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백조시절에 82쿡 가입하고 회원님들의 글을 보며 새롭고도 냉혹한 현실세계에 눈떳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여러모로 고민 글 올리고 도움을 받으면서 랜선 채찍질로 성장하고...
한동안 잊고 살다가 이젠 나름 번듯한 직장도 구하고 살도 그때보다는 빠지고 이제 나름 사람구실 하고있는
어느덧 36 된 미혼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연애경험을 통해 뼈져리게 느낀것은
내 감정 스스로 통제하기가 도 닦기보다 힘든일이며
연애도 미리미리 차근차근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에게 수월하고 삶의 엔돌핀이 된다는 것입니다.
(구차하지만 제 유년시절 배경을 미리 설명하자면
유치원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초2때 어머니의 재혼으로 중학교때까지 계부와 함께 살았습니다.
계부는 악한 사람은 아니나 아버지 구실을 하기에 여러모로 부족했었고 경제력이 현저하게 낮았었고
제 어린나이에도 한심하게 느껴진적 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계부와의 이혼후 지금까지 혼자 억척스레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스쳐간 인연을 살펴보면
저에게 호감을 표현한 사람들은 어찌그리 약해보이고 한심해보이고 어린아이 같은 점만 저에게 부각되어
있던지 같이 식사를 하거나 산책 하며 나눈 이야기들 집에 와 곱씹어보면 참... 뭐라 표현할수 없는 답답함에 기분이
묘했고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3번의 마지노선을 끝으로 제가 다 이별를 고했습니다.
그 답답함이란것이(복합적으로 예를 들어)
식습관...커피는 못마시고 육류는 냄새때문에 소고기만 먹는다 던지..
취미...일이 많이 고되서 사실 퇴근후나 주말에 딱히 이렇다할 취미생활은 없다,
연애... 연애를 많이 해보지 못했다, 안한지 오래되었다,
정치관... 거의가 다 관심이 없거나 내 의견에 그저 맞장구 치는 리액션 정도,
가치관...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보거나 고생을 해보지 않아보임,
외형... 신기하리만치 모두가 키가 170 에서 60대 후반이었고 얼굴은 에스트로겐 유형이 많음.
성격...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한 허새(다 느껴짐ㅠ), 진심 소통을 원하는 대화가 아닌 그저 맞춰준다는 느낌.
그런 와중 먼 지인분의 설득으로 작년 35에 9살 많은 대기업 생산직 팀장 직급의 남자분을 소개받아 소개팅을 했어요.
전 결혼에 기본베이스가 회의적이고 나이차로 인해 크게 기대없이 그저 어떤 사람인지 만나나 보자란 마음으로 나간자리였는데
제 예상과 달리 그 분이 더 결혼과 아이에 회의적인 기대없는 모습 그리고 반려견을 키웠던 공통점, 종교적 공통점...
무엇보다 저에게 심하게 잘보이려 한다거나 맞춰주는 모습이 아닌 덤덤하고 시크한 반응.
등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훅 가고말았네요.ㅠㅠㅠㅠ
그래서 3번 만남까지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정말 감정의 휘모리 장단을 추면서 자존심이 바닥까지 떨어지고
(먼저 전화하기, 한밤에 음성메세지 남기기, 장문의 카톡 보내기, 원망 부담주는 소리하기 등등)
결국 친구의 간곡한 조언으로 현타와서 다 내려놓고 그 모든 관심과 연락을 끊으니 그렇게 자연스레 상대도 깜깜 무소식인 허무하고 자책만 가득했던 저의 흑역사...
(더 자세히 쓰고 싶지만 퇴근시간이 가까이 와서 양해해 주세요...)
그 사람 덕택에 깨달았어요.
제가 남자보는 눈이 얼마나 위태롭고 모순되어 있는지를요.
전 그때 9살의 나이차 따위는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멋지고 나를 긴장시키고 존경할 점이 있는 남자라면 저의 전부를 걸어도 되겠다 생각했네요....;;;
하지만 실은 지독한 회피애착이고 이성자체와의 대화가 서툴기 그지없고 개인주의자 성향으로 똘똘뭉친 결혼은 물론이고 연애에도 적합하지 않은 한 불쌍한 나이많은 남자였는데 말이예요....
하.....
끝을 흐지부지 맺게되어 죄송합니다.
문제는 제가 지금도 언제든 빠져들게 되는 상대의 성격을 곰곰히 되짚어 보니
절대 상대 남자가 한심하게 보이면 안되며,
어느 한 부분이라도 존경할 점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저에게 잘보이기 위한 노력, 허세가 없어야 된다는 거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