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때는 중학교 진학하면 그때부터 ABC배우기 시작했잖아요.
사교육을 따로 받을 기회도 없었고요.
전 깡시골에 살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게이가 아니었나 싶을만큼
몸짓이나 말투가 여성스러운 영어 선생님이였는데
정말정말 잘 가르쳐주셨거든요.
수업 듣는 자체가 진짜 즐거웠거든요.
그러다 중1 봄 쯤에 미국에서 전학 온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게 그 깡시골에 바로 전학 온...한국말도 어눌했어요)
선생님이 부탁해서 각 반에 데리고 다니며 발음 교정을 해주셨었어요.
그땐 그냥 그 애가 신기하고 재밌어서 옆에 붙어서 열심히 흉내내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나이에 번잡스럽고 귀찮았을텐데 어떻게 각반을 다니면서
그렇게 해줬는지 참으로 고마운 친구더라고요. 같이 시간 내
데리고 다녀 준 선생님도 대단하시고요.
그 영향 덕분인지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발음은 참 좋은 편이거든요.
고등학교때도 영어 선생님이 따로 불러서 애들 영어 관련해서 어찌하면 좋을까
제게 자문을 구하시기도 하셨어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 보단 더 어릴 때인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니 5~7살 사이 기억인데
저희 동네에 희한한 집이 있었어요. 집 생긴것도 다르고 어린 제 눈엔
너무나 으리으리한 집이었는데 동네 사람들 얘기하는 거 옆에서 들은 기억으론
어느 외국 사람 부잣집 별장이다 그런 얘길 들었던 거 같아요.
그집은 사람이 사는 느낌도 없고 문이 굳게 닫혀있곤 했는데
초겨울인가 어느 해 쌀쌀한 날 붉은 머리 한
(외국인을 그때 처음 봐서 너무 신기했어요)
10대 중 후반 소녀 두 명이 벼 수확 끝난 논에서
둘이서 막 뛰어다나며 깔깔대고 웃더라고요.
( 그 이후로도 한 번 더 봤으니 방학때라 들어왔던 듯)
울 동네 엄청 이쁜 젊은 아줌마가 있었는데
그 여자애들 두 명을 불러서 뭐라뭐라 얘길 하고 있는데
순간 아줌마 뒤로 후광이 비추는 느낌이었어요.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나는데 포대기에 아기 업고 있는
그 아줌마가 너무 멋져보이더라고요.
아마 어느 나라에서 왔냐....몇 살이냐 그런 얘기였을 거 같은데 저도 모르게
나도 아줌마처럼 저렇게 외국어를 잘하고 싶단 생각에
그 날 밤은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