '17.6.11 10:54 PM (219.240.xxx.31) - 삭제된댓글

    원글님 능력이 대단 하시네요
    원글님은 태어날때부터 원래 좋은 두뇌를 갖고 태어나신거겠죠?

    왜냐하면요 저도 이거 봤는데 하나도 생각이 안나고 이 글을읽으면서 생각이 나는거예요
    진정 치매검사를 받아봐야 될거 같긴 한데 치매가 걸렸다 하더라도 치료약도 없다고 하니 참...

  • 14. 우리나라
    '17.6.12 7:14 AM (110.70.xxx.185) - 삭제된댓글

    단편 중에도 똥을 주제로 하는 것 있어요.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실에서 연구한다는 내용
    근현대 중단편 소설 많이 읽던때가 있었어요.

  • 15. 버드나무
    '18.1.9 6:29 PM (182.221.xxx.247) - 삭제된댓글

    알뜰신잡 2회

  • 16. 버드나무
    '18.1.9 6:31 PM (182.221.xxx.247)

    알뜰신잡 2회 순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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