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주말에 대학동창들과 여행을 다녀오셨어요.
교대 동창들, 그러니까.. 저희 엄마도 초등교사이셨고 엄마 친구분들도 그러셨지요.
저는 .. 네.. 전업맘이에요. 아이 둘 집에서 보고 있어요.
30개월, 4개월짜리 자매, 큰애도 아직 어린이집 보내지 않고 그냥 제가 돌봐요.
엄마가 오후에 저희 집에 잠깐 다니러 오셔서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하시다가,
같이 여행한 친구분들 중에 세분이 당신들 손주들을 봐 주고 계시는데 두고온 애들 걱정을 하시더랍니다.
엄마가 "나는 애 안봐주니 여행을 와도 그 걱정은 좀 덜하네." 하시니, 세분이 이구동성으로.
"걔(그러니까.. 저요)는 집에서 놀잖아!!!" 라고 외치셔서 잠깐 웃으셨답니다. 합창처럼 외치셔서요.
친정엄마는 "아니야, 우리 막내(그러니까.. 역시 저요;;), 고급인력이야. 애들 잘 키우려고 쉬는거지"하셨다네요.
그래요 맞아요. 흔히들 말하는 스팩만 보면 저 고급인력일거에요.
국립대학 내내 전장으로 다니고 졸업전에 공기업 취업해서 재외공관에 파견도 다녀오고 그랬어요.
업무 특성상 국내 돌아와서 본사 근무 원치않으면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라 회사 그만뒀고.
그 뒤로 영어 강사하다가 결혼하고 그쪽에서 나름대로 경력쌓고 계속 공부하다가 큰애 낳으면서 그마저도 그만 뒀지요.
하지만 과거의 제가 어쨌든간에 저는 지금 전업 주부로 남아 애들 집에서 돌보고 있으니,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살림하고 애들 입히고 먹이고 있으니,
엄마 친구분들 말씀대로 저는 정말 집에서 노는 사람밖에 안되는 모양이에요.
큰애 출산 무렵 일을 다 마무리했으니 가정주부만으로 남은게 이제 거의 3년 다 되어가네요.
회사에서 했던 일도, 영어 강사를 했던 일도, 다시 하고자 하면 아마도 자리는 있을거에요.
그냥 그 생각만으로 애들 좀 키워놓고 다시 일하면 되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냈는데요.
오늘은 그냥 허탈하네요. 제가 집에서 애들 키운다고 딱히 잘키우는 엄마도 아닌것 같고..
그 자리에 제가 같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걔는 집에서 놀잖아."
"걔는 집에서 놀잖아."
"걔는 집에서 놀잖아." .. 라고 하시는 그 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아서 그냥 마음이 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