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내용은 제가 지워서 현재 확인은 안되네요.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047234
너무 답답한 마음에 올렸던 글에 정성스레 달아주신 댓글들로 너무 감사했습니다.
프린트해서 밑줄 그어가며 매일 반복해서 읽었었고요.
1. 결혼 초반 요약(솔직히 써도 될까 싶었는데 적다보니 솔직해지네요.)
제 남편은 장남이지만 대접하나 못받는 장남이어서 저는 보증금 500 월세로 시작했어요.
제 결혼 당시에 친정도 어려웠고.. 아이 갖고 임신해서 들어가는 며느리가 맘에 안드나...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친정에 잠시 갔는데 시어머니가 친정에 전화해서 엄마가 전화를 받으셨는데 저 바꾸라고 해서 다시는 친정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결혼은 반대하지 않던 시부모님이었기에... 제가 조심스레 저희 부부의사를 존중해달라고 했더니
예전 같으면 물에 빠져 죽었을거 결혼시켜줬더니 넌 뭐 그렇게 바라는 것이 많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아이 낳기까지 별거를 8개월했고, 아이 태어나고 남편이 좀 책임감도 느끼는 것 같아서 다시 잘 해보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친정부모님께서 아이 키우실 각오하시는 것이 너무 마음아프고 죄송하기도 했고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댁이 아니었는데 제가 맘에 안들어서 제 남편, 아이까지 세트로 고생하나보다 생각이 들어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공부하고 돈벌고 아이키우고, 제사도 다 챙기고, 연례 행사 챙기고(시어머니 외가쪽 장례식, 결혼식, 입원했다는 병문안... 초반에 끌고다니시는 것도 다 군말없이 다녔어요), 어르신 편찮으시면 없는 살림에 100만원씩이라도 꼬박꼬박 드렸고...(보험회사로부터 돈 받고 저희한테도 돈 받아서 이중으로 받는다고 좋아하심)
2. 직장생활과 공부
그 사이에 전세자금대출받아 빚갚아가며 직장다니며 돈 모아서 공부해서
로스쿨 진학하고 변호사 면허증도 취득한거에요(주말마다 리트시험공부하고 직장은 2월 말까지 다니고 3월 입학한거라 저는 정말 쉰적이 없고.. 공부도 육아도 살림도 직장생활도 다 병행함).
내가 미쳤지하며 왜 이리 고생하며 사나 후회하기도 했지만 맘 추스리고는 했죠.
(지금도 몸무게 40킬로 겨우 넘어요. 젊은날부터 너무 고생을 많이해서인지 겉은 멀쩡한데 몸은 만신창이... 실비보험 가입도 못하는 조건이어서 몇년 더 기다려야 가입된다고 하더군요.)
친정아버지는 완전 옛날 선비스타일이라 그래도 사람도리를 해야한다고 가르치셨고...
전 그 영향을 그대로 받은 딸이었기도 했습니다.
3. 장남인 제 남편과 시동생 관계
워낙 좋은 시부모님 코스프레는 하면서도 결정적일 때 그 분들 본심을 보아왔기에..
맘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결혼 초, 남편이 전제자금대출 받을 때 시부모님을 찾아가서 얘기해보자고 하더라구요(저는 반대).
누가 먼저 이사가자고 했냐.. 너 앉아봐라.
시동생이 서울에 월세사는게 맘이 안타까워 친구랑 전세 얻는다는거 보태줘야 한다며...
저보고 그냥 원룸 월세살으라고(제 아이는 그때 돌정도 였어요...) 시어머니 딱 자르시더라고요.
집에 가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이후에도 시동생 전세금 올려줘야 한다..
시동생이랑 결혼할 여자친구의 아버님이 돈이 잘 안돌아서 이번에 그분이 지었다는 빌라 1층에 전세로 들어가겠다는 시동생 요청도 들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전 알고 있었어요. 시동생이 결혼할때는 완전 다르겠구나..
역시나 시동생이 시부모님 지원받아 서울에 아파트 전세 얻어 시작하는 걸 보면서(저는 지방에 삽니다)...
남편이 시부모님께 뭐라고 하더라구요(정말 그럴줄 몰랐나봐요. 저는 알고 있었는데...)
시동생이 나보고 형처럼 살라는 거냐고 소리칠때, 저는 어린 저 딸아이 데리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어머님이 저 못들어가게 불러앉혀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해서...
두분 재산 맘대로 하시라고 했습니다.
4. 작년 일과 그 이후 후기
제 남편에 대해서는 측은지심을 갖고 있었어요(제 친정어머니는 시부모님의 친자식이 아닐거라고 생각하실 정도에요.)
하지만 작년에 저에게 대하는 남편 태도를 보고 ...(그 일 말고도 더 있었겠죠..)...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시집살이는 남편이 시키는거다.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여기서 얻은 충고를 하나하나 새겼고요.
제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전 제 일에 집중하기로 했고(노력하는 만큼 배신하지 않는 것은.. 공부와 일인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남편에게도 전달, 우연히 연락을 보냈던 동서에게도 전달했습니다.
시부모님께 직접 전달한 적은 없는데... 이후에 연락이 없네요.
저를 찾아와서 난리치거나.. 이런 저런 시도를 할 것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저랑 이혼할 생각이 없다며 몇 달을 노력하고 설득했고...
솔직히 인생 선배님 충고로 남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해서 살고는 있습니다만..
지금도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언젠가 찾아오면... 그분들이..
아들 좀 설득해달라고.. 이혼.. 반품할테니 받아달라고 하려고 합니다.
그러고나니 제 일에 매진하는 것은 훨씬 쉬워지더라구요.
그래서 제 일도 많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요즘은 너무 바빠요. 피곤해죽겠는데 토요일 아침에도 눈은 떠지네요.).
제 딸은 그간 엄마를 보면 답답했다며...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줍니다.
시부모님을 제 딸아이도 이제 보러가지 않아서(저는 가도 된다고 해요.. 그런데 안가네요..)
남편은 제가 세뇌시켰다고도 하는데...
저는 딸아이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를 빼앗고 싶지는 않아서 노력해왔던 것도 컸거든요.
그런데 딸이 그간 자기가 보고 느낀 것을 솔직히 말하는 것을 보면서 전 조금 충격받았어요.
제 딸을 위해서라도 더 당당히 살아가는 여성이 되려 합니다.
고생 많이 했고, 앞으로도 계속 고생하며 일하고 살아갈 것 같아 억울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살아가려 합니다. 잠시 쪼그려 앉아 쉬기도 하고.. 눈물도 흘려가며..
여자의 삶으로서 솔직히 내세울 것이 없고 고생만 한 삶이라서.. 정말 얘기를 안해왔었고..
제 주변의 극소수만 알고 있는 결혼 후 삶입니다.
진심으로 댓글 달아주시고 조언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제 인생의 몇몇 터닝포인트 중 하나가 되어준 82 분들 위하여 글을 남깁니다.
(빚잔치지만 이제 집도 장만했습니다. 지방이어서 가능 .. ~)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