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비가 거세게 퍼붓지않지만
예전에는 폭우처럼 쏟아졌잖아요.
이런 초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이면 느닷없이 내리는 거센 빗줄기에
머리도 옷도 다 젖고 안경은 김에 서려 하얗고,
언젠가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거든요.
롯*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길에
소나기가 내리는데 내려꽃히는 빗줄기가 너무 거세서 목덜미가 다 아픈데
하필이면 빨간불로 멈춘 횡단보도앞에서 언제나 초록불로 바뀌나 기다렸던 적이 있었어요.
지나가던 자동차들속의 모든 눈길이 전부 저에게 집중되고,
드디어 초록불로 바뀔때의 그 찰나가 그리도 긴 영겁이었던지 그때 깨달았어요.
집에 와보니 이미 제 모습은 비에 젖은 생쥐꼴이더라구요.
그런데 드라마속의 등장인물들은
어쩌면 그리도 빗속을 걸어오면서도 어쩌면 그리도 수려한걸까요.
오히려 빗방울을 머금은 한떨기 꽃처럼 순수하고 곱기까지.
심지어는 눈썹위의 빗방울까지도 날렵한 콧날까지도
화면밖의 시청자인 저를 심쿵!하게 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