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재인, 신사의 품격 - 김외숙(법무법인 부산 변호사)

저녁숲 조회수 : 2,657
작성일 : 2017-05-09 22:33:46

신사 문재인: 인간에 대한 예의






내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부산에 와서 변호사를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문재인 변호사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반, 부산·경남지역에서 노동, 인권사건은 문 변호사가 도맡고 있었다.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해 고시공부를 한 건 아니라고, 나름대로 정의감에 충만해 있던 예비 법조인들에게 그는 훌륭한 역할 모델로 이름나 있었다.


노동변호사가 되고 싶다며 불쑥 찾아간 나를, 그는 흔쾌히 맞아 주었다. 체력이 약해 비실거리지나 않을지, 출산이나 육아로 업무에 지장을 주진 않을지 등등 여자라서 일시키기에 불편할까 따지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때까지 사회경험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던 나는 문 변호사의 그런 태도가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는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변호사를 시작하고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사람에 대해 그런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서서히 알아갔다. 나만 해도 변호사로서 조금 꾀가 나기 시작하자 사람을 가려 판단하고, 지레 선입견으로 말을 자르고, 유불리를 따졌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변호사의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혜라 여겼다.



하지만 문 변호사는 달랐다. 내가 보기엔 반복되는 쓸데없는 이야기, 순전히 억지뿐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당사자에게도 그는 그렇게밖에 못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읽을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에게서도 외면당한 사람, 의지할 데 없는 사람, 절망에 빠져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그를 찾았다. 돈 받고 남의 일 해주는 변호사지만 그렇게 신뢰와 의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를 통해 보았다.



수년 전의 일이다. 우리 사무실에는 아주 질기고 질긴 사건이 하나 있었다. 사건이 그렇게 되는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사건 본래의 성격이 그렇거나, 아니면 당사자가 독특하거나.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건이었고 당연히 문 변호사를 보고 찾아온 의뢰인이었다.


그녀는 도무지 청구취지에 담길 수 없는 내용을 주문했고, 한 가지를 설득시키고 나면 다른 요구사항을 들고 나오는 식이었다. 그녀의 주치의들과 법원 근처의 웬만한 법률사무소들도 이미 두 손을 든 상태였다. 그녀는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고, 불쑥 나타나 오랜 면담으로 업무를 중단시키고도 돌아서면 다시 할 말이 생각나는지 전화로 문 변호사와의 통화를 요구했다. 직원들은 그녀의 성화에 전화를 바꿔주지 않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문 변호사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문 변호사는 그 흔한 “법정 갔다고 그래”라는 핑계도 대지 않았다. 가끔 얼굴을 찌푸리며 담배를 찾을지언정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호소를 끈덕지게 듣고 있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스러운 상황에서조차 그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았다.



결국에는 문 변호사의 한결같은 태도가 세상에 모든 원통한 일을 혼자 당한 듯이 응어리진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녀뿐만 아니라 우리 사무실 식구들까지도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신사의 품격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데 있고 그 예의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서 나오는 것임을 오늘도 되새긴다.




※이 글은 제408호(2012년 7월23일자)에 실린 것으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여기에 다시 싣습니다.
IP : 123.99.xxx.22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345
    '17.5.9 10:41 PM (222.110.xxx.123)

    좋네요 감사

  • 2. ***
    '17.5.9 11:32 PM (119.203.xxx.218)

    파파미신사 문재인
    자랑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10년 동안 망가트린 이나라를
    바로세우는 험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에 걱정이 앞섭니다.
    응원합니다.
    문재인 아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28780 북한의 석유 매장량에 대한 기사 1 gggggg.. 2017/09/14 962
728779 문성근씨 10년동안 출연막았다고. 14 ㄱㄴㄷ 2017/09/14 3,303
728778 아시아나타고 유럽가는데 기내수화물이 2kg초과 5 !!! 2017/09/14 3,338
728777 휴대폰 뭘로 닦으시나요? 7 ㅇㅇ 2017/09/14 2,702
728776 50대 기초화장품으로 좋은 제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9 기초 2017/09/14 4,072
728775 아침 7시에 청소기를 돌리는것 7 청소기 2017/09/14 2,982
728774 12월말에 이사 들어갈 전세는 언제쯤 구하는게 제일 좋을까요? 10 전세 2017/09/14 1,286
728773 잣에서 냄새나요? 2 견과류 2017/09/14 868
728772 굿모닝팝스 이근철도 그래서 교체됐나요 9 케백수 2017/09/14 3,018
728771 10월 홍콩날씨 어때요? 3 아일럽초코 2017/09/14 1,284
728770 이 화장품 써보신분..? 2 화이트x 2017/09/14 1,559
728769 독서실에 갇혀 있었어요.. 16 아이가 2017/09/14 6,924
728768 블루투스 키보드 쓸만한가요? 6 .. 2017/09/14 1,073
728767 우리도 국당의원에게 문자보냅시다. 20 적폐청산 2017/09/14 1,555
728766 주진우, MBC파업현장서 김성주, 그런 사람이 더 밉다…왜? 33 기~사 2017/09/14 9,321
728765 미용실 안가시는분 계신가요? 5 ... 2017/09/14 3,627
728764 예쁜거 별로예요 106 평범한게 좋.. 2017/09/14 25,638
728763 기력이 없어요 ㅠㅠ 8 도와주세요 2017/09/14 3,220
728762 육쪽마늘 한박스 어떻게 해결 할까요? 4 선물 2017/09/14 1,314
728761 혹시 머리 나쁜 것 극복하신 분이나 힘드신 분 있나요? 11 ㅇㄹ 2017/09/14 6,394
728760 우리나라의그 혼란스러워요 6 .. 2017/09/14 1,383
728759 강서구 한의원 추천해주세요 2 ... 2017/09/14 1,018
728758 랍스터 주문해보신 분 찾아요 1 홈쇼핑 2017/09/14 700
728757 한끼줍쇼.. 연남동 훈훈하네요~ 5 ~^^ 2017/09/14 6,335
728756 효리네 나오는 아이유 성격이 진짜일까요? 57 .... 2017/09/14 47,079