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제가 뭔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겨울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바쁘게 살은 나날같아요.
이게 다 야당탓인듯요.
예전처럼 드라마보고 리뷰써서
자유게시판에 올리고 싶고,
쌈마이웨이라는 드라마가 좋다는 영업도 들어오고 해서
마음 가다듬고 볼라고 했드니
내가 도대체 뭐라고
국방부장관과 전 안보실장의 보고 누락에
폭풍써치 해가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이게 다 야당탓 맞고요.
그래도, 갈 곳없는 사람
오랜만에 읽은 책 리뷰 하나 올립니다.
책 한권 읽고 입이 간질간질하고
게시판을 헤매는 사람
누굽니꽈아아아
(이건 좀 지난듯 ^^::)
............................................................
한강의 글을 읽으면
아프더군요.
그것이 시였든.. 소설이었든..
문장과 문장 사이에 눈물샘을 파고
흐르는 눈물이 아니라
고이는 눈물을 만들어
가슴을 저릿저릿하게 해요.
타인의 아픔을
저리 잘 묘사할 수 있다는 건
작가급이 아니라,
무당급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책에서인가
한강 본인의 말로 그녀의 글에서 무당삘이 난다는
평론가를 언급한 부분이 있어 공감했어요
세 파트로 이루어진 채식주의자에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몽고반점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합니다.
몽고반점의 앞뒤에 붙은 채식주의자와 나무 불꽃은
산 입구에서 보는 친절한 지도이고
몽고반점 파트의 해설 본인 거 같고...
생활 속에서 직접 겪었든,
신문방송에서 내레이션으로 흘려 들었든,
곳곳에 산재된 강요된 폭력이
한 인간에게 축적된 상처로 남고,
임계점에 이르면
그 무엇으로든 ..
결국 그 상처를 표현함으로써 저항을 시작하게 되는 데
여기서는 그 저항이 채식주의였고요.
한강 작가의 무당 끼는
그 상처를 표현하고 반응하는 극 중 인물 하나하나에 빙의하는듯 해요.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한강 <서시> 중에서
그래서 그녀의 글은 몇 번이나
호흡을 멈추고, 다시 쉬고..
그러면서 읽게 됩니다.
한강의 글을 보면
작가가 부럽지 않아요.
익숙해져 버려 이젠 무뎌진 일상다반사인 폭력을
길들여지기 전에 그 생생한 느낌으로 응시하고,
그걸 저리 한 올 한 올 뽑아 올려,
인물을 만들고,
옷을 입히고,
저항하게 하니,
그녀의 삶은 그녀의 말대로
세상처럼 아름답고 잔인할 거 같아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