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저처럼 이런 경험 있으신분 계세요?
추석이 얼마남지 않던 가을날,
오전 열시를 갓 넘긴 부엌한켠에서 접시를 정리하고 행주를 빨아 걸쳐놓으면서
예전일을 생각하다가 혼자 말을 했어요.
"사람이 그러면 안되는거지."
그랬더니, 제 귓가로 차가우면서도 다정한 목소리의 가느다란 여자 목소리로
"그래, 맞아."
훅!하고 분명히 들렸어요.
움찔 놀라서 등뒤에 누군지 뒤를 돌아보니 제 뒤엔 아무도 없고 부엌창문을 통해 들어온 가을 햇볕이
식탁이 놓인 벽에 잔잔히 흔들리고 있을뿐.
입을 벌리고 그자리에 서있으니까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6학년 딸이 왜 그러냐고 물어서
혹시 내 뒤에 와서 말하고갔냐니깐 그런적없다고 해서 더 소름끼쳤어요.
그후로도 가끔 생각나요.
차갑고 다정한 목소리.
혼잣말 잘 안하는데 , 그 날 한산모시결처럼 햇빛도 바람도 좋던 그 날부터 제게 답변해주던 그 목소리는
누구였을까, 한편으론 무서우면서도 아무일없이 지나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