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도현이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2002년 평양 공연 갔을 때 호텔 건너편 우연히 훔쳐본 한 가정집에서 아버지가 아이를 비행기 태우고, 애완견을 기르는 등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모습을 발견했다며 충격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윤도현의 말이 더욱 충격이었다. 소위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고작 이 정도 밖에 안되나 싶어서 말이다.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발언은 너무나도 뒷북이다. 매일매일 북한에 대한 뉴스가 뜨는 요즘 세상에 이제야 북한에도 평범한 사람들이 산다는게 충격이라니!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윤도현이 본 것이 북한의 평균 가정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본 것은 북한 “최고 특권층” 가정 모습이다.
북한은 철저히 선전 사회이다. 외부인들이 볼 수 있는 곳에는 북한 주민의 일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신들이 선전하고 싶은 모습을 “전시”한다. 외국인들이 머무르는 평양 호텔 주변의 아파트들은 특히 그렇다. 애완견을 기른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이다. 평양에서도 애완견을 기를 수 있는 가정은 전체 가정의 10% 이내에 드는 특권층들이나 부자들이다.
참고로 북한에는 한국처럼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다. 자기가 살 집은 국가에서 배정해 준다. 호텔 주변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북한의 최고 특권층인 것이다. 물론 북한의 최고 특권층이라고 해봐야 한국의 중산층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때문에 윤도현은 북한의 최고 특권층 모습을 보고는 그것은 북한의 평균 주민들의 생활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에도 사람이 산다. 모두가 빼빼말라 굶어죽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아빠는 공장가고 아이는 학교가고 엄마는 빨래하는 똑같은 삶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더욱 진실로 알아야 할 것은 “사람이 사는 북한에 참담한 인권유린이 만연한다”는 진실이다.
북한에 대한 시각이 한 발 진보할 수 있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