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분은 아닙니다.
다만.. 조금 눈치가 없으시다는 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어머니 유리한 대로 갖다 붙이시는 사고방식과
원하는 얘기 들으실 때 까지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셔서 참 기운 빠지게 한다는 거 빼고는요.
-결혼준비 과정
남편과 5년 연애했고 신랑이 결혼하고 싶다 했더니 2년있다가 하라고 했다가
아들 눈치보니 안되겠어서 마지 못해 결혼 시키셨어요.
합가 원하셨고 결혼 과정 내내 합가합가.. 원하셨습니다.
힘들게 거절하면 또 물어보시고 물어보시고 했구요.
상견례 자리에서
" 딸 가진 집 한번도 부러운 적 없었다 ."
( 내 아들이 웬만한 딸보다 더 잘하니까..)
" 고향이 경상도라고 해서 반대하려다가 아들이 맘에 든다니 오케이 했다."
( 시부모님 두 분 다 충청도 분이십니다.)
" 서강대라고 해서 머리가 멍.청.할.것 같아서 반대하려다 이 역시 내 아들이 맘에 든다니 오케이합니다."
(남편이 연대 나왔는데요. 그렇다고 제 학벌이 멍청하다 소리 들을만큼 한참 떨어진다 생각하진 않아서요..)
" 며느리 볼 때 우린 집안같은거 하나도 안본다. 요즘 세상에 하나도 필요없는게 사돈 집안 보는 것인 것 같다.
우리는 욕심하나도 없고 며느리 될 사람 학벌이랑 직업만 조금 본다" 말씀하셨어요.
(저희 친정부모님이 두 분 다 교수입니다. 신랑과 저는 같은 직업이구요.)
" 우리 아들은 지금껏 순종하며 한번도 부모님 속상하게 한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불효하네요."
(웃으시며 말씀하시데요.. 불,효, 하는거라구요)
- 결혼 후 2년
결혼하고 나서, 남편 핸드폰으로 하루에 5번은 전화하십니다.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 늘어놓으시고,
마트에서 뭐 사달라. 공과금 내달라.. 핑계삼아 저희 주중에도 퇴근하면 항상 3~4번은 가야했고
주말이며 공휴일,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저희 부부와 모든 걸 함께 하셨어요.
합가만 하지 않았을 뿐 2시간 거리에 사는 저희부부가 1년에 시댁에 방문한 날이 300일 가까이 되더군요.
아들에 대한 집착, 저에 대한 무관심은 항상 세트로 따라다녔고
저희 돈모아야 한다고 임신하지 말라고 항상 주의주셨죠.
근데 돈 문제 보다는 저희 부부의 관심이 멀어지는게 싫으셨던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님이 경제적인 개념이 전혀 없으신 분이라..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전혀 현실 감각 없으셨던 분이거든요.
결혼전부터 신랑 카드로 모든 생활비를 해결을 하셨어요.
지금 두 분다 57세구요. 어머니는 전업 주부셨고 딱히 만나시는 친구분도 없고
성당 다니시는게 유일한 사회활동이세요.
시아버지 퇴직 후 경제활동 안하시고 간간히 이력서는 내러 다니시지만.. 연락은 안오구요.
- 연 끊은 계기
두 분이 경제활동을 안하시니 생활비조로 쌓인 돈이 2억을 넘어가고 있었어요.
제가 이런 상황을 몰랐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결혼 전부터 땅 얘길 하시며
그 땅 팔아 빚 해결해 줄테니, 우리 아들 기죽이지 말고 시부모 무시할 이유 없단 식으로 늘.. 제게 합리화 하셨어요.
(네, 제가 좀 순진했어요. 결혼 후 1년까지는 시어머니 정말 그렇게 해주시겠지.. 싶었으니까요.)
근데 땅값은 점점 떨어지고, 거래조차 안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 땅을 담보 대출잡고, 사시던 아파트를 처분해서
새 아파트를 구입하셨어요. (언젠가일지는 몰라도 저희 부부와 합가할 생각으로 구입하셨데요)
그 과정에서 또 3억의 빚을 진 상태입니다.
당장 생활비 할 현금도 안갖고 계시고, 땅이라고 해봐야 시세가 2~3억뿐인데,
저렇게 큰 일을 저지르셨어요.
이로 인해, 신랑 앞으로 남겨진 빚은 오롯이 저희 부부가 갚기고 마음 정리하고
이쯤 시댁에서 발을 빼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 연 끊고 8개월 경과
명절이 다가오면 죄책감에 마음에 자꾸 걸리고,
시어머니가 나쁜 분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남편은 전화조차 하지 않고, 단호하게 시댁에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전.. 그래도 부모님인데..하는 생각과 우리가 이렇게 까지 했으니
이제 철 좀 드셨겠지.. 싶은 마음도 들고 그러네요..
현재 시댁 생활비는 노총각 아주버님이 대고 있어요.
원래는 장남에게 의지 안하고 장남은 아주 어려워하고 대면대면 하셨는데
저희와 멀어진 이후 전적으로 장남에게 기대고 계시고 눈치보며 사시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착하기만 한 어머니 아들 설득하고 마음 돌리려고 애썼던 시간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흘린 눈물도 많았어요.
하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만큼 그의 부모님을 모른체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한 발 다가서면 아무일 없던 것 처럼 대하시며, 예전과 달라진게 없는 시어머니 모습을 보면
또.. 저는 뒷걸음질 치고 싶네요.
제가.. 못참고 전화를 한 번 드렸거든요.. 어머니에게요..
하지만 저희 어머님은 달라진게 없네요...
어차피 이렇게 자식도리도 못하고 사는데.. 한번씩 마음에 걸리고 스스로 괴로운건..
제가 감당해야 하는 마음의 짐일까요. 아니면.. 제가 체념하고 어머니를 용서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