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에 대한 글을 읽고 댓글을 쓰려다가 따로 이렇게 한 꼭지로 글을 올립니다.
저는 지금 캐나다 대학에서 어학연수 후 1년짜리 과정 듣고, 곧 한국으로 들어가는 아줌마인데요. 많은 분들이 대학 입학 시험에 대해서만 말씀들 하셔서, 약간 확장해서 대학교육에 대해서도 고민하셨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몇자 적어요.
저는 한 20년 전 지방대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전공에 관련해서 일 해본 적 없고, 사실 대학 나온 걸 후회한 적이 많았어요. 왜냐면 제가 좋아서 한 공부가 아니어서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영어를 잘 하고 싶어서 캐나다에 왔고 (전 아이가 하나여서 남편의 적극지원 하에 왔어요) 2년을 지냈어요.
결론은 저는 여기 소위 칼리지라고 하는 곳에서 2년 있었는데요. 제 머리털 나고 공부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은 거 처음이었어요. 어떤 분은 영어만 좀 하면 공부 수월하다고 하시는데 제 경우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날들어었어요. 여기는 학기내내 한눈 팔게 학생을 놔두지 않더군요. 그게 뭔 소린고 하니 점수를 퍼센트로 다 쪼개서 5%짜리 숙제부터 25%짜리 시험까지 매주 뭔가를 제출하고 점수를 받으니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어요. 그래도, 어느 날 하루 시험이나 숙제를 망치거나 제출하지 않아서 0점을 받는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교수가 제안을 해요. 기회를 다시 줄테니 하겠냐고.. 대신 규칙에 의해 자동 삭감되는 점수가 있지만 그래도 기회를 주는게 어딘가요. 그럼 또 다시 달리는 거죠..
주변에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간 분 말씀으로, 캐나다 대학은 입학은 어느 정도 고등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면 들어갈 수 있는데 4년 안에 졸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입학시 정원이 100명인 과가 졸업할 땐 20명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고....칼리지에서도 학기가 지날 때 마다 몇 몇의 낙오자들이 있어요.
진짜 공부를 대학에서 하는 거죠. 절대 점수로 줄을 세우지 않아요. 심지어 취업할 때 성적 적는 란이 없어요. 저는 여기서 공부 하면서 우리나라 대학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단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써요. 교수가 전 학기 교육과정을 학교 시스템에 올리고 매주 공부한 내용을 다시 올려요. 그래서 예습과 복습을 하게 하고, 많은 수업이 발표수업에 팀작업이라 내내 공부에 매달리게 만들어요. 이런 와중에도 통과기준이 낮아서 학습력이 부족한 학생의 경우 그저 성실히만 임해도 낙제할 일이 없어요. 제 경우, 대학교 졸업자들이 듣는 1년짜리 자격과정을 이수했는데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진짜 고생했거든요. 하지만 제출하라는 거 최선을 대해 내고, 출석 열심히 하고, 팀작업하는데 말 몇마디 못해도 끼어 했더니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물론 좋은 성적은 아니고요.
또 하나, 여기 칼리지 다니는 아이들 중에 내놓으라는 대학으로 재진학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는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우수하면 칼리지에서 이수한 학점을 인정받고 하고 싶은 공부를 상위 대학에 가서 더 할 수 있게 하더군요. 한번의 시험으로 대학공부의 기회를 정하는 게 아니고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대학교육을 받게 한다고 볼 수있어요.
그럼.. 대학교는 어떠냐... 일단 입학생이 큰 돈 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되도록 많이 받아요. 잃을 게 없는 거래죠. 그리고 낙오한 사람들이 다시 재기하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역시 돈이죠.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재정 상의 이유로 터무니없는 학비를 받으면서 낮은 수업을 제공하고 있어요. 제가 다니던 대학만 해도 정말 지금 생각해도 욕 나올 정도로 교수들이 형편없었죠. 오죽하면 철밥통이라고 할까요. 전 입시 제도 개혁도 중요하지만 대학교육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구조조정이 필요해요. 현재 대졸인구 비율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가 높아졌지만 직업과 연계되어 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전 이것이 우리 교육계에 가장 큰 낭비라고 생각해요. 교육열이 높은 한국인에 맞는 다양한 교육기관이 필요해요. 단지 대학 졸업장을 주는 대학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가르쳐 주는 그런 곳이요. 전 영어공부를 계속해서 하고 싶은데 한국가면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대학이나 대학원을 다시 가기엔 학비가 부담이고 학원을 다니려니 뭔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여러분은 대학 교육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학벌로 다시 계층을 만드는 지금의 대학체제 문제가 없나요? 하고 싶은 공부를 다양한 수준에 맞게 제공하는 대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비도 저렴하게...
PS-흠.. 그런데 역시 여기 캐나다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 사정과 같진 않아요. 그래도 좀 널널하죠. 사실, 우리만큼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민족은 없을 거에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사회시스템을 적절히 바꾸면 전 우리나라가 진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멋진 국민들 아닙니까~ 대통령을 갈아 치우는 나라! 요새 여기서 제 어깨가 하늘 높은 모르고 치솟고 있어요. 여기서 살아볼까하는 생각으로 왔는데 지금은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생산적인 토론 글이 많아서 82쿡 게시판 보는 재미도 많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