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적습니다.
저희 집은 엄청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
제가 10대 부모님이 40대에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진노하면 그냥 무릎꿇고 잘못을 빌게 하셨던 할아버지 할머니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장남으로 늘 당하고 사셨던 부모님 이라 우리에게도 똑같이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며 무조건적으로 부모님 말이라면 거역하면 안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게다가 부모님 사이는 늘 안좋으셔서 엄마는 이혼을 달고 사셨고 아버지는 바람을 자주 피우셨죠.
그러다보니 엄마는 제가 엄마의 모든 것을 들어줘야 되는 것처럼 되어있고 재산은 절대 안물려주신다고 하시면서
토요일 근무 끝나고 서울에서 지방까지 내려가서 엄마를 도와주길 바래시더라고요.
학대나 구타 이런 것은 없었기에 불우하진 않았지만 우울했던 청소년시절
그렇게 우울하게 대학을 가고 어떻게든 부모한테 독립하고 싶어서 직장 생활을 아둥바둥하고
생각보다 직장생활을 잘 해내고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시댁분위기가 신세계네요.
엄청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원하는 대로 해주는 민주주의 ...
시댁만 그런게 아니라 시댁집안 자체가 다 그런 집.
결혼하고 직장생활을 계속 하는 와중에 시댁 작은댁에 방문을 하러 갔는데
작은어머니께서 제게 하소연을 하시더라고요.
결혼하고 시댁이 힘들지 않았냐고 어떻게 극복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딸이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결혼생활에 시댁대하는걸 너무 힘들어한다고
조금은 보수적이고 어른들 위주인 시댁분위기에 숨막혀 한다고
결혼한지 얼마안되어서 경조사로 한달에 한번 정도 가는데 죽을 것 같다고 한다고 엉엉 울면서
이혼하고 싶다고 대성통곡을 해서 혼냈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는 왜 그렇게 늘 민주적이고 자신들 위주로만 모든생활을 해주셔서 이렇게 힘든거냐고
직장생활도 정말 힘들어 죽을 뻔 했는데 시댁은 산너머 산인거 같다고.
그제서야 제 우울한 결혼전 시절도 때로는 도움이 되는 구나 싶더라고요.
나이 들어보니 모든 일들은 장점과 단점이 함께 있어요.
불우한 유년시절 안겪는게 최고죠.
정말 옆에 있으면 말없이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은 그런 유년시절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불우한 유년 시절을 겪었기에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익숙하다든지 (이거 정말 장점이거든요 직장 생활
오래 유지하는 비법) 그리고 다른 사람 먼저 배려하게 되는거라든지 잘 참는거라든지. 그런 습성이 길러지네요.
이거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사람 눈치 보는 것이 더 빠른 것 (혼자 자책 많이 했던 고민) 이라고 고민했던 것들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격이 된 줄 몰랐었어요.
이 험난한 세상에 너무 행복한 집안에서 민주적으로 모든 것을 자기자신 위주로 컸던 사람들은 또 나름대로 밝고 꾸밈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부당하고 힘들고 내가 굽히는 것이 너무 싫어 미치겠는데 겨우 참고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직장생활이나 시댁이나 인간관계라는게 원래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나이 들어가면 들어 갈수록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네요.
그냥 너무 과거에 아파하지 말고 집착하지말고 오늘 하루 하루 잘 채우며 미래를 보고 걸어가시라고 혹시나
도움 될까 적습니다.
(이것조차 어줍잖게 나서서 이야기 하는거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긴 합니다.)
그렇게 생각되시면 글 올려주세요 지울께요.
어쨌든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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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읽다보니 제가 글을 잘 못 쓰는가봅니다.
제 글에서 시댁 잘 만나서 그렇게 되었거나 아니면 작은댁 딸을 은연중에 디스 하는 글 처럼 느껴지는 것 처럼
썼던가봅니다.
작은 집 딸을 디스하는게 아니라 곱고 밝게 민주적으로 큰 아이들은 세상에 나오게 되어 부딪히는 첫 난관들이
때로는 보기보다 힘겹게 이겨내 나간다고요. (네 그 작은댁 어머님 딸도 처음에야 이혼하니 뭐하니 엄마에게
하소연하고 울고 난리쳤지만 잘 이겨내고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시부모님과 사이좋습니다. ㅎㅎㅎㅎㅎ)
인생이라는 거 쉽지 않더라고요. 누구에게도 만만하지 않고 불우했던 행복했던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게 행복한 유년시절을 지나 긍정적으로 이겨내든 불행한 유년시절을 지나 자학과 우울함으로 이겨내든
이겨내야 하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그러니 불우한 어린시절을 가졌던 사람들이 그렇게 자학과 우울함 속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불우한 어린시절로 인한 것들이 당신 인생을 깊게 해주는 뭔가가 될 수도 있다고요.
성공했느니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이 옳다느니 그런 훈계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지금 너무 힘들어하는 당신의
성격을 누군가는 좋아하고 있지만 말을 안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요.
당연히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당신은 말 안해도 알 수 있을거라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다고요.
특히 20-30대에 결혼전 치열하게 인기와 겉으로 들어난 행복한 스펙이 부러운 시기에는요.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고민과 우울함과 좌절과 수많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들로 가득 차 있는거더라고요.
그러니 불우한 어린 시절 그렇게 힘들어하지 마시고 사랑받지 못했다 가슴 아파하지 마시라고 토닥거려 드리고
싶어 적은글입니다. 그래도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은 10개월동안 고이 사랑받고 자랐다는 증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