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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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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걱정되는데 결혼하고 싶으신 남자분들

.. 조회수 : 2,437
작성일 : 2017-05-28 16:56:29
바로 얼마전에 올라온 글 보고 적는 건데, 전 82에 젊은 남자분들이 있는지 몰랐어요. 
그 글 쓰신 분이나, 혹 비슷한 상황이신 분들 보시라고 적어요.

결혼 4년차고, 제 남편 조건 객관적으로 좋지 않아요. 모아둔 돈 약간과는 별개로 학자금 갖고 있는 상태였고, 시댁에서 받은 것 일절 없어요. 연봉은... 뭐 길게 봐서 서로 비슷비슷하다고 해 두겠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거든요. 
시댁에서 받을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친정에서도 아무것도 받지 않았어요. 대신 양가 부모님 노후는 저희랑 상관 없는 일이다 못 박았구요. 

제가 어쩌면 더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단 당시에 어렸고 (26에 결혼) 평범 무난한 환경에서 공부 잘 했던 참한 여자였습니다. ㅎㅎ
친정 부모님이 크게 내색은 안 하셨지만 저 아까워하셨고, 친구들도 자세한 사정 알았으면 말릴 만한 결혼이었어요. 몰랐으니 별 말 안했지만 ㅎㅎ 
저야말로 82에 올렸으면 갖은 등신소리 들어도 할 말 없는 결혼을 했는데 개인적으론 불만 없이 살고 있거든요. 
남편 하나 보고 그러는 거에요. 

성역할에 있어선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거의 없는 사람이에요. 
결혼 전이나 후나 집안일을 사실상 도맡아 해요. 저도 한다고 하는데 성격상 남편이 저보다 깔끔 꼼꼼하고 손이 빨라서 같이 해도 그렇게 됩니다. 제가 여자라, 아내라 뭘 해 줘야 한다는 그런 느낌조차 제가 받은 적이 없어요. 돈을 제가 더 벌어도 자격지심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 않구요, 제가 수입이 없었을 때도 똑같았어요. 

시댁 일도 마찬가지예요. 명절때 한 번 선물 들고 찾아뵙는 것 외에는 제가 며느리 노릇 하는 게 따로 없어요. 전화도 남편이 다 드리고 (저희는 각자 부모님께만 마음으로 신경쓰자고 합의했습니다) 연중에 따로 뵙게 되어도 저희가 초대를 받는 거지 저희가 모시는 일은 없어요. 시부모님 두 분 다 블루칼라로 평생 일하셨고 지금도 일하시는데,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에요. 특히 어머니 쪽이. 그래도 시어머니 어깨 수술 받으셨을 때 모든 수발 당신들께서 직접 해결하셨어요. 
처음 뵀을 때부터 알았거든요. 집이 넉넉하진 않아도 부모자식간에 서로 바라는 거 없고 염치 차리는 집이라는 거. 성인인 자식하고 부모 사이에 정말 적당한 거리감이 있더라구요. 저희 친정이랑 너무 달라서 처음엔 좀 충격이었는데 지금은 더 바랄 나위 없죠. 
가끔 저희 형님이 일을 벌이려 하셔도 제가 알기도 전에 남편이 끊어내요. 자기 가족들이 어떤 이유든 방식이든 저 귀찮게 할 권리 없다고. 
사실 전 가족이니까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도울 생각은 있어요. 하지만 그걸 당연시하는 문화가 이 집에 없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결혼생활은 마음 잘 맞는 친구랑 인생을 같이 꾸려나가는 거였어요.
열심히 일해서 돈 모으고, 아이도 낳아 키우고, 
그 와중에 소소한 즐거움을 같이 나누는 사이요. 
대단한 호강은 팔자에 없는 듯하고 저도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억울한 일은 없어야죠. 
갑자기 결혼해서 아내가 됐다고, 그 집 며느리가 됐다고 전에 없던 의무, 정체성에 인생이 고단해지는 걸 바라지 않았어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결혼이 제 인생에 끼친 영향이 그냥 좋기만 해요.
엄마가 되면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런 결혼 괜찮으시면, 당장 눈에 보이는 조건 좀 아쉬워도 같이 열심히 살아보겠다 할 여자들 많을 겁니다.
IP : 212.10.xxx.106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나
    '17.5.28 5:34 PM (125.177.xxx.163)

    공감!!!!!

  • 2. ㅋㅋ
    '17.5.28 5:51 PM (223.62.xxx.34) - 삭제된댓글

    그런남자들이 결혼 못하겠어요?
    자기 주제도 안되면서 여자 조건 따지는 사람들이 문제인거죠
    님 시부모도 경제적 능력만 없지 기본은 된 사람인듯

  • 3. . .
    '17.5.28 5:57 PM (221.145.xxx.99)

    맞아요. 동감이에요

  • 4. dma
    '17.5.28 5:59 PM (111.171.xxx.29)

    4년땐 아직 그래도 시부모님이 건강하신 몰라요.
    좀더 살아보세요.

  • 5.
    '17.5.28 7:01 PM (59.10.xxx.9) - 삭제된댓글

    뭐 여자들이 자기 조건 상관없이 남자 경제력, 집안이 엄청 좋기를 바라겠어요?
    젊은 여자들을 너무 속물적으로 보시는듯...
    비슷한 집안에 직업 있고 가부장적이지 않고 시댁 인품 제대로 되고 간섭 적은 남자
    이런 것도 다 행복한 결혼을 위한 큰 조건이고 님 남편 같은 남자 만나기도 쉽지 않아요.

  • 6.
    '17.5.28 7:02 PM (59.10.xxx.9) - 삭제된댓글

    뭐 여자들이 자기 조건 상관없이 남자 경제력, 집안이 엄청 좋기를 바라겠어요?
    젊은 여자들을 너무 속물적으로 보시는듯...
    비슷한 집안에 직업 있고 가부장적이지 않고 부모님 인품 제대로 되고 시댁 간섭 적은 남자
    이런 것도 다 행복한 결혼을 위한 큰 조건이고 님 남편 같은 남자 만나기도 쉽지 않아요.

  • 7.
    '17.5.28 7:49 PM (180.65.xxx.11) - 삭제된댓글

    정말 공감되는 글임니다.

  • 8.
    '17.5.28 7:50 PM (180.65.xxx.11)

    여자로서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 9. 조건이라..
    '17.5.28 7:55 PM (85.6.xxx.169)

    여자가 조건을 보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시는 분이네요. 님 남편이랑 시댁은 유니콘같은 존재이구요. 저런 남자 거의 없어요.
    님도 그거 아니까 조건 별로라도 결혼 해놓고는 ㅋ
    보통은 주어진 조건과 관계없이 갑질을 해대고 여자를 괴롭혀서 조건이라도 보는 거임. 어차피 평생 을로 살아야 하는데 돈이라도 있으면 덜 억울하니까. 맞벌이에 독박으로 육아 가사하면서 시댁 제사까지 차려내라고 갑질해대면 조건이라도 좋아야 이혼 안하고 살지 않겠어요?

  • 10. 글쓴이
    '17.5.28 8:44 PM (212.10.xxx.106)

    저희 남편이나 시댁이 좋은 쪽으로 흔치 않은 케이스인 건 저도 알아요. 시댁은 결혼을 결심한 이유라기보다는 결심을 막을 정도는 아니었던... 윗분 말씀대로 나중에 더 나이드시면 원치 않으셔도 저희한테 부담을 주실 수도 있겠죠. 그래도 남편이 저한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을 테고 저희 부모님 앞일도 모르는 거라. 이건 그냥 각오만 할 뿐이고요.

    남자분들한테 드리는 말씀입니다. 본문을 바꿔 말하면 저 정도로 하실 수 없으면 좋지 않은 조건으론 결혼 힘드실 거란 얘기도 되겠죠... 제 또래가 지금 적령기인데 조건이야 다들 고만고만하니 남녀 불문 남자가 집 못 해 온다고 그걸 엄청난 결격사유로 생각하지도 않아요. 다만 결혼생활에 대한 기대는 남녀 차이가 좀 있더라고요. 그 부분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 11. ..,
    '17.5.29 3:16 AM (14.46.xxx.5) - 삭제된댓글

    맞아요 유니콘 같아요 흔치않은거는 잘아시네요
    볼거없는 조건일수록 더욱더 시댁이 여자를 괴롭히던데요 자격지심 때문인가
    근데 남자만 중심잡는다고 될문제도 아닌거같아요
    교묘하게 며느리 못살게구는 시댁도 많고
    아들들은 또 자기 눈앞에서 엄마가 아내 머리채잡는거 두눈으로 보지않는 이상
    자기엄마가 잘해주는 좋은 시어머니라고 착각을 많이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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