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 나이 40 후반이고 30년 정도 친한 친구가 있어요.
둘 다 평범하게 사는 아줌마들이고요. 사는 지역이 좀 떨어져 있어 자주는 못 만나도 통화는 자주하고
비밀?도 꽤 오픈하는 사이예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이상하게 여러 친구들 중 유독 이 친구에게만 서운함이 쌓여갔는데 친하게 지내온 세월도 있고
이 친구도 내게 뭔가 서운한게 있겠지... 하고 묻고 친하게 지내왔어요.
그러다 몇 년 전 한계를 느끼고 제가 연락을 좀 뜸하게 했을 즈음 이 친구가 암에 걸렸어요. 말기는 아니었지만 초기도 아닌 진행이 어느정도 된 상태였어요. 저는 어찌나 놀랐던지 눈물도 나고 처음 며칠은 생활에 약간 방해를 받을 정도로
충격이 컸어요.
제 딴에는 잘 해줬어요. 2시간 정도 걸리는 그 친구가 사는 도시까지 가서 두 번 병원도 따라가주고, 수술하고 입원했을
때는 제가 직접 반찬 해가서 병실에 두고 먹게 해주고, 간병인 아주머니 간식 사드리고, 퇴원하고는 그 친구 집 근처까지 가서 고생했다고 밥 사주고, 김치 담가 갖다주고, 검진하러 병원가는 날에는 밥하지 말고 아이들 사먹이라고 피자
기프트콘도 보내주고 그랬어요.
20년 동안 지금 제가 사는 곳에 한 번도 안 왔던 그 친구가 (심지어는 이 곳으로 가족여행을 왔을 때도 전화만 했었음) 퇴원하고 답답하다며 왔는데 그 때도 제가 당연히 밥 샀고요.
그 친구에게 서운한 마음이 커서 좀 멀어져야겠다라고 생각했을 때 그 친구가 암에 걸렸었는데 그 때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혹 그 친구가 죽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부터 오래 친하게 지내와서 서로 잘 안맞는 친 자매같은 관계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 친구는 자매도 없고, 저 말고는 아무에게도 암에 걸렸다는 말을 안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물론 부모님께도 말씀
안 드렸고, 아는 사람은 그 친구의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저 밖에는 없어서 제가 더 신경을 써던 것 같아요.
이제 그 친구가 암수술 한지 2년이 넘었는데 그 친구는 제게 커피 한 잔 산 적도 없고, 다른 친구 두 명과 같이
생일에 보고는 했는데 다른 친구가 일이 생겨 제 생일에 못 만나니 이 친구도 아무 액션이 없네요.
저는 그냥 커피 기프트콘 같은 거 두 잔 정도 보내주면 서운함이 전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드는 이런 서운함 유치한 걸까요?
뭐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가 예전에 다른 어떤 친구 생일날 만원 조금 넘는 밥 사줬는데 그 친구가
이번 제 생일에 5만원짜리 기프트카드를 보냈더라고요. 그 선물을 받고 나니 이 친구에게 서운함이 확 밀려오는데
제가 좀 마음이 좁은 것 같기도 해서 여기에 한번 물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