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오 구성원께, 일독을 권유합니다.
오늘 '김어준의 생각'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근 진보매체들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뜯어보면 의도 없는 실수도 있고, 아주 억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현상은 사실관계를 소상히 밝히는 정도로는 정리되지가 않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의 서거에 진보매체가 조력자 역할 했고 지지자들은 방조자였다는 트라우마가 그 바탕이라고도 하고 그 외에 많은 분석들 있습니다. 그런 면들 있을 겁니다.
저는 좀 다른 측면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 진보매체는 독재와 군사 정권에 부역하던 어용언론 비판하며 탄생했습니다.
당시는 부당한 정권을 견제하는 것만으로 기자의 안위가 위협받는 시대였고 정권에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한 기자 정신의 구현이었습니다. 우리 진보매체의 직업 윤리와 소명 의식은 바로 그 시절에 뿌리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김대중, 노무현 정권 하에서는 정권 비판이 더 이상 비장한 각오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니라 가장 쉬운 일이 되었고, 진보매체는 여전히 같은 직업 윤리로 그 10년을 보냈습니다. 그 후 보수정권 10년을 겪고 이제 다시 진보적인 정권을 맞이 했습니다.
이제 이런 질문을 할 때가 된 거 같습니다. 진보매체가 진보정권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견제 밖에 없는 것인가. 견제와 협력의 관계를 동시에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인가.
오바마를 공개지지한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어용이란 소리 듣지 않으며 기자 윤리를 유지하는 것인가
완전히 새로운, 다중의 시대에 걸맞는 기자 정신은 어떻게 재정립돼야 하는가. 어제 옳았던 직업 윤리는 오늘도 반드시 옳은가.
앞으로 뉴스공장은 이 문제, 지속적으로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