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유시민..

oo 조회수 : 1,659
작성일 : 2017-05-19 09:45:07
(펌) 1. 이러한 정보가 흘러들어간 이후, 휴대폰 없던 시절 연락이 전혀 안되던 전국의 모든 대학의 지도부는 시위를 포기하게 되는데,
-----
5.17 일에 서울 주요 대학에 대대적인 계엄군 검속이 들이닥칩니다. 주요 학생 간부들을 닥치는대로 연행하고 시설을 파괴했습니다.

한홍구 - 유시민 유명한 스토리를 일부 발췌 인용합니다.

그리고 5월14, 15일 가두시위에 이어 유명한 서울역 회군이 있었고, 운명의 5월17일이 왔다.

그날도 나는 무슨 일인지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대낮에는 이화여대에서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의 회의가 경찰의 습격을 당해 참석자 대부분이 연행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학교로는 시시각각 군부대의 이동에 관한 제보가 빗발쳤다. 각 언론사 출입기자들도 오늘 밤 상황 발생이 100% 확실하다고 했다.

밤 10시가 다 되어 학교를 나오다가 유시민군을 만났다. 빨리 나가자는 말에 뜻밖에 그는 자기는 학교에 남겠다고 했다. 어떻게 군인들에게 텅 빈 학교를 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일단 피해야지 무슨 얘기냐는 내 말에 유시민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이 됐던 그날, 학생회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던 나는 그저 민망한 일로 여겼던 반면, 대의원회 의장인 그는 군인들이 의기양양하게 텅 빈 학교에 주둔하는 광경을 그렸던 것이다. 망해가는 나라에서 황현과 같은 선비가 목숨을 끊은들 그게 대세에 무슨 영향이 있겠냐마는,
황현처럼 목숨을 끊는 선비 하나 없었다면 조선의 망국이 얼마나 더 참담했을까? 유시민군을 남겨두고 통금이 다 되어 집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켜니 긴급 뉴스로 비상계엄 전국 확대의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현실에서건 역사에서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을 보게 될 때면, 광주 학살의 전야에 그 넓은 관악캠퍼스의 불 꺼진 학생회관에 홀로 남은 유시민을 떠올렸다. 스물두살 어린 나이의 그는 다가오는 카타필라의 굉음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유시민군을 다시 본 건 두달쯤 흐른 뒤였다. 전두환 일당의 ‘자비’ 덕에 그는 감옥에 가지 않고 군대에 가게 된 것이다. 유시민군은 합동수사단에서 풀려난 지 며칠 만에 입대했는데, 친구 몇몇과 함께 유시민군을 만났다. 합동수사단에서 엄청나게 고생했다는 소문에 걱정했지만, 생각 밖에 그의 표정은 밝았다.

신경림 선생 시처럼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반갑다고 만나자마자 우리는 낄낄댔다. 철이 없어서였는지 위로해줄 말을 찾지 못해서였는지 우리는 유시민군에게 군대 가서 잔뜩 ‘좇뺑이’ 치라고 위악을 부렸고, 유시민군은 “흥, 인생만사 새옹지마야. 니들은 무사히 졸업할 것 같냐”며 지지 않고 응수했다.

하느님이 계엄포고령을 위반한 죄로 계엄군이 된 불쌍한 유시민군의 소원(?)을 들어주셨는지 우리도 그해를 넘기지 못했다. 1980년 12월에 이른바 ‘무림 사건’이 발생했고, 군대 가는 유시민군을 놀렸던 악동들은 줄줄이 감옥과 군대에 가게 되었다. 유시민군은 친구라도 만나고 군대에 갔지만,
우리들은 수사기관에서 그대로 군대에 직행했다. 그래도 억울할 것은 없었다. 친한 친구들은 그때 다 같이 잡혀서 보안사에서 같은 버스 타고 군대에 갔으니까.
IP : 125.176.xxx.3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o
    '17.5.19 9:48 AM (125.176.xxx.32)

    유시민은 22살 그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시민이네요

  • 2. 1234
    '17.5.19 10:02 AM (175.208.xxx.169)

    그때당시 김대중대통령 사형언도 받고
    광주에서 ,김대중 석방 시키라는 데모가 한창일 때네요.
    이런거 생각하면 전두환 얼굴은 100mm 강판이네요.
    최근에 5 18을 부정하는 책까지 낸거 보면요

  • 3. 고딩맘
    '17.5.19 10:22 AM (183.96.xxx.241) - 삭제된댓글

    저 시절 포승줄에 묶여 이동하면서 카메라를 아주 짧게 응시했던 유시민의 그 말로 뭐라 형언하기 힘든 눈빛을 잊지 못해요 영원히 ,,,, 판사들에게 외친 원망가득한 그 한마디도 잊지 못할거예요 ...

  • 4. 고딩맘
    '17.5.19 10:33 AM (183.96.xxx.241)

    저 시절 포승줄에 묶여 이동하면서 카메라를 아주 짧게 응시했던 유시민의 말로 뭐라 형언하기 힘든 그 눈빛을 잊지 못해요 영원히 ,,,, 판사들에게 외친 원망가득한 그 한마디도 잊지 못할거예요 ...

  • 5. ...
    '17.5.19 10:41 AM (211.38.xxx.181) - 삭제된댓글

    노통 탄핵가결되었을 때 서거하셨을때.... 유시민 님 오열하신거 기억나요.. 이제 더 이상 유시민 작가님 눈에 분노때문에 눈물이 나질 않길 바랍니다...앞으로 늘 웃는 얼굴이시길... ㅠㅠ

  • 6. 정말 어린 나이였는데
    '17.5.19 11:17 AM (1.246.xxx.122)

    그렇게 큰일을 감당하고 결정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나라를 위해 그렇게 데모하고 희생당하고...가족들 을 생각해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그래도 우린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15021 집을 샀더니 소비욕구가 제로가 되네요 6 3년 2017/08/04 5,066
715020 한 달만에 '뚝딱' 만드는 입시案 2 졸속 2017/08/04 776
715019 전남 광주 숙소 추천해 주세요 2 문의 2017/08/04 775
715018 신공안정국 8 민주시민 2017/08/04 680
715017 두부조림 양념 좀 봐주세요 10 두부 2017/08/04 1,815
715016 남아 래쉬가드 사이즈 래쉬가드 2017/08/04 347
715015 요아래 글보니 기가 차네요.문재인이 대통령감 어쩌고한글요 6 저기 2017/08/04 1,192
715014 깻잎 장아찌 담으려는데 봐 주세요 3 .. 2017/08/04 1,237
715013 브레이크걸린 "수능 절대평가" 14 검토 2017/08/04 2,523
715012 송강호 인터뷰 - 건강한 의식들이 역사를 지탱합니다 3 ........ 2017/08/04 701
715011 언론과 역사학계는 김정호를 욕보이지 마라 3 길벗1 2017/08/04 503
715010 손에 검은 곰팡이가 묻은 꿈 2 2017/08/04 803
715009 냉장고 고장 전조증상일까요? 4 ... 2017/08/04 3,673
715008 식탁 사려는데요 의자 6개 대신 벤치 의자 3개 이게 낫나요.. 20 식탁 2017/08/04 4,295
715007 유기견 입양 2달 넘어갑니다. 9 심쿵 2017/08/04 1,856
715006 [단독] ....., 수상한 박근혜 정부 외교문서 발각 8 꼬끼오~ 2017/08/04 4,397
715005 한남역 근처 점심 먹을곳 추천해주세요 1 오늘 2017/08/04 430
715004 J노믹스, 공정경쟁 시스템과 사회안전망 확보의 길 2 사람이 우선.. 2017/08/04 311
715003 개인카페 머신 8 창업 2017/08/04 1,385
715002 천만원 여유돈 어디에 예치할까요.. 7 궁금 2017/08/04 4,937
715001 부모님 호텔 가을 패키지 어떤가요? 11 ㅁㅁ 2017/08/04 2,091
715000 문재인이 대통령감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60 .. 2017/08/04 6,147
714999 위내시경 하러 갑니다ㅜㅜ 4 걱정 2017/08/04 1,205
714998 택시 운전사 보고 왔어요.! 5 영화 2017/08/04 1,953
714997 청약저축 통장으로 공공주택 청약할때 소득수준에 따른 제한이 있나.. 1 청약 2017/08/04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